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만나봅시다 - 베스트셀러 ‘전국축제자랑’ 저자 박태하·김혼비 부부

‘우아하고 호쾌한 여자축구’, ‘아무튼, 술’을 선보인 김혼비 작가, 그리고 ‘괜찮고 괜찮을 나의 K리그’의 박태하 작가. 이 부부 작가가 충남 예산부터 경남 산청까지 직접 발로 뛰며 쓴 지역축제 여행기 '전국 축제 자랑'을 펴냈다. 책은 전국 12곳의 축제를 소개한다.
부부는 지역을 사랑하는 축제를 즐기는 주민들, 사소한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자신만의 빛을 발하는 사람들과 만나고, 위축된 지역에 활기를 불어넣고자 하는 분투와 그 지역만의 역사, 문화와 마주한다. 반면 너무나 한국적이면서, 그렇기에 고쳐야 할 어두운 면과도 만난다. 부부는 한 명이 초고를 쓰고 또 한 명이 글을 고치고, 고친 글을 다시 손보면서 하나의 축제를 준비하듯 집필에 임할 정도로 이들 역시 진심으로 다뤘다고 한다.

▲ ‘이상한데 진심인 K축제 탐험기’라는 부제가 붙어 있는 책 ‘전국축제자랑’

-축제 선정의 기준이 궁금하다.
초기에만 해도 ‘재밌을 것 같은’ 축제에 눈길이 갔어요. 전래동화 ‘의좋은형제’를 가지고 축제를 한다고? 대체 거기서 뭘 할까? 백제시대 인물인 왕인박사 가지고 축제라는 게 가능해? 홍어축제라고? 와! 맛있겠다! 이런 식이었죠. 그런데 가볍게 떠난 축제장에서 가슴 뛰는 멋진 열정들과 보고 있기 심란한 열정들을 동시에, 그것도 여러 차례 마주치면서 점점 말려버린 것 같아요. 이 한국적 풍경을 어떻게 그려낼까 고민하게 되면서 축제 주제에 대해서도 좀 더 신경을 쓰게 됐습니다. ‘K-스러움과 K-축제 이야기에 이런 게 빠질 수 없지!’ 하면서요. 먹거리, 인물, 동물, 아리랑, 품바 등등 다양한 분야를 담으려 노력했습니다.
한편으로는 수도권과 대도시보다는 평소에 좀처럼 주목받지 못하는 지방 중소도시의 축제들을 우선시했고, 도(道)별로도 배분을 신경 썼답니다.

-축제에서 느꼈던 K-스러움은 과연 무엇이었나?
대부분의 한국 지역축제가 전통축제가 자연스럽게 전해져 내려온 것이라기보다는 지방자치제도 이후 기획돼 뚝딱뚝딱 만들어진 것이다 보니 알맹이보다는 겉치레에 집착하는 모습이 보입니다. 근데 생각해 보면 이게 비단 축제의 문제일까 싶더라고요. 대한민국이라는 나라가 발전해 온 방식도 마찬가지 아닐까요? 전쟁과 개발독재를 거치며 중요한 가치들에 대해 깊이 고민하기보다는 눈에 보이는, 당장 얻을 수 있는 것들을 향해 열심히 돌진해 왔고, 실제로 많은 것들을 성취했잖아요. 그것도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요. 그 어마어마한 속도감과 엄청난 기술력, 하지만 그에 비해 부실한 알맹이와 그걸 메우기 위해 이것저것 갖다 붙인 잡다함, 한편으로는 역시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엄청난 수도권 집중화에 생존의 위협을 받는 지방도시들의 분투, 이런 것들이 뒤엉켜 K-축제의 여러 풍경을 만들어 내는 것 같습니다.

그 다양한 풍경을 만나는 것이 때로는 좀 뜨악하기도 했지만 이것 또한 우리가 살아가는 모습이라고 생각해서 대체로 즐겁게 다녀왔습니다. 무엇보다도 그러한 축제들 속에서도 자신만의 에너지를 뿜어내는 분들, 고장에 대한 애착을 가지신 분들을 만나는 것이 참 좋았습니다.

▲ 강릉 단오제에선 창포물 머리감기에, 벌교 꼬막축제에선 널배타기 대회에 도전하는 등 부부는 전국 축제 현장의 생생한 에피소드를 전한다.

-기억에 남는 축제가 있다면
강릉단오제 같은 경우는 이 책에 실린 축제 중 가장 전통이 잘 살아 있고, 무엇보다도 시민들 모두가 이 축제를 함께 즐기고 있다는 느낌이 물씬 들어서 정말 흥겨웠습니다. ‘보여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우리에게 정말 소중한 것을 열심히 즐기는’데, 그 편이 오히려 더 보는 맛이 있었어요. 바글대는 단오장의 밤은 잊지 못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동물을 소재로 한 축제나 프로그램은 이제 좀 달라져야 할 때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대부분이 동물을 괴롭히는 방식으로 치러지니까요. 저희 책에는 양양연어축제가 나오지만 우연히 불려나왔을 뿐 많은 동물축제들이 비슷한 문제를 안고 있다고 생각하고, 전혀 동물과 관계 없는 축제에서 펼쳐지는 ‘맨손 물고기 잡기’ 같은 행사들도 마찬가지고요. 동물의 고통을 통해 인간의 쾌락을 추구하는 행위는 이제 그만둬야 하지 않을까요?

-부부가 같이 책을 쓰면서 서로 ‘감탄’한 부분도 있을텐데
김혼비가 완주와일드푸드축제에서 이상한 음식 먹기 대회에 나갔던 대목이 기억이 나네요. 외국인 커플이 돼지코 먹기에 실패하고 무대를 내려가는 모습을 이렇게 묘사합니다. “딸기와 생강의 고장 완주에서 하필 돼지코에 berry ginger리를 치며 그들은 그렇게 떠나갔다”라고요. 딸기와 생강을 저렇게 변주할 줄이야… 원고를 돌려받아 읽을 때 정말 순간적으로 넋이 나갔습니다.

-축제여행은 계속되는가?
물론입니다. 워낙 힘들게 쓴 책이다 보니 또 축제 책을 내겠다는 말씀은 차마 못 드리겠습니다만(웃음) K-축제에 정이 듬뿍 든 상태에서 딱 찾아온 코로나 때문에 대부분 취소되는 바람에 한 곳도 가지 못해 축제의 풍경들이 무척 그립습니다. 다시 축제가 열리게 되면, 어느 조촐한 축제장 한 켠에서, 열심이고 진심인 수많은 분들의 모습을 바라보며 막걸리 한 잔 주욱 들이키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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