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신영 시인·가천대 독서코칭과정 책임교수

"나라를 위해 헌신한 여군과
여성의용대의 숨은 노력은
우리나라의 근간이 될 만큼
중요한 일이었다.

애국에는 남녀차이가 없다.
제대로 평가받지 못했어도
여성의 숨은 노력은
결국에는 인정받을 것이며
수고와 헌신은 지속돼야 한다.
나라가 위태로울 때야말로
여성의 역할이 중차대하기에..."

▲ 김신영 시인·가천대 독서코칭과정 책임교수

능동적이고 주체적인 삶을 살았던 한국의 여성들은 전쟁 때마다 국가 사랑의 면모가 뛰어났다. 나라가 위기에 처했을 때 외면하거나 회피하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나라를 지키기 위해 열정적으로 참전하거나 극렬하게 저항했다. 한국전쟁 때에도 여성들의 활약이 뛰어났다는 사실이 하나씩 밝혀지고 있다. 여성의 역할이 미미했다거나 군인의 치다꺼리쯤으로 무시되던 가부장적 의식에서 선회해 그 일이 국가 수호에 일조하는 훌륭한 행위였음을 밝히고 공적을 부여하기 시작한 것이다.

군번도 없이 전쟁에 군인이나 의용대로 참여하고 호국정신을 불태우던 여성들의 삶도 새롭게 조명 받고 있다. 여자가 무슨 군대냐고 핀잔을 주던 시대에서 나라 사랑에는 남녀 차이가 없다는 것을 인지한 것이다, 군인을 치료하고 밥을 짓는 등의 일은 허드렛일이라고 해 그 공을 인정받지 못했지만 이도 조국 수호에 일조하는 영역임을 인정하기 시작했다.

흔히 여성의 삶은 ‘희생과 헌신’이라는 숨은 노력으로 직결되는 경우가 많다. 항상 자신보다 가족을 앞세우며, 가족의 온갖 허드렛일을 마다하지 않기 때문이다. 최근 이 부분에 대해서도 공적인 인식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부엌이라는 공간의 변화가 이를 주도하고 있으며 1인 사회의 확대가 이를 따라가고 있다. 부엌을 전통적으로 여성의 공간으로 인식했으나 이제는 누구나 부엌에서 조리하고 설거지를 한다. 금남의 구역으로 여기던 의식에서 벗어나 부엌의 중요성과 가치가 재조명된 지 오래됐다.

군대에서도 여성의 희생과 헌신에 국가적 명예훈장을 수여하는 일에 인색했었다. 하지만 6.25 전쟁기에 나라를 위해 헌신한 여군과 여성의용대의 숨은 노력의 결과는 현재 우리나라의 근간이 될 만큼 중요한 일이었다. 이에 그것이 업적이냐 아니냐를 놓고 논쟁을 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당연히 업적인 것을 여성의 일이라고 치부해 폄훼하는 의미가 짙기 때문이다. 그것은 사적 영역이 아니며, 공적인 영역에서 국가를 위한 헌신과 수고이며 숭고한 희생이었다.

흔히 군인의 의무 중 병참은 여러 직무를 포함한다. 특히 여성의 참여가 많았던 병참병과는 부대 전투력의 유지, 증대를 위한 작전 지원 기능·보급·정비·회수·교통·위생·건설·부동산·노무 등을 총칭한다. 또한, 개인이나 부대에 대한 식량·연료·탄약·무기·축성 자재 등의 보급, 고장 난 차량·함정·항공기 등의 무기 수리, 파괴된 각종 물자의 회수, 도로·교량·건축물의 보수, 차륜·철도 등에 의한 인원·물자의 수송, 부상자 치료, 기타 숙박·목욕·세탁·급식 등에 이르는 광범위한 업무를 포함하고 있다.

직접 총을 들고 싸우지 않는다 해서 언뜻 중요하지 않은 일처럼 생각할 수 있지만 이 중 하나라도 문제가 있다면, 즉 병참이 지원되지 않는다면 전쟁에서의 승리는 장담할 수 없다. 즉, 전쟁에서는 병참과 전방의 전투부대가 긴밀하게 연결돼야만 승리할 수 있는 것이다. 그에 따라 군대가 가장 먼저 구축하는 일이 병참이다. 그렇게 요긴하고 중차대한 일임에도 여성이기에 허드렛일로 취급되는 일이 많고 군번도 부여받지 못해 그 수고와 공로를 인정받지 못했으나 이제는 변하고 있다. 아무리 제대로 평가받지 못했다 할지라도 여성의 숨은 노력은 결국에는 인정받을 것이다. 따라서 남성 군인과 마찬가지로 여성의 수고와 헌신은 지속돼야 한다. 나라가 위태로울 때야말로 여성의 역할이 중차대하기에 그렇다.

이제 용감하고 위대한 군인정신으로 호국을 실천한 애국정신을 후배 여성들도 본받아 국가 사랑에 앞장서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나라를 위한 적극적인 국가수호에 여남(女男)의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저작권자 © 농촌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