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터뷰 - 수필가 이경은

사람은 감정의 동물이다. 이에 기쁨과 슬픔에 웃고 우는 애환이 교차하는 삶을 산다. 성공과 승리에 환호하고 실패에 울고 좌절과 회한에 빠져든다.
아름다운 경관을 보고 탄성을 지르고, 자녀와 친구를 얻는 기쁨에 웃고, 누군가를 잃는 비극에 슬퍼하며 운다. 생애 수많은 희로애락의 감정을 널뛰기하듯 맞이하며 산다.
이런 굴곡진 감정을 말로 표현하기보다 글로 쓰면 타인으로부터 공감과 위로를 받을 수 있다. 그게 바로 수필을 쓰는 이유다. 수필가와 극작가로 등단해 20년째 수필 중심의 문필강의를 하고 있는 이경은 작가를 만나 수필의 문학적 가치와 수필을 쓰는 법에 대해 들어봤다.

 

수필은 삶의 경험과
미묘한 감정을 주제로 하기에
집필 접근성이 좋고
수필을 쓰려는 사람 많다.
책 1권 읽으면 생각의 터전이 1평
50권 읽으면 50평...
그래서 좋은 글 많이 읽어야

백일장 장원 계기로 수필가 등단
“저는 어려서 몸이 약해 친구와 어울리는 것보다 독서와 생각을 많이 하며 지냈습니다. 그러다보니 글 읽는 재미와 글 쓰는 욕망이 커졌어요. 결혼 후 독서그룹에 가입해 책을 체계적으로 읽기 시작하면서 글공부에 많은 도움을 받았어요. 주위의 권유로 주부백일장에 참가해 장원으로 선발되기도 했죠. 이후 글쓰기에 탄력을 얻어 1998년 ‘계간수필’에 수필가로 등단했고, ‘계간수필’ 편집주간으로서 20년간 편집일을 했어요. 운 좋게도 수필가 등단에 앞서 1996년 SBS창사기념 공모전에 TV단막극에 당선돼 극작가로도 데뷔했지요. 이후 10년간 50분짜리 KBS라디오 단막극을 쓰다가 매너리즘에 빠졌고, 여기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클래식 음악 극작가가 돼 ‘베토벤의 이야기’와 ‘모차르트’ 등 8편을 써 공연에 올렸습니다.”

이경은 씨는 과천시문인협회장을 지냈고, 지금은 수필을 기본으로 한 재미난 글쓰기 강의를 20년째 하며 수필집도 4권을 펴냈다. 현재 자르테갤러리 관장직도 맡고 있다.

좋은 글 쓰려면 책 많이 읽어야
수필은 삶의 경험이나 미묘한 감정과 애정 등을 주제로 하기에 자신을 표현하는데 아주 적합한 문학 장르라고 이 작가는 말한다. 글감을 쉽게 찾을 수 있어 수필을 쓰려는 사람이 많다고.
“좋은 글, 좋은 수필을 쓰려면 무엇보다 책을 많이 읽어야 합니다. 책 전체에 담긴 이야기와 책 속의 행간과 행간 사이의 글 속에 숨어있는 뜻을 깊이 인식해야 합니다. 생각과 사유의 힘과 세계를 넓혀야 좋은 글을 쓰게 되죠. 책 한 권을 읽은 사람의 생각 터전은 1평이 될 것이고, 50권을 읽은 사람은 50평의 넓은 생각의 터전을 가질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책을 많이 읽은 사람이 좋은 글을 쓸 수 있습니다.”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면 지체 없이 주제와 구성에 얽매이지 말고 일단 글을 써야 한다고 그는 강조한다. 쓴 게 있어야 보고 느끼고 고칠 수 있으니 글을 쓸 생각이 나면 기회를 놓치지 말고 바로 써야 한다고.
“글을 쓰고자 하는 분들의 공통분모는 인생의 어느 한 순간이나 사는 내내 마음속에 글쓰기에 대한 열망을 간직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다만 사는데 바빠서 미뤘던 겁니다. 그러니 글 쓸 용기가 나면 미루지 말아야 합니다. 부끄러워하지 말고 위로를 받을 때까지 글을 써야 합니다.

