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광희 칼럼 - 누리백경(百景)(189)

# 혹 ‘신라봉’이란 말을 들어보셨는지 모르겠다. 그러나 제주 감귤류의 하나인 한라봉은 익히 잘 알고 있을 성싶다. 바로 신라 천년고도 경주에서 재배돼 나오는 한라봉이 바로 ‘신라봉’이다.
지구온난화로 한반도의 평균기온이 높아지면서 감귤류를 포함한 과일들의 생장한계선이 기후가 서늘한 북쪽으로 이동하면서 생긴 일이다. 아직 많지는 않지만, 전남 완도에서도 한라봉을 재배하고, 경기도에서도 감귤을 재배하고 있다.

이런 추세대로라면 2090년경에는 강원도를 비롯해서 한반도 대부분의 해안지역에서 감귤재배가 가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정작 원산지인 제주도에서는 평지보다 기온이 낮은 한라산 중산간 지역에서나 감귤을 볼 수 있는 정도가 되는 것이다.

# 또한 대구·경북지역이 주산지였던 대표 국민과일 사과 재배지가 최근 우리나라 최북단인 강원도 양구·정선의 산간지대로 올라갔다. 사과는 생육기 평균기온이 15~18℃의 비교적 서늘한 기후이면서 일교차가 커야 맛있는 사과로 잘 자란다. ‘고랭지 배추밭’이었던 강원도에 ‘고랭지 사과’가 터를 잡아 재배되고 있는 것이다.

과거 사과의 특산지로 불리던 대구·청송·영주의 사과얘기는 이젠 빛바랜 옛이야기가 돼가고 있다.
사과뿐이랴. 복숭아 산지도 경북 청도, 충남 조치원, 경기도 부천에서 강원도 원주와 춘천 일대로 북상했다.

이 같은 현상은 한반도 기후변화에서 기인한다. 지구 기후변화로 인해 지난 100년간 우리나라의 여름은 20일 늘어나고, 겨울은 22일 짧아졌다. 한반도 연평균 기온은 13.7℃로, 과거 29년간의 연평균 기온보다 1.7℃ 올라갔다.
이와 같은 온난화와 급속한 도시화로 더운 기온을 가둬놓는 이른바 ‘열섬현상’이 생겨 기온이 크게 올라간 것이다. 이에 따라 자연 과일나무들의 생장한계선이 북쪽으로 이동하게 된 것이다.

# 이처럼 귤·사과·복숭아 등 과일들의 생장한계선 북상과 함께 생산지가 북쪽으로 옮겨가자 그 자리에는 아열대 과일들이 새롭게 터를 잡아가고 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아열대 과일 재배면적은 2017년 109.4ha에서 2019년 170ha로 해마다 늘고 있다.

열대과일 중에서 가장 많이 재배되고 있는 과일은 망고. 제주의 애플망고, 전남 영광의 홍망고가 유명한데, 홍망고는 홍콩에 수출까지 하고 있다.
그 외에도 경남 진주와 밀양의 파파야, 경북 김천·전북 김제에서는 패션푸르트를 재배한다. 또한 유자가 많이 나는 전남 고흥과 강진에서는 남유럽 그리스에서나 볼 수 있는 올리브가 자란다.

농촌진흥청이 아열대 작물에 관한 연구서를 내고, “농가의 신소득 창출 측면에서 중요한 아열대 작물의 지역별 맞춤형 재배기술 개발과 이에 필요한 연구지원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해서 주목된다.
이젠 굳이 동남아관광을 가지 않아도, 국내 해변가 야자수 그늘 아래서 사시사철 동남아와 같은 아열대의 밤을 만끽할 날도 멀지 않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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