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특집 릴레이인터뷰···여성농업인단체장에게 듣는다(2)-(사)농가주부모임전국연합회 강부녀 회장

▲ 강부녀 회장은 강원도 홍천 서석면에서 수도작과 호박∙오이 등 복합영농을 하는 38년 경력의 베테랑 농사전문가다.
 
뭉치면 힘이 되듯, 여성농업인 권익과 지위향상을 위해 여성농업인단체들의 역할은 컸다. 여성농업인 전담부서 설치와 여성농업인 복지바우처 등의 실효성 있는 정책들도 여성농업인단체들의 끊임없는 노력으로 이뤄졌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성농업인들은 우리의 안전한 먹거리를 책임지며 식량안보에 기여하는 것은 물론 우리의 농촌을 누구나 살고 싶어 하는 곳으로 가꾸고, 우리의 토종종자와 전통문화를 보전하고 이어나가는 동시에, 농촌 돌봄의 사각지대를 보살피는 등 다중한 책무를 맡으며 농촌과 농업의 변화의 한 가운데 있다.
디지털 온라인 세상으로의 급진적 변화가 이뤄지는 요즘 여성농업인의 안정과 삶의 질 향상을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또 여성농업인단체들은 어떤 변화를 모색하고 있는지 여성농업인단체장들과의 릴레이 인터뷰를 통해 알아본다. 두 번째로 농가주부모임전국연합회 강부녀 회장의 목소리를 담았다.
 
영농폐기물 수거사업 ‘영농後 환경愛’ 본격화
‘농가주부모임의 찬饌贊’ 밑반찬 나눔사업 확대
 

- 디지털시대를 맞아 단체는 어떤 역할 변화를 모색하고 있나?

디지털 시대는 결국 변화의 시대다. 우리는 변화를 받아들여야만 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변화를 받아들이고 습득해 좀 더 빠르게 내 것으로 만들어야 이 시대에 적응하며 잘 살아갈 수 있다. 농업에 있어서도 생산과 유통, 소비 전반에서 네트워크와 지식정보를 기반으로 한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되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디지털 농업의 세계 시장 규모는 계속 증가해 전 세계 스마트 농업 시장 규모 또한 2020년 138억 달러에서 연평균 성장률 9.8%로 꾸준히 성장해 2025년에는 22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측했다.

그래서 우리 농가주부모임도 4차산업혁명의 변화와 속도에 대응하고 미래 농업을 이끌어갈 여성농업인이 되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고민하고 있다.

대부분의 회원이 5~60대인 우리 농가주부모임의 가장 큰 올해 목표는 회원 개개인의 역량을 다지는 것이다. 그 첫 번째가 농협교육원에서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시행하는 교육을 통해, 비대면 시대의 농식품 소비트렌드와 유통구조의 변화를 이해하고 스마트 농업 운영을 배우며 스마트팜 현장 교육에 참여하는 것이다. 올해 9월에는 전국연합회 임원과 시도연합회 임원들을 대상으로 한 단체 교육을 신청해두기도 했다.

코로나19 이후 농산물 온라인 판매시장의 급속한 성장에 따라 앞으로도 농축산물의 온라인 쇼핑이 활성화될 것이기에, 교육을 통한 우리의 이런 노력은 각 지역에서 어떠한 방식으로든 온라인사업 활성화를 이뤄낼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이러한 역량은 우리 회원들만이 누리는 것이 아니라 지역사회 모든 구성원들을 위해 골고루 쓰일 수 있게 하려 한다.

 

-여성농업인의 행복과 안전을 위해 꼭 필요한 정책은?

농림축산식품부가 올해부터 2025년까지 5년간 ‘제5차 여성농업인 육성 기본계획’을 시행한다. 여성농업인의 권익 증진과 삶의 질 제고, 전문인력화에 대한 적극적 지원을 통해 건강한 농촌가정을 구현하고, 농업·농촌사회의 발전을 달성하기 위해 5년마다 기본계획을 발표하고 추진하고 있는데 언제나 부족하다는 생각이 드는 건 모든 여성농업인들의 생각일 것이다.

여성농업인의 복지향상과 권익신장, 농작업 부담경감을 위해 예산을 아낌없이 지원하고 안정적 농업소득 보장을 위한 정책이 꼭 필요한데 그 첫 번째가 여성농업인 특수건강검진 도입이었으면 좋겠다. 지금의 일반검진으로는 여성농업인에게 발생하는 다양한 질환의 조기발견에 한계가 있다. 농작업으로 인해 근골격계질환, 호흡기질환, 신경계질환 등은 물론 인수공통감염병, 농약중독이나 사고로 인한 손상도 많다. 더군다나 농촌지역엔 의료시설이 부족해 대다수의 여성농업인들이 건강관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에 꼭 필요하다. 지난해진행한 여성농업인 특수건강검진 시범사업 역시 신체검사 수준에 머물러 단체 차원의 협조 요청에 응했던 시도연합회 회원들로부터 원성을 샀다. 우리 여성농업인들의 기대에 충분히 부응할 수 있는 제대로 된 여성농업인 특수건강검진이 꼭 도입되었으면 한다.

