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FTA시대 디지털경쟁력 강화에 나선 여성들··· (2)경북 경주 영림농원 강문희 ․ 안영림 부부

FTA(자유무역협정) 확대로 농산물도 세계가 무한경쟁 시대에 돌입했다. 이를 극복할 핵심은 농업의 경쟁력 강화에 있으며 전통적인 생산에서 탈피해 생산 ․ 가공 ․ 유통까지 과학기술을 적용한 기술혁신이 필요하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장마 등 이상기후로 농산물의 생산량이 줄어들면서 농산물 가격이 올랐고 식량안보의 중요성이 부각됐다. 농산물도 공산품처럼 적정량의 생산과 유통 시스템을 갖춰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농업의 디지털화는 필수적이다. 스마트팜 등 디지털 농업을 도입해 안전하고 안정된 농산물 생산과 유통으로 농업의 미래를 열어가고 있는 여성농업인들을 만나봤다.
▲ 토경 토마토 농사에서 스마트팜으로 변경해 5년째 유럽형 완숙 토마토를 생산하며 소득 60% 향상을 가져온 강문희․ 안영림 부부

트렌드 변화에 따른 토마토 품종 선택해 연중 생산체계 구축

흙 밟을 일 없는 깔끔한 농장에서
쪼그려 앉지 않아도 돼 농장일 한결 수월,
눈이 오나 비가와도 날씨 걱정 없이 농사
 

형산강이 흐르는 경북 경주 안강읍은 예로부터 토마토 농사가 많은 지역이다. 25년 전에 고향인 경주로 귀농한 안영림 씨는 아내 강문희 씨와 함께 토마토와 딸기․ 메론 등 여러 종류의 작목을 20년간 재배해왔다. 아이들 교육과 네 식구가 생활하기 위해 여러 품목의 작목을 돌아가며 쉬지 않고 농사지어야만 수익을 낼 수 있는 구조였고, 누구보다 가장 힘든 사람은 아내 강문희 씨였다. 농사 품목이 많다보니 살림하랴 농사지으랴 여기저기 아픈 곳도 많고 힘에 부쳤다.

“농사는 하늘과 동업해야 한다”는 말처럼 특히 토경 토마토 농사는 날씨에 큰 영향을 받는다. 고온다습한 열대야가 이어지고 비라도 많이 내리면 토마토가 다 녹아내렸다. 토마토 연작 피해 역시 큰 걱정거리였다. 동일한 품목을 심다보면 병해충이 심해지는 연작피해가 발생해 장기적으로 농사하기 힘든 환경이 됐다.

“20년 동안 농사를 해왔기에 나름 전문가라 자부했지만 농사일은 해가 갈수록 힘겨웠죠.”
부부는 돌파구를 찾아야만 했다.

#스마트팜 교육에서 답 찾다
아직 젊으니 오랫동안 힘들지 않게 농사지을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자”는 강문희 씨의 권유로 경주시농업기술센터에서 스마트팜 교육을 받으며 안영림 씨는 답을 찾았다.

마침 경북도는 농업의 새 활력을 얻기 위해 수경재배시범사업 공모로 시범사업을 시작했고 이 사업이 스마트팜 선도그룹을 형성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안영림 씨는 교육 후 공모사업을 통해 수경재배 설비와 양액기는 물론 온실구축까지 한 케이스다.

현재 강문희 씨 부부는 2000평 스마트팜 온실을 구축해 농사하고 있다. 환경제어기와 센서를 갖춰 적정 온도를 유지하고 건조할 때 미스트를 뿌려주는 자동제어 강치를 갖춘 시설에서 유럽형 적색계 토마토를 생산하고 있다.

온실 형태는 벤노형하우스 구조로 유리온실 대신 비닐로 삼각형 형태의 비닐온실을 만든 형태로 빛 차광률이 일반 온실에 비해 월등히 좋다. 1000평 스마트팜 구축에 농지를 제외하고 5억~6억 원 정도의 비용이 소요된다. 2000평 규모를 갖춘 강문희 씨 부부는 스마트팜 구축과 시설에 약 10억 원 정도를 투입했고, 절반은 정부 지원을 이용해 자부담은 절반이 들었다. 이렇게 과감히 거금을 투자할 수 있었던 것은 미래에 대한 투자라 생각해서다.