자기 자신을 표현하고 싶다며 저에게 글공부를 배우러 오는 분이 많습니다. 이분들이 주로 하는 얘기는 ‘일생 중 힘들었던 일을 쓰면 책 10권 이상이 될 것’이라며 글공부를 시작합니다. 하지만 이런 사람들은 자기 자신에 대한 것만을 표현하려 합니다. 다른 사람에게 보이겠다는 생각을 안 해요. 맨 처음 자기 얘기에 이어 가족 얘기를 쓰죠. 하고 싶은 얘기를 다 하고 나서야 제3자인 타인에게 눈을 돌리게 됩니다.”

작가에 노크해서 감수 받아라
“글쓰기 공부를 혼자서 하기가 힘들다고 하는데, 꼭 그렇지 않아요. 수필작법 책 2~3권을 사서 공부하면 됩니다. 살고 있는 지역의 문인협회 산하 수필분과에 가입해 활동을 하면 수필공부를 할 수가 있어요. 문인협회는 전국에 다 있어요. 이런 곳에 들어가서 활동하기 시작하면 길이 열려요.”
이외에도 수필가들에게 이메일로 자신이 쓴 글을 보내고 감수를 해달라고 간청하면 잘 가르쳐 준다고 했다. 또한 요즘엔 화상회의 프로그램인 줌으로 대면지도를 해주는 작가들도 있다고 한다.

“수필을 처음 쓰는 사람은 자신의 글을 일기나 수기형식으로 쓰려 합니다. 이렇게 쓰면 자기만이 보는 글이 되고 맙니다. 따라서 일기나 수기형식의 글을 일반문장으로 바꿔 써야 합니다.
예를 들어 눈앞에 서 있는 나무를 보고 글로 써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면, 먼저 속으로 잠시 생각해봐야 합니다. 나는 저 나무에서 무엇을 봤고, 왜 쓰고 싶었을까, 무엇이 내 마음을 흔들었을까. 나무가 자신의 마음에 들어온 데는 분명 이유가 있을 겁니다. 그러면 마음속 깊은 곳에서 저 나무를 보는 순간 무슨 충격을 받았나, 현재 내가 저 나무에 원하는 게 뭔가, 이리저리 생각해 봐야 합니다.

한 시간이나 하루를 생각하면 답이 나옵니다. 너무 외로우니 저 나무에 기대고 싶은 마음일 수도 있고, 자신이 너무 초라해 보이지만 언젠가는 우람하고 큰 나무로 자라고 싶다든가 등의 생각을 떠올릴 수가 있을 겁니다. 그런 내면의 생각과 감성을 표현해야 수필로서 남에게 공감의 감성을 가져다주게 됩니다. 그리고 자기만의 이야기를 써야 합니다. 주워들은 남의 얘기를 늘어놓으면 안 됩니다. 못생겨도 우리가족이 좋고, 허름해도 우리집이 편한 것처럼 내 얘기를 중심으로 써야 자신의 작품이 됩니다.

라면 한박스 분량이면 등단합니다
흔히들 작가들 사이에 ‘시, 소설, 수필을 라면 한 상자만큼을 쓰면 등단한다’고 말합니다. 제 자신도 수필을 그만큼 쓰고 등단했습니다. 수필을 쓸 땐 문단으로 나눠 써야 합니다. 안방에 침대가 있어야 하고, 거실에 침대가 놓이면 어색하듯이, 봄풍경을 그리는 문단에 직장얘기를 넣으면 안 됩니다. 문단에 맞는 글을 간추려 써야 합니다.

요즘 사람들은 긴 글을 안 읽다보니 수필 한 편도 원고지 7매 내지 12~15매로 짧아지고 있습니다. 수필가가 되려면 글 쓰는 것을 1순위로 올려놓고 써야 해요. 글이 나를 1순위로 올려놓질 않습니다.
‘혼자 글을 쓰다가 그냥 끝나겠지’라는 생각을 할 필요가 없어요. 열망을 갖고 열심히 쓰다보면 꼭 글이 가까이 와서 문을 열어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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