 

-여성농업인 정책 중 가장 실효성 있는 정책이라 여기는 것은?

여성농업인에게 문화 활동 기회를 제공하고 삶의 질 향상과 자긍심을 높이며 농업 육성에 기여하고자 만든 여성농업인 바우처 카드라고 생각한다.

여성농업인은 사면초가에 놓인 우리 농업과 농촌을 지탱하는 한 축으로 중추적인 역할을 해왔다. 우리 여성농업인들이 당당히 농업의 주체로 우뚝 서, 지위를 향상하고 권익을 증진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한 시점에 바우처 카드는 직업인으로서 큰 위안이었고 자긍심이었다. 상대적으로 문화적 여건이 열악한 여성농업인에게 영화관, 스포츠용품 판매점, 미용실, 음식점 등에서 사용할 수 있는 바우처 카드는 그간 도시에 비해 열악했던 농촌의 문화 복지 환경에서 묵묵히 일한 우리 여성농업인들을 격려하는 아주 작은 배려이자 지원이었기 때문이다.

 

-농업∙농촌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단체의 역할과 노력과 성과는?

농가주부모임은 ‘희망드림봉사단’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 한 해 코로나19 바이러스로 고통받는 이들과 또 그들을 돌보는 의료진과 관계자들은 물론, 연이은 가을 태풍으로 인한 낙과 피해로 발을 동동 구르는 우리와 같은 농업인들 곁에도, 폭우와 폭한으로 견디기 힘든 농촌지역의 홀몸 어르신과 소외된 이들 곁에도, 우리 희망드림봉사단이 항상 함께 했다.

올해는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영농폐기물 수거사업 ‘영농後 환경愛’도 본격화했으며, 농촌지역의 홀몸 어르신과 소외계층을 위한 ‘농가주부모임의 찬饌贊’ 밑반찬 나눔 사업도 더 확대했다. 내가 있는 그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여 농촌을 지키고, 지역사회를 돌보며, 내 이웃을 보살피는 일이야 말로 우리 농업과 농촌의 지속가능성을 키우는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우리 농가주부모임 충북도연합회와 충북농협이 함께하는 ‘팜 시그널’도 농업과 농촌의 지속가능성을 키워 온 사업이다. 여성농업인의 노하우와 청년농업인의 아이디어를 합해 농업∙농촌의 밝은 미래를 도모하고 긍정의 신호를 서로 주고받자는 의미로 2019년 새로 시작한 사업이다. 여성농업인과 청년농업인이 만나 '여성농업인 역량 강화 방안'을 주제로 농가 소득 증대를 위한 청년농업인과의 협업 방안을 제시하고 여성농업인과 청년농업인 간의 소통의 문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농업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서는 여성과 청년이라는 새로운 성장 동력과 아이디어가 필요하기에 서로가 미래 농업의 중심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힘을 실어주자는 의도에서 시작한 사업이었다. 코로나19라는 특수한 상황 때문에 확대가 힘들었지만 비대면 방식으로의 전환도 꾀하고 있다.

 

- 여성농업인의 권익 신장과 지위 향상을 위한 방안은?

여성농업인 정책은 많으나 다가가기가 쉽지 않다.

농가주부모임은 ‘아는 만큼 누리는 여성농업인 정책골든벨-知彼知己면 나도 알짜農’ 사업을 하고 있다. 여성농업인의 정책 수혜 소외 해소를 위해 지난해 처음 시작한 사업이다. 여성농업인 관련 정책을 공유하는 사업으로 연속성과 지속성을 유지함으로써 새로운 정책을 발굴할 수 있게 할 뿐만 아니라 우리가 처한 상황에 문제의식을 갖고 여성농업인 정책의 개선사항 또한 요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양성평등 실천을 통해 행복한 농촌을 만들기 위한 노력으로 충남농협과 농가주부모임 부여군연합회는 ‘요섹남! 행복 밥상을 부탁해!’ 사업도 진행했다. 남성농업인과 여성봉사자가 함께 장을 보고, 요리를 하는 실습교육을 진행해 가정생활 내 새로운 요리를 통해 행복한 가정 분위기를 조성하고, 가부장제도 개선에도 기여해 큰 호응을 받았다. 남성들의 가사 분담과 농촌 가정의 평등한 가족관계 구현에도 도움을 줄 수 있었다.

농촌사회에 뿌리 깊게 존재하는 가부장제도를 개선하고 평등한 가족관계 개선을 통해 행복한 가정 만들기라는 큰 의미를 담고 있는 사업이다.

작고 사소한 사업도 지속적이면 성과가 나타난다고 본다. 하루아침에 무엇을 이루기보다 농업처럼 천천히 기다림이 있는 사업으로 보다 행복한 여성농업인과 즐거운 농촌이 되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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