현재 부부의 토마토 판매 매출은 1000평 기준으로 한해 1억7000만 원이다. 2017년 스마트팜을 시작하면서부터 매해 매출이 20%씩 상승했고, 이중 순 소득은 50%로 토경 농사때에 비해 60%의 소득 향상을 가져왔다.

“매년 성장세를 기록하다보니 자신감도 생겼고, 올해는 기술 안정화에 목표를 두고 있습니다.”

하지만 부부는 스마트팜에 대한 사람들의 착각을 경계했다.

“스마트팜이면 모든 게 자동화된 것으로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많아요. 물론 스마트폰으로 환경제어는 가능하지만 사람이 하는 일은 여전합니다. 토마토 수확과 유인작업 순 자르기와 적엽 등은 직접 사람 손으로 직접 해야 하죠.”

스마트팜을 설명할 때 마치 자동으로 모든 것이 이뤄져 사람은 손가락만 움직이면 다 된다는 것은 착각이란 게 안영림 씨의 설명이다.

>>기술 집약적 스마트농업 주목
>>스마트팜 육성으로 지속가능한 농업의 미래 연다

 

#요리에 좋은 유럽형 완숙토마토의 가능성
토마토는 채소로 분류된다. 특히 요즘은 건강식으로 알려져 과일처럼 생으로 먹기보다는 샌드위치나 햄버거 파스타 등 젊은이들이 좋아하는 다양한 요리에 쓰인다.

토경재배로 생산되는 토종 토마토는 물기가 많고 당도가 높아 생으로 먹기 좋지만. 유럽형 적색계 토마토는 껍질이 두껍고 단단해 보존 기간이 긴 게 장점으로 각종 요리에 사용된다.

부부의 농장에선 토마토를 9월에 정식해 다음해 8월까지 꾸준히 수확한다. 토경 재배는 병도 많고 난방비도 많이 들지만 정작 토마토는 4단 재배가 고작이었던 반면에 스마트팜 토마토는 25단에서 많게는 32단까지 재배가 가능하기 때문에 일 년 내내 수입이 발생한다. 대신 일년 내 작업을 해야 한다.

부부는 스마트팜 농사법을 배우러 온 인턴 2명과 함께 농장을 운영하며 서울가락시장을 비롯해 지역 공판장과 포항의 로컬푸드직매장에 토마토를 내고 있다.

 

#농사법이 바뀌어야 경쟁력 있다

▲ 환경제어 등의 장치를 다루는 일은 꼼꼼한 강문희 씨의 몫이다.

스마트팜 운영에 있어 부부는 일을 각각 분담하고 있다.

스마트팜의 환경제어와 토마토 출하는 강문희 씨가 담당하고 있다. 환경제어를 위해선 꼼꼼하게 그날그날의 해가 뜨는 시간과 일몰 시간, 날씨 등의 데이터를 숫자로 입력해야 한다. 토마토 출하 때 도매시장과 공판장의 시세를 비교해 어디로 출하할지 결정하는 것도 강문희 씨의 몫으로 소득을 위해 중요한 부분이다.

“지방에선 알이 굵은 토마토를, 도시지역은 1인가구가 많아서 알이 작은 토마토를 좋아하는 경향이 있어 출하도 지역을 구분해 하고 있죠.”

▲ 스마트팜으로 전환하며 날씨에 노심초사 하던 일이 없어져 마음 편하게 농사하고 있다. 온도를 맞춰주는 배관은 전동리프트가 다니는 길이 되기도 한다.

소비트렌드에 맞춰 세심하게 시장 가격을 비교하며 높을 가격을 받을 수 있는 곳에 출하한다. 남편인 안영림 씨는 작물재배 전반과 인력 관리를 맡아 생산부분을 전담하고 있다.

