■연중기획 – 농촌여성 디지털생활 완전정복(천안 봉황오이농장 조영숙 대표)

포스트 코로나 시대, 농업인들에게 디지털 생활은 반드시 정복해야할 과제가 되고 있다. 일상화된 비대면 언택트 생활에 따라 라이브 커머스나 유튜브, 블로그 등 SNS를 통한 비대면 판로와 농장 홍보에 농촌여성들의 관심이 모이고 있다. 이에 본지에서는 SNS 마케팅을 통해 앞서가는 여성농업인을 만나 SNS 활용법과 소통 노하우를 나누고자 한다.

▲ 충남 천안 ‘봉황오이’ 조영숙 대표는 오이 수확에 힘쓰는 가운데도 스마트폰을 활용한 SNS 마케팅으로 실시간 소통을 이어가고 있다.

믿음 주는 소통으로 농산물 자부심 전달
SNS 인연은 농촌여성의 새로운 원동력

축적된 농사수완, SNS서 역량 빛내
충남 천안 ‘봉황오이’ 조영숙 대표(한국생활개선천안시연합회 회원)는 30여 년의 세월 동안 오롯이 농사에 전념했다. 농장에 스마트팜 시설을 갖추고 온실 개폐와 비가림이 가능해지면서 디지털농업의 편리함을 알게 됐다. 그는 SNS를 활용한 마케팅에도 거침없는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 
“지금은 익숙해진 블로그에서는 사진에 포토샵을 할 수 있었는데, 올해 새롭게 뛰어든 유튜브 운영에는 직접 출연하다보니 웃을 때 주름도 적나라하게 보여, 부끄러울 때도 많아요.”
수줍은 웃음을 지은 조 대표는 자신의 말을 자막으로 넣을 때 당시에는 지나갔던 꼬인 발음이 뒤늦게 확인되기도 한다고 했다. 또 사투리도 비속어도 아닌 알아듣기 힘든 단어가 녹음돼 해석하는 데 곤혹을 치른다고.
“배우들이 발성 연습에 노력하는 일이 조금은 공감됐어요. 유튜브 콘텐츠를 만들 때 대사 처리는 지금도 어려운 부분이고, 중요한 정보를 전달하는 장면이면 차라리 음성 없이 자막으로만 대신해요.”
유튜브 영상은 올리면 유독 마음이 더 쓰인다고 했다. 자기 전에 문득 떠올라 영상 삭제를 고민하기도 하는데, 또 막상 재생해보면 아주 흡족하지는 않아도 삭제할 정도는 아니라 꾸준히 업로드 하는 것에 의미를 둔다고.
“유튜브 촬영을 위한 장비는 기초 수준이에요. 아직은 셀카봉, 조명, 삼각대가 전부죠. 성장해나가는 단계라고 생각해서 꾸준히 업로드하면 구독자들을 더 많이 확보할 수 있겠다는 희망으로 촬영에 임하고 있어요.”

SNS 소통은 고객을 만드는 일
농촌진흥청에서 홍보한 ‘5월2일 오이먹는날’. 조영숙 대표는 5월2일 슬로건을 전국서 가장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오이농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오이가 가장 맛있는 시기는 5월2일이며, 그때 먹어야 가장 건강한 오이를 섭취할 수 있다고 홍보해요.”
그는 SNS 마케팅을 통해 오이를 구매하는 고객들의 심리를 연구하기도 했다.
“사람 심리가 안 팔린다고 앓는 소리 하면, 아무도 동정하지 않더라고요. 실상은 아닐지라도 품절임박이라고 홍보하면 소비자들의 관심이 모이죠. 처음으로 25개가 한 상자인 오이가 30상자 판매됐을 때, 화물택배 두 대에 상하차하는 사진을 SNS에 올렸더니 모니터링 위주의 고객들도 선뜻 구매하는 것을 보고 깨달았어요. 이후에도 저희 오이가 맛있다고 소문나서 홍보 많이 됐습니다.”
조 대표는 SNS를 활용하는 초심자들에 아낌없는 조언도 잊지 않았다.
“4~5월에는 오이가 모양도 예쁘고 맛 좋은데, 6월 오이는 품질이 제철일 때만 못해져요. 그런데 값은 비싸죠. 오이농사 초심자분들은 도매시장 실상을 말해줘도 소비자는 받아들이지 못해 SNS상에서 대립하는 상황이 생겨요. 저는 오이가 품질 좋게 수확돼도 6월이면 무조건 못난이 오이로 적게 남기고 판매합니다. 저희 오이를 알고 소통해온 고객들은 6월에는 장아찌 담그는 용도로 구매하고, 4~5월에는 비싸더라도 보장된 맛에 믿고 구매할 수 있도록 SNS를 통해 효율적인 직거래가 되도록 운영해요.”
SNS를 통해 알음알음으로 주문이 들어오면 17~18cm 짧막한 오이로 조 대표가 직접 딴다. 직거래용 오이와 경매장용 오이는 서로 길이와 품질에 차이가 있다. 일상을 공유하던 고객이기에 직접 수확한 오이를 보내야 마음이 편하다고 했다.

