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칼럼
농촌여성이 소중한 ‘효문화’ 확산에 앞장서자박옥임 순천대학교 명예교수/사회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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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1.04.30  11: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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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중하게 지켜온 효가
봉건적인 잔재로 여겨지고
사라져가는 시점에
묵묵히 효를 실천하는
농촌여성들이 건재하니
얼마나 다행인가...

농촌여성들이 자연스럽게
일상에 녹아있는 효의
참된 가치를 지키고 확산하는데
앞장서야 한다..."

   
▲ 박옥임 순천대학교 명예교수/사회학

5월은 가정의 달이다. 5일 어린이날로부터 시작해 8일 어버이날, 17일 성년의 날과 21일 부부의 날이니 왜 가정의 달이라 하는지 고개가 끄덕여진다. 어린이와 성년이 된 자녀와 어버이와 부부 등 개인의 발달과정과 가족구성원들이 각자의 위치에서 역할을 잘 수행하고 있는지 다져보는 좋은 기회다. 하지만 우리의 전통인 효 문화가 점점 사라져가고 있는 현실이 매우 안타깝다.

어린 시절 어버이날이 되면 목청껏 불렀던 ‘어머니의 마음’ 노래가 생각난다. ‘낳실 제 괴로움 다 잊으시고 기르실 제 밤낮으로 애쓰는 마음~’을 부르다가 ‘손발이 다 닳도록 고생하시네~’부터는 눈시울이 뜨거워지고, 마지막 구절인 ‘어머님의 사랑은 가이 없어라~’에서는 목이 메어 끝까지 다 부르지 못했던 기억이 새롭다. 이런 느낌은 모두가 겪어 봤을 경험이다. 이 나이가 돼도 가끔 부모님 생각에 흥얼거리면 여전히 같은 감정이 반복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우리는 예부터 충효(忠孝)를 강조하는 전통문화를 지닌 민족이다. 충이 나라와 민족을 위한 공적 의로움이라면, 효는 부모와 친족 간의 공경을 강조하는 사적인 가치로 중요하게 여겼다. 과거의 효가 가족 간 상하관계로서 질서와 규율의 기둥으로 삼았다면, 오늘날의 효는 인간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배려의 가치라고 할 수 있다. 효는 자신을 겸손하게 하는 사회적인 예의이자 자신과 가족 모두가 기본적으로 갖춰야 할 성품이자 인격이다.

고금을 통해 가장 존경받는 여성인 신사임당은 아들인 율곡 이이가 3년 동안 여묘(廬墓)살이를 하면서 어머니를 기리는 <신사임당 행장기>를 남긴 효행으로 100년이 훨씬 지난 후에야 널리 알려지게 됐다. 신사임당도 시가와 친정부모에게 극진한 효를 실천했으며, 당시의 엄격한 신분사회에서 낮은 위치의 사람들에게도 함부로 대하지 않았다. 이러한 인격적인 성숙함과 솔선수범이 이이, 이우, 이매창 등 자녀들에게 본을 보여 훌륭하게 성장시킨 현모의 표상이자 귀감으로 자리하고 있다.

이처럼 효는 강요나 의무가 아니라 자기 자신을 다스리는 인품의 드러남이고, 자기 인생을 주체적으로 사는 사람들의 공통적인 행동양식이다. 부모가 자녀를 공부시키는 것은 단순하게 지식의 습득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인격 형성이 더 큰 목적이다. 아무리 많이 배우고 경제적으로 풍족한들 인간을 배려하는 기본적인 따뜻함과 사랑이 없으면 결국 무용지물이 되고 만다. 지식을 개인의 영달이나 돈벌이에만 집중한다면 얼마나 무가치한 일인가.

오늘날 생활 자체가 복잡해지고 삶의 여유가 없는 현대인에게 효의 이야기는 고리타분한 구시대 덕목으로 비춰질 수 있다. 그렇지만 세상에 변하지 않는 진리의 가르침이 있다. 남에게 좋은 일을 하면 집안에 경사가 끊이지 않고 후손도 잘 된다는 ‘적선지가 필유여경’(積善之家 必有餘慶)이라는 말이 있다. 인간관계의 핵심이자 최고의 가치를 이른 이 경구는 바로 가족과 이웃과 지역의 구성원들을 배려하고 존중하는 효의 가치와 일맥상통한다고 볼 수 있다.

가정의 달인 5월을 맞아 우리가 소중하게 지켜온 효가 봉건적인 잔재로 여겨지고 사라져가는 시점에 묵묵히 효를 실천하는 농촌여성들이 건재하니 얼마나 다행인가. 갈수록 경쟁으로만 치닫고 있는 비인간적인 사회에서 그나마 우리 농촌여성들이 인간을 존중하고 상대를 배려하는 효문화를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는 농촌여성들이 자연스럽게 일상에 녹아있는 효의 참된 가치를 지키고 확산하는데 앞장서야 한다. 그리하면 과거의 억압적인 개념의 효가 아니라 상대를 위하는 것이 곧 나를 위한다는 상생의 소중한 덕목으로 자리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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