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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세, 꿈꾸다■ 세자매네 반디농장 김영란의 전원일기 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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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1.06.04  10:5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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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동산에 가슴 설레는
마중물 언니의 뜰에
폭풍칭찬을 더하러 향한다"

60대 은퇴 세대인 베이비붐 세대들은 은퇴하고도 그동안 일한 시간만큼의 시간을 더 산다고 예고하는 시대를 맞게 됐다. 중요한 시대의 변곡점을 몸으로 방어하며 살아냈던 우리세대가 또 한 번의 변신을 해야만 하는데, 이미 노년의 반열에든 심신이 변화를 받아들이기를 주저하게 된다.
나만 해도 지난해 60세를 맞으며 내 인생의 황혼기에 접어든 것처럼 몸과 마음이 긴장했다. 이제는 환갑은 공휴일 정도고, 칠순잔치를 하는 게 대부분이다. 70대도 경로당에서는 막내로 심부를 하는 처지라니, 이제는 80대는 돼야 노인이라고 부를 수 있다.

작가 박완서님이 돌아가신 나이가 80세 즈음이니 나도 그 즈음해서 생을 마감하면 무난하겠다고 생각 한 적이 있었다. 심지어 10대에서는 30대에 요절한 전혜린을 동경한 적도 있으니 생각은 나이 따라 계속 변하고 있다. 요즘은 100세를 넘기신 김형석 교수님을 보면서 자기관리에 철저한 모습을 마음에 담아두기 시작한 것을 보니, 나도 모르게 100세를 지향하는지도 모르겠다.

해마다 달라지는 세상에 적응하며 살아내는 것이 버거워지기 시작하는데, 노년의 템포로 40년을 더 살 수도 있다는 생각이 미치면 신발끈을 다시 동여매야 하나 싶다.
인생 대선배 김형석 교수님은 60살 이후의 무엇이 달라져야 하는가에 대해 “배움이 있는 삶, 일하는 삶, 취미가 있는 삶이 있어야 뒷방 신세로 밀려나지 않고 행복해질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렇게 유명하신(^^) 분의 조언이 아니더라도 내 곁에 삶의 이정표를 몸소 보여주고 계신 분이 계신다.

마중물 언니는 올해 80세다. 나와는 19살 차이라 나이로는 부모님 맞잡이지만 큰언니가 78세라 나는 언니라고 칭하며 손가방처럼 붙어 다녔다. 13년 전에 귤나무 회원제를 하면서 회원으로 등록하시고, 그해 서귀포로 이주하시면서 나와의 조청 같은 끈끈한 인연이 됐다.

아래로 40대까지도 커버할 수 있는 재치와 젊은 마인드와 건강을 가지시고 무한에너지를 방출하시는 인생 선배가 가까이 계셔서 내가 잠깐이라도 무기력증에 빠지면 반성하게 해주는 등대 같은 분이다.
용의 기상을 동경했으나 진흙탕의 미꾸라지로 살아가게 된 4차원 동포들을 규합해서 “겸손은 힘들어~”라며 팀을 만들어서 왕언니 노릇을 하고 계시는데, 우리는 서로의 장점을 존중하면서도 마구 깎아 내리는 이상한 모임이다. 해안의 몽돌자갈처럼 서로가 물을 끼얹어서 빛나게 해주는 존재들과의 조합은 만남을 즐겁게 해준다.

마중물 언니는 올해 80세를 맞아서 꿈의 등불을 다시 켰다. 4년 전 반려견 우리를 보내고, 2년 전 옆지기님도 소천하시고, 홀로 되시면서 한동안 깊은 동굴에 칩거하듯 외부와 단절하셨다가 올해부터 훌훌 털고 일어나셔서 다시 꿈의 돛단배를 띄우셨다. 10년 전 황무지 땅에 집하나 짓고 작은 나무들을 심기 시작하시더니 이제는 꿈꾸던 숲 정원이 됐다.

67세에 오셔서 집을 빌려서 올레꾼들의 숙소 B&B를 멋지게 하시더니 이제 80세에 다시 꿈 하나 품고 정원을 가꾸신다. 수국동산이 돼 가슴이 설렌다는 마중물 언니의 뜰에 폭풍칭찬을 더하러 오늘도 나의 발길이 향한다.
80세, 꿈꾸다... 바라만 봐도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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