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구 조화의 마을기업- 경북 상주 ‘담꽃새메주된장마을 영농조합법인’

도농간 소득격차만큼 농촌도 영농규모에 따른 소득격차가 크다. 중대형 농가는 시장과 소비자의 변화에 발빠르게 대응하며 성장에 성장을 거듭할 수 있는 노하우를 갖출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한 이들도 엄연히 존재한다. 특히 코로나19로 비대면경제가 더욱 활발해지면서 이런 소농과 고령농업인 등 판로개척에 취약한 이들에겐 몇 배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이에 경상북도는 농식품유통교육진흥원을 통해 유통취약마을을 선정해 조직화와 교육, 농산물 집하와 상품화 지원, 물류지원 등을 돕고 있으며, 특히 여성관리자를 둬 주민 모두가 상생하는 마을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 담꽃새메주된장마을 영농조합법인은 고령의 어르신들을 조합원이자 직원으로 고용하면서 안정적인 소득을 보장함으로써 마을의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깊은 고향의 맛 지닌 전통장으로 마을 활력 얻어
유통취약마을 지원사업으로 온라인 판로개척·관리자 지원

어머니들을 위한 창업
담꽃새메주된장마을 영농조합법인(대표 조희제, 이하 담꽃새)이 위치한 경북 상주의 신흥3리는 전형적인 농촌마을이다. 그곳에서 변화의 새싹이 트게 된 건 지난해 메주와 된장, 간장 등의 가공을 시작하면서부터다. 봄이면 파릇파릇 올라오는 콩 새싹들이 익숙한 신흥3리 마을이었지만 긴 농한기와 돈벌이가 마땅치 않은 어르신들이 늘어나는 건 여느 농촌마을과 다르지 않았다. 담꽃새의 조희제 대표는 나누리영농조합법인의 이사를 겸하고 있다. 나누리영농조합법인은 논타작물 재배지원사업을 통해 논콩을 재배하기 시작하면서 생산물량이 계속 늘어났다. 대형마트와 장류제조업체를 통해 판로를 확보했지만 마을 자체에서 이를 감당했으면 하는 바람이 컸다.

“제 고향마을이기도 한 이곳엔 어머니 또래 어르신들이 많아요. 근데 봄이나 여름엔 이런저런 일거리가 있지만 수확이 끝나면 꼼짝없이 집에 거의 갇혀지내다시피 하는 게 늘 안타까웠어요. 큰 돈은 아니더라도 일거리가 있으면 좋을텐데 고민이 많던 차에 콩으로 가공하는 영농조합법인을 창업해야겠다고 결심했죠.”

조 대표의 말처럼 담꽃새의 핵심인력은 바로 어머니들이다. 평균연령 70대의 어머니들은 담꽃새의 당당한 조합원으로서 배당을 받고, 거기다 일한만큼 일당도 받는다. 물론 큰 돈은 아니지만 없었을 때와 비교하면 그 누구도 부럽지 않을만큼 돈벌이가 되고 있고, 그 자체로 활력소가 되고 있다. 하지만 어려움도 있었다. 바로 코로나19 때문이었다. 창업한 지 얼마 안된 시기에 터진 코로나발 위기는 담꽃새에도 영향을 미쳤다. 그때 도움을 준 곳이 경상북도 농식품유통교육진흥원의 유통취약마을 지원사업이었다. 유통에 취약한 마을을 선정해 경상북도 농특산물 온라인 쇼핑몰인 사이소에 제품을 입점시키고, 가공업체와 로컬푸드, 농협 등 오르파인 판로로 연계 지원하고 있는데 막 창업한 담꽃새에겐 큰 힘이 되고 있다.

전통방식 고수
또 눈길을 끄는 것이 전통방식을 고수한다는 점이다. 이젠 농촌에서도 보기 쉽지 않은 볏짚으로 메주를 묶고 건조는 황토방에서 하고 있는 게 특징이다. 구들장의 열기로 메주가 고르게 숙성하는데만 족히 한달이 걸리지만 그만큼의 가치가 충분하다는 게 조 대표의 생각이다. 천일염으로 만든 소금물에 메주를 담그고 대나무로 고정 후 또 소금물을 부은 다음 달군 숯과 건고추, 참깨를 넣는 담꽃새의 방식은 당연히 시간은 오래 걸리지만 조상님들의 지혜가 담겨 있다 그것이 소비자에게 어필할 수 있는 담꽃새만의 제품특징도 됐다.

조희제 대표는 “어머니들이 ‘맛나저라 맛나저라’라고 주문처럼 외우시며 새끼줄을 꼬시는네 그런 게 흔치 않잖아요. 그걸 소비자들이 좋게 보시는 것 같아요.”

담꽃새처럼 유통취약마을에겐 홍보뿐 아니라 제품의 박스와 택배비도 일부 지원하고 있는 농식품유통교육진흥원은 김춘덕 대리는 “조직화와 조 대표를 비롯해 김희숙 사무장의 리더십이 좋다”면서 “소농과 고령농업인이 많은 마을 특성상 이들의 역할이 중요한데 상품포장과 배송, 정산 등의 역할을 도맡아 함으로써 앞으로도 안정적인 소득증대를 기대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 담꽃새메주된장마을 김희숙 사무장

“어르신 식사 전적으로 책임지고파”

3명씩 6개 조를 짜 제품을 만든다. 1~2월이 가장 바쁘고 3월에 마지막 장을 담근다. 새끼줄 꼬는 것부터 가마솥에 불을 때는 일, 메주를 만드는 거의 전과정을 어머니들이 도맡고 있다. 워낙 오랜 세월 일한 노하우를 가지신 분들이라 체력적으로 힘드실 연세이신데도 우리들이 따라가지 못할 정도로 일머리가 좋으시다. 법인이 돈을 버는 게 아니라 조합원과 마을 어르신들의 돈을 벌게 해드릴 수 있어 그 자체로 보람이 크다.

담꽃새는 큰 꿈이 있다. 주민들의 식사를 우리가 책임지는 것이다. 경남 합천의 양떡메마을도 가본 적이 있는데 그곳처럼 마을회관에 급식과 휴식공간을 마련할 수 있도록 일절 보조나 지원 없이 수익금으로 충당하는 것이다. 그게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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