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미 농촌진흥청 농업환경부장

"농업에 종사하는 가족 모두가
존중받고 즐겁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가족경영협약

농업이 여성에게도 청년에게도
더욱 매력적인 직업이 되고
가족 행복과 개인의 발전에도
기여하며 더욱 확산되길..."

▲ 김경미 농촌진흥청 농업환경부장

2019년 15세 이상 농업주종사자 중 여성은 52.5%로, 농가 여성 중 농업종사자는 69.5%(남성 65.7%)이며, 농업종사 여성 중 경영주는 17.1%였다.(통계청, 2021) 29세 이하 농업종사자 중 경영주는 3.3%, 경영주 중에서는 0.06%이다. 그러므로 여성의 83%, 29세 이하의 96.7%는 경영주가 아닌 가족종사자다. 농지가 없거나 판매수입이 없는 경우를 빼면 그 비율은 더 적다.

농지와 판매수입이 중요한 것은 첫째, 법적 농업인(농업농촌 및 식품산업기본법 시행령 제3조) 기준 때문이고 둘째, 농지나 판매수입을 자신의 명의로 할 수 있어야 진정한 자립적 농업경영을 실현할 수 있으며, 셋째, 이를 통해 농업에 안정적으로 종사할 수 있는 조건을 형성할 수 있다. 소득을 증빙할 수 있어야 금융거래나 신용평가가 가능하고 직업인에 해당하는 제도를 적용받을 수 있다. 그러나 아직 우리 농가의 대부분은 안타깝게도 그렇지 못한 실정이다. 가족관계가 중심이기 때문이다.

2020년 부부 의사결정 실태(농촌진흥청)를 보면, 농가는 투자와 재산관리를 남편이 주관하는 경우(48.3%)가 그렇지 않은 농가(21.2%)의 2배가 넘었고, 살림살이 비용도 남편이 주관하는 비율(19.1%)이 비농가(9.5%)보다 높았다. 30대 이하도 큰 차이는 없었다.
가족농에서 경영의 발전과 가족의 꿈을 동시에 실현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농업경영뿐 아니라 농가 자산 관리나 일상생활에서도 부부, 또는 부모와 자녀 사이에 크고 작은 갈등은 불가피하겠지만 이를 서로가 슬기롭게 이겨나가라고만 하는 것은 농업을 전문적인 직업으로 인정하는 방안이 아니다. 따라서 가족경영협약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

농업은 가족이 같이 일하면서 생활하기 때문에 부부가 서로를 소중히 여기며, 신뢰하고 대등한 관계를 쌓아가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남편과 아내가 대화하고, 서로를 이해하면서 농업에 참여하는 ‘파트너십 경영’과 ‘일과 생활의 균형’이 핵심이다. 특히, 장시간 노동을 없애고 효율적인 작업방식을 통해 생산성을 높이고, 동시에 일과 생활의 균형을 배려함으로써 생활의 여유를 조율하도록 돕는 것이 바로 ‘가족경영협약’이다.

가족경영협약은 가족끼리 대화를 통해 서로가 개인적인 생활(라이프스타일)을 이해하고 존중하면서도 직업으로서 농업에 종사하기 위한 기준과 규칙을 마련하는 것이다. 특히 가족경영협약은 승계자에게 더욱 유용하다. 가족경영협약은 농업, 농가 자산이나 투자, 기술, 생활 등에 대해 협의하고 그 사항을 문서화해 지켜나갈 수 있게 한다. 일본은 2021년 3월까지 5만8799호가 협약을 체결했고, 우리나라는 농촌진흥청 연구를 바탕으로 2004년 처음으로 가족경영협약 22농가가 처음 탄생한 이래, 한국생활개선중앙연합회와 공동으로 2020년까지 431농가가 협약을 체결했다.

가족경영협약의 목적은 농업에 종사하는 가족 모두가 존중받고 즐겁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인데, 장점은 첫째, 경영목표를 함께 설정함으로써 여성이나 승계자가 농업경영에 주체적으로 참여할 수 있다는 것이다. 둘째, 급료·보수를 받음으로써 특히 승계자가 책임감을 갖고 영농활동에 임할 수 있다. 셋째, 정기적인 휴일이나 노동시간이 명확해지면서 일에 활기가 생기고 계획적으로 작업할 수 있다. 넷째, 승계자가 장래에 결혼할 때 자신의 일에 대해서 설명하기 쉬워진다.(일본 농림수산성, 2020)

가정의 달 5월에 앞으로 농업이 여성에게도 청년에게도 더욱 매력적인 직업이 되기 위한 가족경영협약이, 가족의 행복과 개개인의 발전에도 기여하고 더욱 확산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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