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구 조화의 마을기업-경북 영덕 ‘양지마을농업법인’

도농간 소득격차만큼 농촌도 영농규모에 따른 소득격차가 크다. 중대형 농가는 시장과 소비자의 변화에 발빠르게 대응하며 성장에 성장을 거듭할 수 있는 노하우를 갖출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한 이들도 엄연히 존재한다. 특히 코로나19로 비대면경제가 더욱 활발해지면서 이런 소농과 고령농업인 등 판로개척에 취약한 이들에겐 몇 배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이에 경상북도는 농식품유통교육진흥원을 통해 유통취약마을을 선정해 조직화와 교육, 농산물 집하와 상품화 지원, 물류지원 등을 돕고 있으며, 특히 여성관리자를 둬 주민 모두가 상생하는 마을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 80대 중반의 한수연 할머니는 고사리와 땅콩, 마늘 등의 농사를 지으며 사이소를 통해 600만 원의 매출을 올렸다.

“팔아봤자 얼마나 남겠노”란 의문 잠재우며 높은 소득 보장
‘사이소’에서 다양한 할인행사로 완판행진…참여농가도 늘어

달산마을 농산물이 전국으로~

▲ 백운영 대표

경북 영덕 양지마을농업법인 백운영 대표(사진) 귀농의 시작은 7년 전 부모님 일을 잠깐만 거들어 드리기 위해 내려온 것이었다. 추광과 황금, 항암배추 등 30년 이상 배추를 생산한 부모님은 2012년 절임배추 공장을 마련했다. 주왕산 자락 고랭지배추에다 한우우분과 왕겨톱밥의 친환경 농법으로 만든 자신감으로 시작한 도전이었다. 조금씩 입소문이 퍼지며 전국에서 찾는 고객들이 늘기 시작했다. 부모님이 작업량을 감당할 수 없기도 했었고, 젊은 감각을 최대한 살릴 수 있는 유통과 마케팅, 그리고 HACCP 인증 등의 업무를 맡을 사람이 필요하던 참이었다. 백 대표 합류 이후 소득도 안정화되고 친환경으로 키운 배추로 만든 절임배추 공장으로 알려지면서 전국에서 많은 이들의 방문도 이어졌다.

“직접 재배한 배추로 만든 절임배추가 쉽지 않은 과정의 연속이지만 그래도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것 같아 귀농을 잘했단 생각이 들었어요. 홈페이지도 내실화하고 결제시스템도 갖추면서 여러모로 편해졌어요.”

하지만 아쉬움은 있었다. 고향마을이 있는 달산면이 영덕의 9개 읍면 중 가장 소득이 낮아 다른 면과 통합해야 한단 이야기가 나올 정도였다. 그야말로 고향마을이 존폐위기에 있다는 게 백 대표의 생각이었다. 그래서 우리 가족뿐 아니라 전체주민의 소득을 높여 고향마을을 지켜야겠단 결심으로 이어졌다. 그때 알게 된 게 경상북도 농식품유통교육진흥원의 유통취약농가 판로확대지원사업이었다.

“70~80대 할머니들이 뼈 빠지게 농사지은 걸 팔 곳이라곤 5일장이뿐이었요. 그걸 죄다 이고 지고 한보따리를 가져가봤자 손에 쥐는 건 푼돈이라 안타까웠는데 사이소의 이웃사촌행복마을 코너에 우리 달산마을을 검색하면 제품들이 쫙 나와요. 처음엔 ‘팔아봤자 얼마나 남겠노?’라던 어르신들이 몇백만 원의 수익이 나오니까 놀라시며 다른 어르신들도 맡기기기 시작하셨어요.”

어르신들이 물건을 가져다주면 검수와 포장, 그리고 제품설명과 직접 쓴 손편지까지 동봉하는 일 모두가 백 대표의 몫이다. 그런 노력을 알아본걸까. 작년 40농가가 참여하던 것이 올해는 3농가가 더 참여하기로 했다. 소농과 고령의 농업인이 혜택을 봐야 한단 취지를 지키기 위해 대농들은 제외시켰는데도 말이다.

마을 위해 손해 감수
경북고향장터 온라인 사이트인 ‘사이소’에서 달산마을을 검색하면 16가지의 제품들을 확인할 수 있다. 햇고춧가루부터 마늘과 호두, 콩과 자연송이 등이 올라와 있고, 완판된 것도 꽤 된다. 특히 4인가족이 한번에 먹을 양의 송이로 만든 이른바 컵송이는 불티나게 팔려나갔다. 거기다 지난해엔 수확철 불어닥친 태풍으로 낙과가 유독 많았는데 주스용으로 팔 수 있었던 것도 사이소 덕분이었다. 버릴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 농가입장에선 돈을 떠나 큰 도움이 됐다는 게 백 대표의 설명이다. 거기다 할인금액 지원과 제철 농산물은 월요특가로 할인을 진행함으로써 물량을 충당하지 못할 정도인 건 사이소가 존재했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하지만 어려움도 있었다. 제품포장과 검수 이외에도 사이소에 올리기 위해 필요한 상세페이지 제작과 사진촬영 등 많은 업무에 비해 관리자로 지원되는 금액은 한달에 50만 원이다. 정산과정을 잘 몰라 난처한 경우도 있었다.

“보통 지급까지 2달이 걸리는데 어떤 어르신에겐 제 사비로 돈을 드린 적이 있어요. 근데 사이소에 올렸던 제품이 아직도 다 팔리지 않아 제 돈을 다 돌려받을 수 있을지 몰라요. 그 사정을 어르신에게도 말씀드릴 수 없어 제가 손해를 떠안아야 할 것 같아요.”

수십년간 얼굴을 봐온 사이라서 섣불리 돈얘기를 하기 쉽지 않은 게 백 대표의 고민이다. 그럼에도 많게는 800만 원까지 소득을 올린 어르신도 있을 정도로 주민들의 소득이 안정화되면서 고향마을을 지킬 수 있단 희망을 봤다며 작은 손해는 감수하겠다는 백운영 대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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