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광희 칼럼 - 누리백경(百景)(186)

# “서해 5도에 있는 백령·대청·소청도 주민도 대한민국 국민입니다.… 불의의 사고로 내 부모 형제가 사경을 헤매도 이동할 수 있는 배편이 없습니다.”
백령도 한 주민이 최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린 글이다. 육지로 나가려면 낡고 협소한 여객선을 이용해야 하는 게 전부여서, 기본적인 교통권을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특히나 그러한 불편한 교통사정에도 불구하고 코로나 백신 접종을 받으려면, 육지와 다리로 연결된 영흥도 ‘옹진국민센터’까지 가야 한다는 것.

이를 위해서는 배를 타고 나와서 버스로 갈아타고… 해서 (그것도 날씨가 좋아야) 최소한 2박3일 걸린다는 것이 청원주민의 얘기다. 특히 고령자들의 경우는 그조차 대처로 나간 자식들의 도움을 받아야 가능하다는 것. 그런 이유로 옹진군의 화이자 백신 접종대상자(834명) 중 접종에 동의한 사람은 전체의 5.2%에 불과하다. 접종 필요성을 느끼면서도 자의적으로 접종을 포기하는 것이다.

# 백령도는 인천에서 북서쪽으로 224km(약 560리) 떨어져 있는 서해 최북단에 있는 섬이다. 면적은 51.18㎡. 위도상으로는 북위 37도 52분으로, 남한보다는 오히려 북한의 황해도 장산곶이 30리 거리로 가깝다.

“늙은 신의 손끝에서 나온 마지막 작품”이라는 찬사를 앞세우는 이 섬의 역사는, 10억년 전의 현무암 지질 형성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원래 이름은 곡도(鵠島, 따오기섬). 따오기가 흰 날개를 펼치고 공중을 날으는 모습처럼 생겼다 해 ‘백령도(白翎島)’라 이름지었다 한다.

인천 연안여객터미널에서 하루 세 번 여객선이 출발한다. 백령도까지는 약 4시간가량 걸린다. 고전 <심청전>의 모티브가 된 인당수와 관련 조형물(심청각·효녀 심청상)도 섬 안에 있다.
지난 2019년에는 대청도와 함께 ‘국가지질공원’으로 지정됐다.

# 거주인구는 주민 5313명(2988가구), 군인 5000여 명 등 13000여 명. 거주 주민의 80%가 주로 농업에 종사해 쌀은 3년 자급자족이 가능하다.
특산품은 까나리 액젓, 하수오·해당화와 ‘지뢰’ 천지인 섬, 신호등과 집 대문이 없는 섬, 중국·몽고대륙발 황사 피해가 전국에서 가장 심한 지역, 세계에서 단 두 곳 중 하나인 규조토 사곶해변이 천연기념물로 지정(제391호)돼 있는 섬, 주민들에게는 만조·간조 ‘물때표’가 생명줄인 섬, 이곳이 백령도다.

사실 섬 주민들의 백신 접종방법은, 굳이 섬주민들이 어렵사리 시간 내서 뭍으로 나오지 않아도 얼마든지 방법을 찾을 수 있다. 문제는 정부당국의 의지 여부다.
간단치 않지만, 의료팀을 한시적으로 섬 안의 행정관서에 설치하는 방법, 또 백령도에 주둔하고 있는 해병대 의무대를 대민협조 차원에서 활용하는 방법도 생각해 볼 수 있다. 마음 쓰는 곳에 길은 있는 법이다.

결국 주민들이 섬에서 육지까지 허위허위 어렵게 나와 백신을 맞는데 소요되는 2박 3일, 혹은 3박 4일의 시간은, 정부와 국민간의 ‘마음의 거리’는 아닐까.
어찌보면 해묵은 민원이, 그 애로가, 꼭 국민청원에까지 읍소를 해가며 얘기해야 했을 문제인가 하는 아쉬움이 크다.

저작권자 © 농촌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