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계절밥상 - ‘자연스럽게 먹습니다’ 저자 이정란이 전하는 5월의 텃밭& 요리 이야기

도시에서 텃밭을 하는 이들은 주로 주말농장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 3월 말이나 4월 초 즈음 농장이 개장을 하면 감자와 완두콩을 가장 먼저 심고, 잎채소들의 씨앗을 파종하기 시작한다. 이때 마음이 앞선 이들은 모종가게에 일찍 나와 있는 토마토와 고추, 가지 등의 모종을 구입해 심기 시작한다.
하지만 4월은 아직 아침, 저녁으로 일교차가 심해 새벽의 기온이 영하로 떨어질 수 있어 일찍 심은 작물들은 냉해를 입기가 쉽다. 상추나 쑥갓, 겨자 같은 잎채소들은 서늘한 기후를 좋아하기 때문에 추위를 견딜 수 있지만 토마토, 고추, 가지 같은 열매채소들은 양기가 강한 시기에 자라는 작물이라 대부분 추위에 견디기가 힘들다. 

입하 지나 모종 심어야 냉해 없어
5월이 되면 냉해는 대부분 사라지기 때문에 모종을 심는 경우엔 입하(立夏)를 지나 심는 것이 안전하다.
지난해 4월은 봄가뭄과 늦서리로 일찍 파종한 잎채소들의 성장이 더디었고, 하지(夏至)이후 지속적으로 내린 집중호우 때문에 농산물 가격이 급등하기도 했다. 이렇게 우리의 삶에 있어 기후는 곧 식량문제와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기후위기’라고 불리는 지난해 기후현상은 자연이 우리에게 보내는 신호인 듯하다.

입하(立夏)는 5월5일 즈음으로 ‘여름이 일어선다’는 뜻이다. 입하가 되면 들나물들은 꽃대가 올라오고 억세져 먹기가 힘들지만 지난달 씨앗을 뿌려 놓은 잎채소들은 밥상에 오르니 바야흐로 텃밭의 시대가 오고 있음을 느끼게 된다.
질경이, 비름, 명아주, 괭이밥, 뽀리뱅이 같은 자생초들도 함께 자라니 작물의 성장을 위해서 부지런히 뜯어 밥상에 올린다.

소만(小滿)은 5월21일경으로 만물이 생장해 가득 찬다는 뜻이다. 즉, 여름 기운이 차오르며 농사의 시작을 알리는 시기다.
입하가 지나고 모종으로 심은 토마토, 가지, 오이, 고추, 참외, 애호박 같은 작물들은 어느정도 자리를 잡아간다. 이 시기엔 튼튼하게 자랄 수 있도록 버팀목도 세워주고 영양이 줄기가 아닌 열매로 많이 가도록 하기 위해서는 곁순도 따줘야 하고 북주기도 잊어서는 안된다. 특히 토마토는 곁순이 눈에 뛸 때마다 따 주어야 열매가 크게 성장할 수 있다.

솎아낸 채소는 비빔밥·샐러드로 이용
지난달 씨앗을 뿌린 상추, 쑥갓, 아욱, 근대, 열무, 얼갈이, 루꼴라 같은 잎채소와 뿌리가 생기기 시작한 당근도 부지런히 솎아내 공간을 내준다. 솎아낸 채소는 버리지 말고 비빔밥이나 샐러드로 이용한다. 솎은 채소는 마트에서 구입하기 힘든 것들이라 이시기 텃밭인들만이 누릴 수 있는 호사다.
라일락꽃이 한창때를 보내고 나면 찔레꽃에 이어 아카시아향이 코끝에 전해진다. 꽃들은 자기 순서를 어찌 알고 기다렸다 피어나는지 자연은 참으로 신기하기만 하다.

 

5월의 제철요리 - 텃밭채소 라이스 샐러드

▲재료  현미 1/2컵, 수수 1/4컵, 통밀 1/4컵, 과일무 약간, 텃밭채소 모듬(텃밭 잎채소, 쪽파), 텃밭채소 꽃(생략가능), 호두 5개
▲소스  올리브유 3큰술, 들기름 1큰술, 소금 2꼬집, 후추 약간, 레몬즙 2큰술

▲만드는 방법
1. 현미와 수수, 통밀은 깨끗이 씻어 하룻밤정도 불린다.
2. 불린 라이스와 동량의 물을 냄비에 넣어 느리게 밥을 짓는다.
3. 과일무는 굵게 채썰어 준비하고, 쪽파는 굵게 다진다. 호두는 흐르는 물에 한번 씻어 마른팬에 볶아 먹기 좋게 자른다.(쪽파 대신 서양파인 ‘차이브’를 사용해서 좋고, 약간의 허브를 사용해도 좋다. 호두가 없다면 슬라이스 아몬드나 잣을 사용해도 좋다.)
4. 고슬고슬하게 지어진 라이스와 굵게 다진 쪽파, 호두를 볼에 담고 올리브유, 들기름, 소금, 후추를 뿌려 가볍게 섞어준다.
5. 깨끗이 씻은 잎채소와 텃밭채소 꽃은 물기를 제거하고 볼에 담아 레몬즙을 뿌리고 가볍게 섞어준 후 그릇에 담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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