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A시대, 디지털 경쟁력 강화에 나선 농촌여성-①충남 태안 ‘서유채농장’ 홍민정 대표

FTA(자유무역협정) 확대로 농산물도 세계가 무한경쟁 시대에 돌입했다. 이를 극복할 핵심은 농업의 경쟁력 강화에 있으며 전통적인 생산에서 탈피해 생산 ․ 가공 ․ 유통까지 과학기술을 적용한 기술혁신이 필요하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장마 등 이상기후로 농산물의 생산량이 줄어들면서 농산물 가격이 올랐고 식량안보의 중요성이 부각됐다. 농산물도 공산품처럼 적정량의 생산과 유통 시스템을 갖춰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농업의 디지털화는 필수적이다. 스마트팜 등 디지털 농업을 도입해 안전하고 안정된 농산물 생산과 유통으로 농업의 미래를 열어가고 있는 여성농업인들을 만나봤다.

 

▲ 서유채농장 홍민정 대표는 아쿠아포닉스 농법과 스마트팜 등을 통해 국내외 채소와 특수채소, 마이크로 채소 등을 재배하는 선도농업인이다.

아쿠아포닉스·스마트팜 도입 등 새로운 기술에 과감히 도전
샐러드문화의 유럽채소류 키우며 일반소비자 찾는 비중 증가
복합환경제어 시스템 통해 수확량 늘고 수확시기 조절도 가능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농업전망2021에서 농업의 미래를 디지털농업에서 찾아야 한다고 밝혔다. 스마트농업 시장 규모는 지난해 138억 달러에서 연평균 9.8%씩 성장해 2025년이면 22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해외에만 국한되는 얘기가 아니다. 국내도 이미 농업의 디지털 시대 도래는 생산과 유통, 소비 전반에 걸쳐 일어나고 있고, 코로나19로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물론 당장은 코로나19가 국내 농업의 위기요소가 분명하지만 이것을 디지털농업으로 전환하는 계기로 삼는다면 침체에 빠진 상황을 타개하고 새로운 도약대가 될 수 있다. 충남 태안의 서유채농장 홍민정 대표도 농업에 뛰어든지 10년이 채 안 된 초보농부지만 디지털농업을 적극 도입해 성장의 단계를 밟아가고 있다.

▲ 스마트농업의 시장은 전세계적으로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다.(출처:한국농촌경제연구원)

초보농부의 과감한 도전
서유채농장은 2014년 설립됐다. 하지만 지금에 이르기까지 만만치 않은 고배도 마셨다는 홍 대표. 서울에서 대기업을 다니다 연고지도 없는 태안, 게다가 농업지식도 전무하다시피한 홍 대표였지만 오히려 고정관념이 없어 새로운 기술을 쉽게 받아들일 수 있었다. 2013년 무렵 국내에서 생소한 물고기로부터 나오는 유기물질을 미생물로 분해해 식물재배에 활용하고 다시 이를 물고기에게 되돌려주는 순환농법 아쿠아포닉스를 미국에서 배워오면서 서유채농장은 시작됐다.

“아쿠아포닉스를 한다고 했을 때 제대로 아는 공무원도 없었고, 저를 만만하게 보고 사기치려는 분들도 있었어요. 여기가 연고지도 아니니까 조언을 해주시는 분도 없어서 진짜 눈물날 정도로 어려운 상황이 많았었어요.”

하지만 그 시련들은 성장의 좋은 거름이 됐다. 지금은 국내외 신선채소와 특수채소, 마이크로 채소를 재배해 5성급 호텔과 레스토랑, 개인건강을 중시하는 일반고객 등 다양한 곳에서 찾는 농장으로 성장했다.

“주로 유럽 등 외국에서 대중화된 채소류를 키우는데 우리는 쌈문화이지만 유럽은 샐러드문화라 먹는 채소 자체가 달라요. 그리고 화학비료 대신 친환경농법이 보편화돼 있다는 게 차이점이죠. 씨앗들을 직수입해 채소들을 키우기 시작했고, 무엇보다 우리 농장은 당일수확과 당일배송을 원칙으로 그때그때 나는 채소를 모듬쌈으로 주로 판매하고 있어요.”

아직은 생소하지만 게리슨, 레드러시안, 로도스, 루비스트릭, 아이스버그, 루비레드, 브린, 시저스레드, 파니세, 스위스차드를 포함한 15종의 신선채소가 모듬쌈으로 배달되는데 정기적으로 찾는 고객들이 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로 호텔 등 대형매장의 구매는 줄어든 반면 면역력과 건강을 우선시하는 개인고객들이 늘고 있는 점은 판로처 확대의 긍정적 신호로 받아들이고 있다. 그래서 코로나19가 꼭 악재만은 아니라는 게 홍 대표의 설명이다. 네이버를 통한 직거래를 지난해 4월부터 시작했는데 재구매율이 80% 후반대를 기록하고 있는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

스마트팜 도입은 성장 발판
서유채농장의 채소류 특징은 종류는 다양하면서 신선함을 최대로 유지한다는 점이다. 그 비결은 아쿠아포닉스 농법이라 가능하다. 일반상추와 서유채농장의 상추를 5일 동안 밀폐된 공간에서 30도로 온도를 맞춘 뒤 비교를 해봤더니 일반상추는 신선도가 떨어지는 건 물론이고 곰팡이까지 생겼지만 서유채농장은 거의 변화가 없었다. 하물며 유기농농약과 화학비료, 성장촉진제 등 그 어느 것도 넣지 않는 서유채농장의 친환경농법이 실험을 통해 입증됐다. 무농약 인증, GAP 인증과 유기농 인증 등도 취득했다.

