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명견 교수의 재미있고 유익한 옷 이야기(103)

"아녀자 손에서 빚어진
예술품 같은 솜씨를
웅변해주는 ‘미라의 유물’..."

문화재청이 3월23일 ‘오산 구성이씨·여흥이씨 묘 출토복식’ 총 96건 124점을 국가민속문화재로 지정한다고 예고했다. 이들 문화재는 2010년 5월 경기도 오산 산업단지 공사현장에서 미라 2구와 함께 발굴됐다. 임진왜란(1592년) 이전의 유물로서 조선 중기 여성의 복식과 상·장례 풍습을 이해하는데 값진 자료로 평가되는 ‘귀물’들이다.

오랜 조사 끝에 이들은 한 남성의 전처와 후처였고 남편은 첫 부인 사망 당시 9품, 두 번째 부인 사망 당시 6품 벼슬을 하고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전처와 후처 미라가 각기 다른 곳에서 거의 동시에 발견된 것도 이례적이지만, 이들 사이에 20~30년 격차가 있어 그 사이의 복식 변화를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도 그 가치가 크다. 원삼, 쌍란 치마 등 보존 상태가 좋은 유물들 가운데 특별히 눈길을 끄는 장신구가 있다. 여흥이씨(두 번째 부인) 묘에서 출토된 자수바늘집노리개다. 전체적인 형태는 물론 자수로 새긴 선명한 무늬와 한 땀 한 땀 바느질 자국까지 그대로 살아있어 놀라움을 금치 못하게 한다. 지금 달아도 전혀 무리가 없을 만큼 세련되고 아름답고 기능적이기까지 해서, 예술인의 작품 같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조선시대의 장신구는 오늘날보다 훨씬 많은 용도로 패용됐다. 아름다우면서도 필요한 물품을 지닐 수 있는 기능이 있고, 악귀로부터 보호 받고자 하는 주술적 목적에 간절한 염원까지를 담아냈다. 부를 상징하기도 했지만, 자투리 천으로 부녀자들의 솜씨를 뽐내는 도구이기도 했다. 궁중에서는 물론 평민에 이르기까지 가장 많이 애용되었던 노리개도 바로 그랬다.

노리개는 저고리의 고름이나 치마허리 등에 다는 장식물이다. 종류나 모양이 매우 다양하지만, 기본적으로 세 부분으로 나눈다. 주체가 되는 패물과 주체를 연결하는 끈 그리고 장식적으로 늘어뜨리는 술로 구성됐다. 주체는 금은보석은 물론 호랑이 발톱, 열매, 자투리 천까지 생활주변의 여러 가지 것들이 사용된다. 귀이개, 장도, 향갑, 바늘처럼 실생활에 필요한 것들 그리고 고추나 거북 등 아들이나 장수를 기원하는 것들을 실제 모형이나 수를 놓아 만들어 달았다. 주체 아래로는 술 장식을 매어, 찰랑거리는 술의 움직임에 동적 아름다움을 극대화시켰다.

이번 문화재가 되는 자수 노리개는 주로 서민층의 노리개였지만, 바느질 같은 손재주가 당시 여성들의 덕목 중 하나였기 때문에 상류여인들도 솜씨를 많이 발휘했다. 이 노리개의 주인이었던 여흥이씨도 6품 벼슬을 한 관리의 부인이었다. 특히 희귀한 임진란 이전의 유물이라는 점도 그렇지만 조선시대에 가장 넓게 사랑 받았던 노리개의 발전 과정을 확실하게 볼 수 있어서 참으로 소중하다. 당시로는 바늘도 매우 귀한 필수품이었다. 그것을 이 아름다운 자수 노리개에 담아 유용하고 아름답게 사용한 지혜와 아녀자의 손에서 빚어진 예술품 같은 솜씨를 웅변해주는 ‘미라의 유물’이 고맙기까지 하다.

다만 그 이후 노리개가 오늘날의 우리 매무새에 보탬이 되도록, 더욱 멋있고 세련되게 현대화되어 발전하지 못한 점은 역시 아쉬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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