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시대 - 기능성 양잠농가 이대현·이준기씨 부자

기능성 양잠으로 높은 소득을 올리는 이대현(사진 오른쪽) 이준기 씨 부자.

 

 

잠업은 80년대 말까지만해도 고소득 작목으로 크게 각광을 받아 왔다. 그러나 90년대 초 시장을 개방한 중국이 값싼 노동력으로 지구촌의 잠업을 제패하면서 견직용 누에고치 생산에 주력해 오던 한국의 잠업은 경쟁력을 잃고 말았다. 한국의 잠업은 현재 전국에 2천여 농가가 누에와 뽕잎, 오디에 함유된 기능성에 초점을 둔 기능성 양잠과 체험양잠으로 전환해 명맥을 잇고 있는 실정이다.
이 같은 틈새 기능성 양잠산업을 통해 안정적인 소득을 얻고 있는 충북 보은군 보은읍 용암리 ‘보은토종누에농장’ 이준기(30) 씨를 만나 영농사례를 알아봤다.


“고치를 틀기 전에 변신하자”
이준기 씨는 89년 견직 생산용 누에고치 양잠을 거쳐 현재의 기능성 양잠을 일군 부친 이대현(52) 씨로부터 농사를 이어받았다. 이대현 씨는 2000년대 들어 중국이 세계 잠업시장을 석권해 고치 수매가 좌절되던 시기에 농촌진흥청 잠사곤충부 곤충이용과장이었던 류강선 박사가 누에를 이용해 당뇨병 치료를 위한 혈당강하제를 개발하자, 누에의 기능성으로 눈을 돌렸다. 이후 오늘에 이르기까지 기능성 양잠을 이어오다가 2002년 한국농업대학 화훼과를 졸업한 아들 이준기 씨에게 가업을 물려줬다.
이준기 씨는 “기능성 양잠의 성공가능성을 일찍이 간파하고 이를 저에게 물려준 아버지가 자랑스럽습니다.”고 말한다.

뽕·누에 기능성 희망 걸다
이 씨는 현재 속리산 줄기 청정지역인 16,500㎡(5천평)의 뽕밭에서 생산되는 양질의 뽕잎·오디, 누에를 5잠3일령(20일) 때 동결건조한 환·분말 등 가공제품을 판매해 생산비를 제하고도 연간 7천만~8천만원의 순수입을 올리며 양잠농사의 재미를 톡톡히 보고 있다.
그밖에도 학생들의 관찰학습 교재용으로 생누에 사육세트, 누에고치를 이용한 공예품, 각질 제거 등 여성들의 피부미용에 좋은 누에고치껍질 등도 인기 있는 제품이다.
이준기 씨는 “일본 여인들, 특히 게이샤(일본에서 요정이나 연회석에서 술을 따르고 전통적인 춤이나 노래로 술자리의 흥을 돋우는 직업을 가진 여성)들은 누에고치 껍질을 이용한 마사지를 최고로 여겨 이를 즐긴다고 합니다. 이를 착안해 마사지 제품을 내놓게 됐죠.”라고 말했다.
이준기 씨는 최근에는 누에가루와 뽕잎가루를 청국장과 혼합한 환을 개발해 특허를 내고 새 제품으로 출하하고 있다. 이씨 부자는 이 제품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누에똥인 잠분은 피부병인 아토피 치료에 효험이 있어 이 역시 인기리에 판매되고 있다.
오디는 뽕밭 3,300㎡(1천평)에서 별도로 생산해 냉동보관 했다가 주문판매한다. 오디 수확시기에는 수확체험과 가공체험 행사도 갖는데, 이 행사에는 가족단위 소비자들이 참여해 성황을 이룬다고 한다.
이 씨는 누에 생태 관찰체험교육에도 출강하는 등 소득 다변화에 힘쓰고 있다. 누에 생태체험 교육행사는 유치원과 초등학생으로부터 많은 관심과 인기를 받고 있다. 교육 참가비는 교재를 제공하고 1인당 1만원을 받고 있는데 이 수입도 쏠쏠하다고 한다.
이 씨는 현재 누에와 뽕잎가루를 첨가한 비누 개발 계획을 갖고 있다.

농한기엔 독농가 찾아 벤치마킹
보은 토종누에농장에서 생산하는 각종 양잠제품은 이씨 부자가 기능성 양잠으로 전환할 당시, 이준기 씨가 고등학교 3학년생 때 인터넷 홈페이지(www.silkworm.co.kr)를 일찍이 개설해 전자상거래를 서둘러 현재 전국적으로 2천여 명의 단골고객을 확보하고 있다.
이준기 씨는 부친으로부터 양잠농사를 이어받기 위해 후계자수업을 차근차근 받고 있다. 부친의 바람대로 농한기에는 전국의 양잠 독농가를 찾아 영농정보와 경영개선 사례 수집에도 힘쓰고 있다.
이대현·이준기 씨 부자는 기능성 양잠농사에 대한 소비자의 인식 확산으로 시장이 더욱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하며 앞으로의 농사에도 큰 기대를 걸고 있다.


■  이 사람 - 누에분말 ‘혈당강하제’ 개발 주역  류강선 박사

 

“누에 혈당강하제로 한국 양잠 새 전기”

농촌진흥청 잠사양봉소재과 류강선 박사는 누에가루에 있는 혈당강하 원인물질인 DNJ(디옥시 노자리마이신)을 발견한 장본인. DNJ는 혈당강하, 이뇨, 변비치료, 숙취해소, 간 독성 해독, 저혈당과 당분 소화효소 억제 기능을 가진 원인 물질이다.
뽕잎에도 DNJ가 있지만 누에 체내에는 그 핵심 결정체가 있는 것이 발견한 것. 누에는 체내에 DNJ를 축적하고 있는데, 새들이 DNJ를 기피해 누에는 조류로 인한 피해를 받지 않는다.
류강선 박사는 92~95년까지 쇠퇴된 한국 잠업의 명맥을 다시 잇기 위해 3년여에 걸쳐 경희대 약대와 공동연구로 DNJ를 찾아냈다. 이 제품 개발 소식이 여러 매체에서 대대적으로 보도되자 일본 매스컴도 관심을 가졌다. 류 박사를 찾아온 일본취재진에게 일본특허 알선을 요청, 류 박사는 먼저 일본 후생성으로부터 특허를 얻은 뒤 한국의 특허를 얻는데 성공했다.
류 박사는 일본어로 ‘안녕 당뇨병’, ‘우리들 당뇨병을 극복했다’라는 누에가루 복용 치료에 도움을 받은 일본 당뇨환자 50인의 간병사례를 책으로 펴내 10만부 이상을 팔아 베스트셀러 저자가 되기도 했다.
특히, 류 박사는 일본 제약회사에 한국산 누에분말가 독점 공급돼 양잠농가의 소득증대는 물론, 로열티를 거둬들이는데도 큰 기여를 했다.

입는 양잠서 ‘오감만족’ 양잠으로
다양한 뽕잎·오디·누에 제품 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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