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를 잇는 농가 – 충북 충주 ‘금봉산농원’ 조연순 대표

▲ '스토리'가 있는 금봉산 메주를 이용해 전통을 이어가는 조연순 대표

“어머니 왜 곰팡이가 하얗게 됐다가 다시 노랗게 되는 건가요?”
“정확한 레시피를 알려주셔야죠. 20년 후에 이해가 된다고 하시면 그땐 제가 너무 늙잖아요”
매사 그냥 지나가는 법이 없는 며느리는 따박따박 시어머니에게 말대답(?)이었다. 금봉산 농원의 조연순 대표는 3대째 전통된장 가업을 잇고 있다.

가업승계농 최우수상
금봉산 농원은 작년 말 농촌진흥청 주최 ‘농식품 가공·체험 가공승계농 우수사례경진대회’에서 최우수상을 차지했다. 하지만 된장 담그기의 달인으로 통하는 조 대표는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묵묵히 가업을 승계하는 조신한 며느리가 아니었다.

오죽했으면 시어머니가 “넌 할 말 다하고 사니 속병이 없겠다”고 푸념을 했을까. 하지만 1년 동안 정성스레 지은 농산물을 제값도 받지 못하는 시부모님이 안쓰러워 어떻게 하면 시부모님을 편안히 모실 수 있을까 하는 궁리 끝에 시할머니 때부터 이어오던 된장을 사업으로 하게 된 조 대표는 누구보다 효심이 깊다.

“제가 궁금한 건 못 참고 호기심이 좀 많아요. 결국 무수한 질문 끝에 정확한 레시피로 전통방식의 메주를 만들게 됐어요.” 금봉산 아래서 직접 농사지은 콩을 가마솥에 넣어 삶고 으깬 후 볏짚으로 발효하는 전통방식의 메주를 생산하는 이 곳의 된장은 사실 시할머니 때부터 인근에 된장 맛이 좋다고 소문이 자자했었다. 조 대표는 여기에 레시피를 표준화하고 숙성실을 따로 지어 된장과 막장의 균일한 맛을 유지한다.

▲ 변화하는 식품 트렌드에 맞춰 소포장으로 생산되는 금봉산 농원 제품들

전통에 트렌드 입혀
“우리 금봉산 메주는 스토리가 있어요. 전통메주 세대인 시할머니와 개량메주 1세대인 시어머니의 손맛이 그대로 저에게 전해져서 옛맛을 그리워하는 분들이 많이 찾아오세요.” 지금의 자리에 있기까지 조 대표는 사실 고생도 많았다. 전국의 장류 장인들을 찾아보고 식품 관련 행사장을 찾아 전국을 돌며 공부와 홍보를 게을리 하지 않았다. 먹거리 문화가 변화하고 있음을 현장에서 직감한 조 대표는 1인분 소포장 청국장 등으로 사업을 다각화하고 있다.

가업승계농의 어려움은 분명 있다. 마음이 맞지 않고 불화가 있으면 사업을 이어가기가 힘들다는 것이 가업승계농의 가장 큰 문제점이고, 가족이란 틀에 갇히다 보면 익숙함에 젖어 변화를 꾀하기가 쉽지 않다.

재미있는 농촌생활 원해
20살에 충주 금봉산 자락으로 시집 와 다섯아이를 키우고, 농작물을 가꾸고, 된장을 만들며 한때는 농촌이 싫어 다른 일을 찾으려고도 했지만 이제는 이 일이 운명처럼 느껴지는 조연순 대표다. “재미있는 농촌이 됐으면 좋겠어요. 돈을 벌면 농촌일이 더 재밌어요.(웃음)” 에너지 넘치는 여성농부 조연순 대표는 앞으로 뚜껑없는 스마트 항아리로 된장을 만드는 등 대기업과는 차별화된 방식으로 전통장류를 제조하고자 한다.

 

저작권자 © 농촌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