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CUS-경기도 농민기본소득 조례 통과…타 지자체로 확산될까?

▲ 농민기본소득강원본부에서 기본소득 법제화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지난 4일 강원도청 앞에서 개최했다.

여성농업인 주체성·기본권 보장에 기여

농가 대상의 농민수당 아닌
개개인 대상의 농민기본소득

경기도의회는 지난달 29일 열린 제351회 임시회 제4차 본회의에서 경기도 농민기본소득 지원조례를 의결, 경기도 농민기본소득에 대한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이로써 경기도는 농민기본소득을 하반기부터 시행할 수 있게 됐다. 사실 이 조례는 지난해 6월 경기도의회에 제출됐지만 재원 마련과 농민 외 다른 직군과의 형평성 등의 문제로 합의에 난항을 겪어왔다. 이후 경기도의회는 백승기 농정해양위원회 부의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기본소득특별위원회를 구성해 여러 차례의 논의 끝에 상임위와 본회의에서 조례를 통과시켰다.
백승기 의원은 “농민기본소득은 농업의 공익적 가치증진과 최소한의 농민소득보전, 농업은 국가안보이자 생명산업이란 점을 경기도의원들이 이를 인정해 준 결과”라며 의미를 부여했다.

# 농민수당과 농민기본소득 무엇이 다르지?
경기도 농민기본소득은 현재 여러 지자체에서 실시 중인 농민수당 제도와 목적은 같아도 큰 차이가 있다. 농민의 생존권 보장과 소득 불평등 완화, 농업과 농촌의 공익적 가치에 대한 사회적 보상, 수요 부족으로 낙후된 농촌지역의 경제 선순환 도모를 위해 실시되는 점은 공통점이다. 

하지만 농민기본소득이 실제 농업 생산 활동을 하는 농민 개개인을 지급대상으로 하는 반면에 기존의 농민수당은 농업에 종사하는 농가 단위가 대상이 되고 있다. 즉 부부가 함께 농사 지을 경우, 농민기본소득은 실제 농업 생산 활동을 하는 부부 각각에게 지급되는데 농민수당은 농가 단위로 1명에게만 수당이 지급되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여성농업인들은 그간 농가 단위로 지급되는 농민수당에서 소외되는 경향이 있었고, 여성농업인의 생존권 보장과 권익신장은 물론 주체성 확립을 위해 농가 개개인으로 지급되는 농민기본소득 지급을 요구해 왔다.

한국생활개선경기도연합회 김영애 회장은 “경기도 농민기본소득에 대한 법적 근거 마련으로 농업인의 소득 불균형을 해소하는 동시에 여성농업인들의 염원이던 여성농업인의 농업에 대한 기여도와 가치를 인정받게 돼 큰 기쁨”이라며 반겼다.
한편, 농민수당은 전남의 강진·해남군에서 가장 먼저 시행돼, 광역지자체로 확산돼 현재 전남, 전북, 충남, 강원도 등에서 시행되고 있으며 충북, 경북, 경남 등의 광역지자체에선 관련 조례를 제정했다.


전국최초 ‘경기도 농민기본소득제’ 단계적 추진

올해 7개 시․군 참여…재원은 도와 시․군이 5:5 부담

전국 최초로 경기도에서 농민기본소득 제도 조례가 통과함에 따라 농민기본소득에 참여하는 시·군에 주소를 두고 실제 농업생산에 종사하는 농민에게 매월 5만 원씩 연간 60만 원의 지역화폐가 지급된다. 부부가 같이 농사를 짓는다면 최대 월 10만 원까지 수령이 가능하다.
도가 지난해 12월 실시한 사전조사에서는 31개 시·군 가운데 여주·이천·연천·포천·안성·가평·김포 등 모두 7개 시·군이 사업 참여 제안서를 제출했다. 재원은 도와 시·군이 50%씩 부담한다.

경기도에선 모든 시·군이 참여할 경우 약 29만4000명의 경기도 농업인이 사업대상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경기도 농민기본소득은 소상공인과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지역화폐로 지급되며 소상공인의 매출 창출 등 지역 내 선순환 경제 체계구축으로 농민과 소상공인이 공생의 의미도 갖고 있다.
경기도 농업정책과 박성욱 주무관은 “농민 모두에게 정기적으로 동일한 금액을 지급하게 되며, 농작물재배 농민과 축산·임업 농민이 모두 대상이 된다”고 밝혔다. 

한편 경기도는 농민기본소득의 성공과 안착을 위해 단계적 점증적 전략을 추진하게 된다. 1단계에서 일부 시군이 도입하고, 2단계는 도입 시군을 확대하며 3단계는 모든 시군의 도입으로 발전하게 된다. 당장 이번 조례 통과로 올 하반기부터는 모두 7개 시·군의 농업인 대상으로 1단계 사업이 시행된다.

▲ 경기도의회 기본소득위원회 백승기 위원장(도 농정해양위원회 부의장)

백승기 의원은 “모든 경기도 농업인을 대상으로 하지 못한 점이 아쉽지만, 경기도 전체에 농민기본소득을 지급하려면 약 1800억 원의 예산이 필요한데 빠른 시일 내에 경기도 전체로 확대되도록 노력하겠다”며 “경기도가 이를 핑계로 다른 농업 관련 예산을 삭감하지 못하도록 도 농정해양위에서 세심하게 살피겠다”고 각오를 피력했다.

농민기본소득에 참여의사를 밝힌 경기도 각 시·군 역시 도에 발맞춰 조례안을 마련해 입법 예고하고 추경예산을 통해 예산 확보에 나서는 등 농민기본소득 사업 시행을 위해 잰 걸음에 나섰으며 올해는 10월부터 시행 예정이라 3개월 사업비를 확보하게 된다.
백승기 의원은 “앞으로 남은 과제는 재정이 열악한 농촌지역 시·군을 위해 도비의 매칭 비율을 5:5로 명문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는 현재 조례안에는 재정 부담에 대한 명문화가 돼 있지 않아 추후 시·군에 사업비를 더 부담시킬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무엇보다 경기도가 농업인 개개인에게 수당을 지급하는 방식의 농민기본소득의 물꼬를 틈으로써 현재 다른 지자체에서도 농민수당의 지급을 농가당 지급이 아닌 개인 지급 방식으로의  요구가 더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 전북도에서는 농민수당 지급을 여성농업인 소외가 없도록 개인으로 지급하자는 개선안이 주민발의로 준비 중이다. 또 지난 4일 농민기본소득강원운동본부는 강원도청 앞에서 농민기본소득 법제화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갖는 등 앞으로도 도농격차를 해소하고 농민기본소득을 보장하는 차원의 농민기본소득 보장의 요구는 더 거세지리란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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