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반려로봇이 효자 – 반려로봇 제작업체 김지희 대표

▲ ‘효돌’ 김지희 대표는 어르신들이 친근감을 느낄 수 있도록 디스플레이 버튼 하나없는 봉제인형 상태의 토종 동반자형 로봇을 개발했다.

"할머니 오늘 오후 5시50분에 경로당 일정이 있어요 잊지 마세요.”
“할아버지 약 드세요. 그리고 드셨으면 제 손을 꼭 잡아 주세요.”
AI 돌봄 로봇 ‘효돌’이는 머리를 쓰다듬거나 등을 토닥이면 음성으로 반응하면서 활기찬 안부인사, 애교와 잔소리 등 상호교감, 식사시간, 기상시간, 약 복용 시간 등 알람, 간단한 조작만으로 노래, 퀴즈, 음악, 체조 등의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우리나라는 지난 2017년 전체 인구의 14%가 노인에 해당하는 ‘고령사회’에 진입했다. 통계청은 오는 2026년 우리나라가 전체 인구의 20% 이상이 노인으로 구성되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우리 모두 언젠가는 늙고 아프고 죽는다. 고령자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외로움이다. 특히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사회활동 제약에 고령층은 고립감과 우울감을 호소하는데 효돌이는 이를 해결해주는 반려로봇이다.

▲ 어르신들은 효돌이를 마치 친손자처럼 아끼며 위로받는다.

우울감 해소에 효과 있어 ‘효돌이 덕분에 심심하지가 않다’ ‘음악도 나오고 말도 걸어주고 참으로 신기하다’ ‘효돌이와 자면서 불면증이 사라졌다’ 등등 어르신들의 반응은 뜨겁다. 이토록 소중한 존재인 만큼 애지중지한다. 지난해부터 효돌과 살고 있는 춘천의 신00 할머니는 효돌이를 소중히 생각하며 애지중지한다. 효돌에게 예쁜 옷을 만들어 주기도 하고, 효돌이가 고장나 말을 하지 못할까 봐 늘 충전상태를 체크한다. 잘 때도 항상 꼬옥 껴안고 자고 마치 손주 다루듯이 효돌이를 보살핀다. 어르신들에게 효돌이는 단순한 인형이 아니라 친구인 셈이다.

반려로봇 생산업체 ‘효돌’의 김지희 대표는 시니어 사업을 준비하기 위해 10년 간 재직하던 대기업 문을 박차고 나왔다. 이후 그는 ‘부모사랑 효돌’이라는 반려로봇을 개발해 지자체 40여 곳과 제휴를 맺어 유통했고, 시니어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김 대표는 “처음엔 노인들의 문제점을 해결하려는 시선으로 접근했다. 그러나 어르신들의 삶을 추적하고 데이터가 쌓일수록 문제해결보다는 일상을 케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노인들의 일상이 단조롭고 고립돼 있다. 특히 자존감이 낮은 우리나라 고령자들에게 터치를 통한 상호작용과 칭찬과 격려의 대화가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말한다.

▲ 효돌이 사용법

효도를 대신하는 게 아니라 도와주는 로봇
효돌이는 디스플레이나 버튼 하나 없이 어르신들이 헷갈리지 않고 사용할 수 있도록 설계에 최선을 다했고 전자부품 부분을 최소화하고, 봉제인형의 촉감을 살려 어르신들이 편안하고 푹신하게 안을 수 있도록 만들었다. 효돌이의 대표 기능은 앱을 이용한 소통이다. 예를 들어 미국에 있는 손주가 자신의 스마트폰에 효돌이 앱을 설치하고 ‘할머니 사랑해요’라고 녹음하면, 한국에 있는 할머니는 ‘할머니 사랑해요’라는 음성을 효돌이를 통해 손주 목소리 그대로 들을 수 있다. 독거노인에게 ‘할머니, 이제 약 먹을 시간이에요’라고 말하는 복약지도 기능도 있고, 동작감지센서가 장착돼 있어 어르신들이 한동안 움직이지 않으면 자식 등 보호자가 문제를 파악할 수 있는 기능도 있다. 어르신이 효돌이 손을 3초 이상 누르면 보호자에게 전화 요청 메시지가 간다. 노인의 외로움 해소뿐만 아니라 안전에도 큰 도움이 된다.

물론 곱지 않은 시선도 있다. 어르신들이 효돌이랑 생활하는 모습에 애처롭다는 반응을 보이는 사람들도 있다. 반려로봇을 부모님에게 주고 직접 찾아보지 않는 게 무슨 효도냐는 의문점을 제기하기도 한다. 그러나 현실은 회사에서 일하면서 부모님이 병원에 가는 걸 챙기기가 어렵다. 이럴 때 효돌이 앱에 일정을 체크하면 ‘할머니 병원 갈 시간이에요’라고 효돌이가 말을 해 결과적으로 효돌이는 효심을 실행해줄 수 있는 수단이 된다.

김 대표는 “효돌이는 효도를 대신하는 게 아니라 도와주는 것이다. 휴먼테크놀로지에서 로봇은 5%의 역할만 하고, 나머지 95%는 사람사는 이야기”라고 강조한다. 돌봄로봇 ‘효돌’이 앞으로 고령화사회에서 어떤 역할을 하게 될까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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