이외에도 신장이 약한 이들을 위해 일반상추보다 92% 낮은 수치의 저칼륨 상추, 장식용으로 쓰임새가 많은 마이크로 채소는 판매가 많진 않지만 꼭 필요한 이들을 위해 직접 개발에 성공해 재배하고 있다. 그리고 한 잎씩 따는 다른 농장과 달리 송이를 따기 때문에 소비자는 영양을 모두 섭취하는 이점과 노동력을 줄일 수 있는 일석이조의 효과도 얻고 있다. 특히 땅과 물, 생명체의 힘 즉 하나의 생태계에서 키운 채소를 소비자의 식탁에 올릴 수 있단 자부심이 제일 크다고 한다.

홍민정 대표는 지난해 또다른 도전에 나섰다. 바로 스마트팜의 도입이었다. 워낙 환경에 민감한 채소류를 다루다보니 하루하루가 살얼음판을 걷는 기분이었다. 사람으로서 흔히 저지를 수 있는 자잘한 실수가 1년농사에 막대한 피해를 끼칠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그린랩스의 팜모닝 서비스를 도입하기로 결심했다.

팜모닝의 온실 복합환경제어 시스템은 외부 기상대가 온·습도, 일사량, 풍향과 풍속, 강우 등을 감지하고 이를 내부센서로 정보를 보내 제어하는 시스템이다. 외부 환경정보들을 바탕으로 천창과 측창, 환기팬, 양액기, 보일러와 미스트 등 각종 기구들을 제어한다. 자동과 수동으로 각각 조작할 수 있는데 각 농장에 맞는 설정값을 설정해두면 사실상 자동으로 농장관리가 가능해 노동력 절감은 물론 수확량 증대와 고품질의 안정적 유지가 가능하다는 게 그린랩스의 설명이다. 특히 모든 정보들을 클라우드 서버에 보관함으로써 장기적으로 빅데이터를 구축할 수 있어 디지털농업의 발전을 촉진할 수도 있다.

“습도가 낮으면 미스트를 뿌려주고, 환기팬과 유동팬이 습도가 높으면 날려주는 역할을 해줘서 적절한 환경제어가 거의 완벽하게 이뤄져요. 거기에 스크린과 천창 등으로 열림과 닫힘을 통해 온도도 조절해주고 있어요. 그리고 CCTV가 3대 설치돼 있는데 외부 어디서나 휴대폰으로 농장모습을 실시간으로 확인 가능한 점도 좋아요. 알람기능도 있어 제가 깜박하고 넘어가는 일도 없어졌어요.”

팜모닝의 복합환경제어 시스템을 도입하기 전 홍 대표는 중국의 스마트팜 기술을 도입했었다. 하지만 우리나라 실정에 맞지 않는 설비로 시행착오를 겪기도 했다. 중국업체는 북방지역에 맞춰진 설비라서 온도를 최대한 보존하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사계절이 뚜렷한 우리나라 실정과는 맞지 않다보니 겨울에는 강점이 있었지만 다른 계절엔 그렇지 않아 비용부담이 날로 커졌고, 환경제어도 원활하지 않았다고 한다. 반면 국내업체인 팜모닝의 설비와 시스템을 운영하면서 냉난방비 부담 절감, 그리고 재배기간 단축과 수확시기 조절을 통해 일정한 판매가격을 유지할 수 있게 됐다.

 

■그린랩스 컨설팅사업실 정명석 실장

스마트농업 국산화, 상당한 수준 도달

팜모닝 복합환경제어 시스템은 측정한 정보를 바탕으로 정해진 기능을 수행하고 클라우드에 데이터와 제어이력을 저장해 탁월한 안정성을 갖췄다. 천창과 차광, 보온커튼, 유동팬 등 온실설비를 자동으로 제어해 온실환경을 작물 생육에 맞게 조작한다. 거기다 장비별로 자동과 개별, 수동제어 모드를 휴대폰으로 변환할 수 있는데다 다양한 국내 온실형태에 맞게 센서와 모터를 설정해 각 농가별로 적합한 환경을 정밀하게 제어할 수 있다.

흔히 스마트팜 선진국으로 알고 있는 네덜란드 업체는 높은 가격과 사용하기가 어려운데다 규격화된 온실에만 적용할 수 있는 점 때문에 우리나라 농가에서 도입하기 쉽지 않았다. 반면 그린랩스는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과 모든 온실에 적용가능한 시스템, 쉬운 사용법, AS 전담인력과 어플을 통한 즉각적인 대처와 모든 정보의 클라우드 저장, 무상으로 기능 업데이트 등 많은 점에서 앞서 있다고 자신한다. 스마트농업의 국산화가 빠르게 이뤄지고 있어 온실뿐 아니라 노지의 농가들도 도입에 적극 나섰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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