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시인 엘리엇(T.S. Eliot 1888∼1965)은 그의 장편 시 <황무지>에서 ‘4월은 가장 잔인한 달’이라고 절규했다. 4월은 역사적으로 보면 제주 4.3사건, 4.19혁명, 세월호 참사, 코로나19로 이어지는 잔인한 달이었다.

제1차 세계대전 동안 약 1천만 명이 죽고, 약 2천만 명이 부상을 입었다. 당시 유럽은 폐허와 불모의 절망감에서 몸부림쳤다. 바로 ‘잔인한 4월’이었다. 4월이 되면 꽃들은 어김없이 피건만 당시 비참한 전쟁이 낳은 정신적 불모지, 저주 받은 유럽 사회는 소생(蘇生)이 불가능한 황무지였을 것이다. 만물이 생동하는 부활의 계절이건만 희망을 이야기하기엔 너무나 절망적인 잔인한 4월이었다.

매년 이맘때면 수십만 명의 인파가 몰리는 봄꽃축제가 전국에서 펼쳐졌다. 제주도의 유채꽃을 시작으로, 매화, 산수유, 진달래꽃, 벚꽃, 튤립 등을 주제로 한 축제가 다양했다. 그러나 올해도 작년에 이어 코로나19로 인해 봄꽃축제가 줄줄이 취소되고 비대면 꽃놀이로 바뀌고 말았다.
대표적인 꽃축제는 진해 군항제, 여의도 벚꽃축제로, 2019년도만 해도 연 400만~500만 명의 인파가 몰리는 큰 축제였다. 매년 지방에서 개최되던 봄꽃축제는 지역경제를 살리는 원동력이었다. 수많은 인파가 몰리면서 상거래와 농산물 소비도 늘어나고 농가소득은 물론 지역경제를 살리는데 큰 몫을 해왔다.

가족단위로 코로나 방역수칙을 지키면서 명승지를 찾아 봄꽃을 마음껏 즐기길 기대한다. 자연의 섭리를 따라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 나무처럼 농업인은 늘 절망보다 밭을 갈고 씨를 뿌리며 ‘희망의 4월’을 맞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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