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명견 교수의 재미있고 유익한 옷 이야기(104)

"세계1위 플라스틱 사용국
우리나라가 아직껏 외국서
재생페트병을 수입해서야..."

최근 여러 플라스틱 가운데 쓰고 버린 페트병이 크게 관심을 모으고 있다. 플라스틱은 인류 최고의 발명품 중 하나이지만, 그것들이 이제 지구의 고민거리가 되고 있음은 이미 뉴스가 아니다.

플라스틱은 생산 과정에서부터 온실가스를 발생해 지구온난화를 불러온다. 또한 쓰고 버린 플라스틱들은 미세플라스틱이 돼 토양을 오염시키고, 바다로 흘러간 미세플라스틱은 물고기 먹이가 되고, 그 고기를 사람이 먹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2050년까지 전 세계 플라스틱 생산량이 250억 톤을 넘어서 현재 생산량인 83억 톤의 4배에 달할 것으로 전망한다. 앞으로도 플라스틱 수요는 커져 가며 인류의 생명을 위협할 것이다. 때문에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고 쏟아져 나오는 플라스틱 쓰레기의 재활용은 인류를 살리기 위한 절대 과제가 됐다.

그러나 플라스틱은 소재가 다양한데다 동일 소재라도 가공 방식과 첨가제에 따라 각기 달라지기 때문에 재활용이 쉽지만은 않다. 다행히 생수를 담는 페트병들은 원료의 종류도 같고, 순수하고 깨끗해 고품질의 재활용 재료가 되고 있다. 폴리에스터로서 각종 스포츠웨어는 물론 레깅스, 가방 등에 사용된다. 심지어 블랙야크는 국방부 장병과 경찰청 직원들의 활동복으로 1만2000여 벌의 투명 페트병 재활용 의류 제작을 주문받기도 했다. 바야흐로 세계가 페트병을 이용한 리사이클 섬유 붐을 이루고 있어 공급이 달리는 상황이다.

페트병 재생 섬유의 폭풍 성장이 예견되기까지 한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나이키·아디다스 등을 비롯한 세계적인 스포츠 의류 업체는 물론, 유명 패션브랜드들이 폐페트병을 활용한 리사이클 섬유 소재가 아니면 신규 오더를 기피하고, 자라를 비롯한 글로벌 SPA 브랜드까지 리사이클 소재가 아니면 아예 오더를 않겠다고 할 정도다.

국내에서도 효성티엔씨(리젠)와 휴비스(에코에버) 두 곳에서 폐페트병을 사용해 원사를 생산하고 있다. 그러나 효성은 월200톤 규모의 칩을 일본에서 수입하고, 휴비스는 태국에서 월 50톤 규모를 들여와 생산 섬유를 국내외에 공급한다고 했다. 이 나라에서 연간 약 50억 개 정도의 페트병이 생산돼 지천으로 널려 있는데도 의류용 원료 칩을 수입할 수밖에 없는 것은, 국내 페트병이 각종 색상을 입힌 유색인데다 마개도 각색이며 인쇄된 부착물들이 붙어 있어, 불순물이 많아 의류용 소재로는 사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환경부가 팔을 걷어붙였다. 늦은 감이 있지만, 지난해 12월, 환경부는 ‘투명 페트(PET)병 별도 분리 배출 의무화’라는 ‘칼’을 뽑아들었다. 아파트 단지에서 이를 제대로 지키지 않으면 내년 6월까지의 계도 기간을 거쳐 과태료를 매길 방침이라 했다. 그렇게 투명 페트병 재 사용량을 작년 연 2만8000톤에서 내년엔 10만 톤 이상으로 늘린다는 계획이지만 얼마나 실효를 거둘지는 미지수다. 문제는 국민들의 의식이 바뀌어야 하고 협조가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옷에 대한 생각도 달라져야 한다. 같은 옷이라도 지구를 살리고 후손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옷을 생각할 필요가 있다. 세계1위의 플라스틱 사용량을 기록하는 우리나라가 아직껏 일본·대만 등지에서 재생페트병을 수입해서 쓴대서야 말이 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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