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취재를 다니다 보면 다양한 지역의 기차역에 들른다. 그런데 기차에서 내려 역사 밖으로 나가기까지는 이곳이 어딘지 잠시 잊는다. 우리나라 기차역, 특히 신설된 기차역은 그 구조가 모두 똑같이 생겼다. 뿐만아니라 공공기관이 있는 지역의 혁신도시를 방문해도 그 생김새가 대부분 비슷하다.

기차역과 혁신도시 말고도 같은 게 많다. 많은 이들이 인생의 대부분을 근사한 차와 안정적인 직장, 노후를 대비해줄 부동산이라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 시간을 보낸다.

그런데 몇몇 귀농·귀촌 청년들은 이 ‘궤도’에서 벗어나자 비로소 자신의 길을 찾았다고 말한다. 방송작가의 삶보다 고향에서의 꽃 농사가 더 행복하다는 청년여성농업인, 연고지 없는 곳으로 귀촌을 한 후에 비로소 맞는 곳을 찾았다는 귀촌 청년, 왜 귀촌했냐는 질문에 왜 도시에 살아야 하냐며 반문하는 시골 책방 주인. 이렇듯 세상의 잣대보다 자신의 가치가 더욱 중요한 이들을 만나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 어딜가나 같은 모양인 기차역이 거슬리기 시작했다.

지난달 열린 P4G 정상회의 농업세션에서는 장기적 식량안보를 위해 소규모 농가, 여성, 친환경 등과 같은 다원적 가치들이 지켜져야 한다는 의견이 있었다. 비단 농업뿐만이 아니다. 그게 무엇이든 다양한 가치가 공존할 때 비로소 지속가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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