▲ 봉황오이의 오이피클은 하트모양틀과 별모양틀을 이용해 진행돼 체험학습의 차별화를 꾀했다.

디지털생활이 도-농 소통창구
줄곧 농사외길만 걸어서일까. 온라인을 통한 인연은 조 대표에게 남다르게 다가온다.
“나이 들수록 친구 사귀기 어렵잖아요. 친구 맺은 사람들과 꾸준히 소통하면 그보다 더 좋은 친구가 없더라고요.”
천안에 구제역이 발생했을 때, 조영숙 대표는 당시 사육하던 소 200마리를 묻었다고 한다. 외출마저 제한돼 SNS에 소식을 전하자 수많은 온라인 친구들이 위로의 선물을 보내줘 크게 감동했다. 
“걱정에 잠 못 이룰까봐 전화 걸어 노래 불러주는 친구도 있었어요. SNS로 알게 된 친구들이 어려울 때 서로 진심으로 공감해주니까 힘든 상황을 극복할 수 있었죠.”
인연을 소중히 여긴 자세는 농촌융복합산업을 겸하고 있는 농가에 도움이 됐다. 조영숙 대표의 교육농장프로그램에는 특별한 조연이 있는데, 하트모양틀과 별모양틀에 재배되는 오이가 그 주인공이다. 겉면이 올록볼록하게 재배된 오이는 피클만들기 프로그램으로 절단하면 하트모양, 별모양 피클을 담글 수 있다. 아기자기한 모양을 좋아하는 어린 체험객들에 즐거움을 선사해준다. 차별화된 전략으로 체험학습을 이끌 수 있었던 점은 페이스북 친구가 개발한 틀을 구입하면서다. 평소 근황을 전하던 개인사업자 친구는 조 대표에게 자신이 개발한 별모양, 하트모양틀을 제안했다고 한다.
“30년 전 온라인마케팅교육에서 알게 된 농업인들과 지금도 친하게 지내요. SNS를 통해 전국 팔도에 친구들이 있어 혼자 농사짓는다는 생각이 들지 않죠. 친구들과 SNS로 하루를 나눌 수 있어 든든합니다.”

■ 미니인터뷰 – 충남농업기술원 원예연구과 이철휘 연구사

▲ 이철휘 연구사

“끈기 갖고 SNS 활용하면 성공한다"

-디지털생활을 정복하기 위한 농촌여성의 역량은?
충남정보화농업인연합회에서 여성은 70%로 많다. 농업인은 생산자로서 소비자와 소통을 해야 되는데 여성의 소통 능력이 남성보다 적합함을 경험했다. 정보화농업의 장점은 적은 비용으로 큰 효과를 본다. 기관에서는 매년 정보화농업인 경진대회를 개최하고 마케팅 우수사례, 정보화기술과 SNS 소통방법을 공유해 농장 홍보에 적용할 수 있는 역량을 높이고 있다.

-SNS를 활용한 소득창출에 농촌여성이 부담을 느낄 수 있는데? 이를 극복하기 위한 해결책은 무엇이라 생각하는지? 
SNS 활용 온라인 마케팅을 단기적으로 생각하면 실패한다. 꾸준히 장기적으로 흥미를 끄는 정보를 소비자에게 적용함으로써 단골 고객으로 만드는 것이 관건이다. 코로나로 인해 어렵지만 팜파티 같은 오프라인 만남 기회를 갖는 프로그램도 생각해봐야 한다. 이를 위해 농촌진흥기관에서 실시하는 교육과 행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정보를 수집하는 행동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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