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농촌愛살다 - 전남 함평 ‘나비랑딸기랑’농장 이정숙 대표

딸기농사 짓는 농부 강의 듣고 귀농 확신
하우스 3동에 육묘장까지…체험수입이 절반 넘어
농사는 일하는 것이 즐거움 “자식 키우듯 해야”

▲ 이정숙 대표(사진 오른쪽)와 남편 김영각씨

한우와 나비의 고향 전남 함평. 함평나비축제는 전국 지방자치 특화 사례 중 가장 성공적인 축제로 여러 번 꼽힐 정도로 정평이 나 있다. 나비축제 기간은 전국에서 몰려드는 인파로 함평군이 유일하게 북적이는 시기이기도 하다. 이 시기에는 인근의 기차역인 함평역에 KTX가 정차한다.

함평군 대동면은 동쪽에 영산강의 지류인 나산천이 경계를 이루면서 남류하는 유역에 좁고 긴 평야가 전개된다. 서쪽으로는 함평천이 흐르면서 비옥하고 넓은 평야가 펼쳐진다. 나산천과 함평천 사이에는 노령산맥의 지맥이 뻗어내려 해발고도 200m 내외의 낮은 산지가 넉넉하게 자리 잡고 있다.

대동면 덕산리의 ‘나비랑딸기랑’ 농장은 이정숙 대표(61)의 청춘과 노후를 이어주는 제2의 보금자리다. 이 대표가 유년의 시절을 보냈고, 이 대표가 고향으로 다시 돌아오기까지 쭉 부모님이 지켜온 터전이다.

“함평은 제가 태어난 곳이에요. 전남대학교를 다니면서부터, 또 결혼하고 직장생활하면서 고향을 오랜 시간을 떠나있었지요. 우연이긴 하지만, 남편의 고향도 함평이에요. 남편이 정년퇴직을 하면서 귀농을 생각하던 중에 자연스럽게 부모님이 계신 곳으로 오게 됐지요.”

이 대표는 대학 졸업과 함께 교사로 일했다. 결혼하고 아이를 낳으면서 잠시 쉬기도 했지만 10여 년을 더 일했다. 남편의 정년이 다가오면서 많은 고민을 했다. 도시에서 편안한 노후를 그리기도 했고, 제2의 직업을 위해 다양한 교육도 받았다. 그러던 중에 우연히 듣게 된 귀농 강연이 계속 마음에 들어왔다.

“우연히 장성에서 딸기농사를 짓는 농부의 강의를 들을 기회가 있었어요. 그곳에서 어떤 답을 찾았다고 할까요. 함평에 있는 땅을 활용하기에 더 없이 좋은 작목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뒤로 본격적으로 귀농을 공부하고, 귀농관련 강의도 듣고, 귀농 교육도 받기 시작했지요. 그렇게 몇 년 준비하다가 2015년 12월에 지금 이곳으로 귀농을 하게 됐습니다.”

이 대표는 함평 귀농과 함께 물려받은 논 1만1550㎡(3500평)에 쌀농사를 시작했다. 또 2970㎡(900평)의 땅을 임대해 딸기하우스 3동과 작업실을 차렸다. 최근에는 육묘장 1980㎡(600평)도 새로 만들었다.

“처음에 너무 서둘렀던 것 같아요. 교육을 통해 조금 배운 실력으로 무작정 덤비다보니 모든 게 엉망이었어요. 그렇게 첫해는 좌절만 느꼈습니다. 그때는 정말 다시 돌아가고 싶었어요. 쉽지 않겠다는 불안감이 컸지요. 그래도 이미 투자해놓은 것도 많고 해서 그만두기 또한 쉽지 않았지요. 모든 것을 시작하는 마음으로 다시 배웠죠. 논산·담양 등 전국적으로 유명한 딸기 재배 농가를 찾아다니며 배웠습니다. 그러면서 자신감이 다시 생기고, 오늘까지 이어올 수 있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이정숙 대표는 딸기하우스와 쌀농사에 자신감이 생겨가면서, 체험시설 운영과 홍보 등에도 신경을 쓰기 시작했다. 특히 전남농업기술원의 딸기 가공과 체험장 운영을 해보라는 추천과 제안은 또 다른 딸기농사의 시작점이 됐다.

“딸기 수확만으로 매출을 올렸지만, 많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 전남농업기술원에서 체험장을 운영해보라는 제안을 받았어요. 마음이 확 당기더라고요. 그래서 체험장 운영, 블로그 운영 등을 본격적으로 시작했지요. 블로그 운영은 교육을 받은 내용과 농사 일지를 작성하는 방식으로 했어요. 그러다보니 시간이 흐르고, 그러면서 블로그를 찾는 사람들이 늘어가더라고요.”

▲ 딸기수확과 잼만들기 체험

이 대표는 체험을 문의했던 블로그 방문객 위주로 체험장 운영을 시작했다. 체험 고객도 꾸준히 늘어갔다. 그러면서 체험장 규모를 서서히 키워갔다. 그리고 마침내 딸기농장 전체 매출액의 절반 이상이 체험장에서 얻어지는 성과를 낳았다.

“우리 나비랑딸기랑 농장에서의 체험은 다른 곳과 분명한 차이가 있습니다. 우선 고설재배 방식이라 딸기를 서서 수확한다는 점입니다. 또 수확에 사용되는 용기는 항상 일광 소독을 하기 때문에 위생적이지요. 여름 내내 완전히 병해충 예방된 모종으로 정식하기 때문에 맛과 모양이 뛰어납니다. 그리고  딸기를 현장에서 수확해 직접 쉐이크, 잼, 청 등으로 가공한다는 사실을 들 수 있습니다. 농사는 아무래도 힘이 조금 들어요. 그래서 일하는 즐거움을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하지요. 귀농을 해서 정착하는 사람들보다 다시 도시로 돌아가는 비율이 높다는 사실을 알아야 합니다. 요즘도 자식을 키우는 마음으로 일해야 되는 것이 농사라는 것을 매번 느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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