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지랖이 넓은 사람을 좋아한다. 세상일에 관심이 많아 여기저기 기웃거리는 그 태도를 사랑한다. 태생이 자기중심적이라 취향이 확고하고 호불호가 강한 나는 열린 마음으로 세상을 대하는 그들이 신기했다. 갖지 못한 것에 대한 열망일까. 학창시절 내내 붙어 다녔던 친구도, 존경하는 선생님도, 처음으로 사랑했던 연인도 모두 오지랖이 참 넓은 사람들이었다.

그런데 내가 아는 최강 오지라퍼는 바로 농촌여성들이 아닌가 싶다. 생활개선회장과 함께 차를 타고 이동하다 도로에 압정처럼 뾰족한 것이 잔뜩 쏟아지는 것을 본 적이 있는데, 나라면 분명 요리조리 피해 가는데 급급했을 테지만 생활개선회장은 기꺼이 차에서 내려 도움을 줬다. 자신의 시간과 수고를 타인에게 내주는 그 에너지가 새삼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생활개선회원들이 더 깨끗한 지역사회를 위해 환경정화 활동에 나서고, 이웃의 독거노인 가정에 방문해 낡은 벽지를 바꾸고, 요양시설에서 즐거운 시간을 함께 보내는 것 또한 모두 애정 깃든 오지랖이 있기에 가능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이들의 오지랖이 좋다.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세련된 태도와는 거리가 멀지라도, 인터뷰 도중 궁금증을 못이기고 불쑥 사적인 질문을 던져도, 내 사정을 제 일처럼 걱정해주며 호탕한 웃음으로 다음을 기약하는 그들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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