“원하는 대로 작목을 키울 수 있는 게 가장 좋아요, 주먹구구가 아닌 데이터 기반의 농사 전문가로 거듭났고 자신감도 갖게 됐죠.”

부부는 토경 토마토에서 스마트팜으로 전환할 때만 해도 ‘맨땅에 헤딩’하는 기분이었지만 이젠 기술로 승부하는 농가로 자리 잡았다는 자긍심이 생겼다.

“농사가 바뀌어야 해요. 젊었을 때는 힘든 농사도 가능하지만 나이가 들어도 충분히 할 수 있도록 스마트팜으로 바꾸길 잘한 것 같아요.”

▲ 사무실 한편에는 삶의 여유를 찾은 강문희 씨가 취미로 그린 그림을 걸어놓을 여유가 생겼다.

안영림 씨는 깔끔해진 농장 사무실에 아내가 그린 그림을 여러점 걸어놓았다. 예전엔 여러 종류의 품목을 농사짓느라 쉴 틈 없었던 강문희 씨가 여유를 갖고 취미로 좋아하는 그림을 그릴 수 있어 무엇보다 흐뭇하다고 귀띔한다.

 

 

 

 

□  담당자의 의견-경주시농업기술센터 양승우 시험연구팀장

▲ 경주시농업기술센터 양승우 팀장

재배기술+교육의 힘으로 스마트팜에 안착

경주시농업기술센터는 스마트팜 교육장 온실을 소규모로 만들어 직접 몸으로 부딪치는 현장형 이론과 실습 교육을 준비하고 있는 중이다.

무작정 뛰어들면 안 되고 현장 답사는 필수적이기 때문으로 철저히 현장교육을 준비해 많이 배울수록 유리한 게 스마트팜이다. 강문희 씨 부부는 20년 농사의 토마토 재배 전문가인데다 컴퓨터와 기계를 다루는 능력이 있어 스마트팜에 쉽게 안착할 수 있었다.

스마트팜은 관행대로 감으로 하는 농사가 아닌 양액과 온습도 등이 모두 정량화된 데이터기반의 농사로 아무래도 젊은 사람들이 유리한 측면이 있다. 강문희 씨 부부는 기술센터의 도움으로 3년간 컨설팅을 받으며 재배기술 등의 문제를 업그레이드 해왔다. 꼼꼼하게 교육 내용을 잘 실천하고 매년 성장해 가는 부부를 보며 스마트팜의 희망찬 미래를 점쳐본다.

 

□스마트팜 컨설팅 해보니-써브스트라투스코리아 김성은 대표

▲ 써브스트라투스코리아 김성은 대표

여성에 더 유리한 스마트팜

스마트팜을 구축한 농가는 무엇보다 소득이 향상된 것을 가장 좋아한다. 몸 보다는 기술을 쓰는 농사라 처음엔 어려울 수 있으며, 노동 강도는 절반으로 줄어들지만 노동량은 늘어나는 점은 숙지해야 한다. 스마트팜에서 키운 농작물은 성장 속도가 2~3배 빠르니 평균 수확량도 그만큼 늘어나고 노동량도 늘 수밖에 없는 구조다. 스마트팜을 얘기할 때 사람의 노동량은 고려하지 않고, 기계화된 부분만 부각돼 가끔 오해가 생기기도 한다.

반면 노동 강도는 약해지고 편리해졌기에 여성들에게 유리하다. 그동안 쪼그려 앉아 농작물을 심고 키우던 일을 도맡아 하던 여성농업인들의 노동 강도가 약해지기 때문이다. 스마트팜은 깨끗한 환경을 만들수 있어 여성들이 더 좋아한다.

무엇보다 스마트팜을 처음 시작할 때 자본 소요가 많고 기술과 지식이 필수이므로 교육은 필수적이다. 시설원예재배기술컨설팅업체인 써브스트라투스코리아에선 온실시설 ․ 작물재배 양수분․ 병충해 관리 등 스마트팜 작물재배에 대한 농가의 어려움을 도우며 머리 쓰는 농사인 스마트팜의 국내 정착과 미래농업의 방향을 제시해 가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 농촌여성신문 공동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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