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광희 칼럼 - 누리백경(百景)(181)

# 강물이 겨우내 얼어붙었던 몸을 풀고, 바람 많이 불어 바다가 뒤집히는 봄철 이맘때가 되면, 숭어잡이가 제철을 맞는다.

‘겨울 숭어 앉았다 나간 자리 펄흙만 훔쳐먹어도 달다’는 옛말도 있다. 그만큼 요맘때의 숭어 맛이 찰지고 맛있다는 얘기다. 특히 부산에서 제일 큰 섬 가덕도에서는 해마다 4월에 숭어축제를 열고, 지난 160년간 이어온 전통적인 숭어잡이 방식인 ‘육수장망(陸水張網) 어로법’으로 숭어를 잡는다. ‘육지와 바다에서 공동으로 그물을 펼쳐 고기를 잡는다’ 해 ‘육수장망’이다.
가덕도 섬사람들은 이를 따로 ‘가덕도 대항 숭어들이’라고 부른다.

먼저, 봄이 되면 눈이 어두워진다는 숭어떼가 다니는 바다 길목에 5~6척의 엔진 없는 작은 목선들이 둥그렇게 원을 그리고, 바다 밑바닥에 포위망식 그물을 쳐놓고 기다린다. 그리고 오랜 뱃일 경륜을 가진 눈 밝은 어로장이 산 위에 올라가 저 아래 그물 친 어장의 숭어떼 움직임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가, 숭어떼가 그물망 안에 들어왔을 때 “후려랏!” 하고 힘껏 소리친다. 그러면 목선 안에서 대기하고 있던 어부들이 일제히 “어기영차!” 힘차게 그물을 들어 올린다. 하여 ‘들망어업’이라고도 부르는 이 그물질에 걸리는 시간은 보통 15초에서 30초. 그래서 가덕도 어부들은 이 전통 숭어잡이를 두고 “대항 숭어들이는 기다림의 미학”이라고들 얘기한다.

15~30초의 포획을 위해 숭어떼가 그물망 안에 들 때까지 몇 시간을 기다려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전통 어로법은 숭어잡이 배를 총 진두지휘하는 어로장이나 무동력 목선을 탈 뱃사람들이 이젠 늙거나 거의 타계해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다. 그래서 전통 어로법 보존차원에서 ‘육수장망 어로법’의 문화재 등록을 신청해 놓은 상태다. 고기잡이 방식도 머잖아 기계식 어로법으로 바뀐다.

# 사라질 위기에 처한 건 전통 숭어잡이 뿐만이 아니다. 10년 전, ‘동남권 세계적 메가시티(mega-city)’를 꿈꾸며 추진했다가 수심이 깊고(19m), 10조 원대의 막대한 공사비가 들어간다는 이유로 접었던 ‘동남권 신공항’ 건립계획이 있었다. 이것이 선거바람을 타고 다시 혼령처럼 되살아나 자연섬 가덕도가 영영 사라질지도 모른다.

가덕도가 처음 역사에 등장한 건, 조선 중종 39년인 1544년. 왜군 침략에 대비해 천성만호진·가덕진을 설치하면서부터다. 가덕도는 진해만 입구를 지키는 조선 수군의 군사적 요충지였던 것이다. 1871년(고종8) 이곳에 척화비를 세운 것도, 그만큼 가덕도가 해안방어를 위한 중요한 전초기지였었다는 것을 방증하는 사례다.

정치적 계산에 의한 신공항 건설의 삽질이 시작되는 순간부터 가덕도 바다는 ‘바다 같지 않은 바다’, 즉 죽은 바다가 될 것이다. 아무리 눈 먼 숭어라 한들 고막을 찢는 기계음으로 들끓는 가덕도 바닷길에 들어설 리 만무하다. 물고기가 사라진 죽은 바다, 자연의 야생성이 거세된, ‘섬’ 딱지가 떨어진 섬의 메가시티 꿈은 한낱 짧은 봄날의 허망한 꿈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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