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농촌愛살다 - 전북 고창 ‘수박군멜론양’ 농장 손영우 대표

서울서 직장생활 24년…귀농 준비만 7~8년 투자
하우스 5동에 수박 수확 후 멜론으로 추석 특수

▲ 이제 막 줄기를 뻗어내고 있는 수박 하우스에는 손 대표의 정성이 가득하다.

“끊임없는 공부 끝에
 명품수박 생산할 수 있어
 자부심 느낍니다”

전북 고창군은 수박의 고장이다. 고창 사람들이 가장 자랑스러워하는 것들로는 선운사와 동백꽃, 모양성, 고인돌, 그리고 판소리 다섯 바탕을 정리한 동리 신재효와 더불어 수박이 꼽힐 정도다. 고창은 서쪽으로 70㎞를 넘는 긴 해안선이 이어지며 서해와 닿아 있다. 동남쪽은 노령산맥의 서쪽 기슭으로 전형적인 산지다.

고창이 오늘의 수박 고장이 된 데에는 1970년대 초반 야산 60㎢를 평야로 개간해 집단적인 수박농사를 시작하면서부터다. 지금까지도 단연 전국 최대 규모의 수박 생산단지로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
‘수박의 성지 고창’이라는 수식어에 끌려 낯선 고창 땅으로 지난 2019년 봄, 무작정 귀농한 ‘수박군멜론양’ 농장 손영우 대표(52·성내면)는 부산이 고향이다. 초등학교 때 서울로 이사해 줄곧 학교를 다녔고, 직장생활 24년여 또한 서울에서 보냈다.

“고창은 귀농 전까지만 해도 낯선 땅이었지요. 귀농을 준비하고, 귀농학교를 다니면서 고창수박을 알게 됐고, 점점 매력에 빠졌다고 할까요. 일단 수박농사로 결심이 서고 나서는 망설임 없이 고창으로 귀농을 결정하게 됐습니다.”
손 대표는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하면서 우연히 귀농관련 자료들을 많이 접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단다. 그러면서 고향도 자연도 생각하는 시간이 늘어났다. 새로운 일에 대한 그리움도 조금은 있었고, 인생 2막을 준비해야 한다는 막연함도 있었다.

“귀농도 어쩌면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하면서부터는 약 7~8년을 귀농 준비에 투자한 것 같습니다. 귀농 전에 전북 귀농귀촌 교육,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교육 등을 다 받았어요. 그러면서 같은 교육생끼리 친해지고, 정보도 주고받는 사이가 됐지요.”

▲ 6~7월 수확을 앞둔 손 대표의 수박하우스

손 대표는 귀농교육을 받으면서 초기에는 딸기농사를 생각했다. 그런 가운데 한 교수님의 수박과 멜론에 대한 매력적인 이야기를 들으면서 귀농 작물 선택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교수님의 수박과 멜론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매력적으로 다가왔어요. 그래서 따로 전화를 드려서 상의도 하고 그랬지요. 교수님은 주말에 고창 성내에서 저를 만나 온종일 수박밭, 멜론밭을 데리고 다니며 하나하나 설명을 해주셨습니다. 그때 이왕에 수박농사를 하려면 고창에서 해보고 싶다는 결심이 들었어요. 그래서 2018년에 고창에 터를 잡고 2019년 봄에 귀농을 하게 되었지요.”

귀농 첫해엔 멜론을 키우면서 감을 익혔다. 그리고 그 다음해인 2020년에는 본격적인 수박농사를 시작했다.
하우스 5동에 수박을 심고, 수박을 수확하고 난 6~7월 이후에는 멜론을 심어 추석 대목 출하를 시작했다. 지금은 성내면 멜론작목반에서 총무로 활동하고 있다.
“귀농을 했지만 사실상 제대로 아는 것은 많지 않다고 해야 맞겠지요. 그렇지만 마을주민과 주변의 형님·동생들이 많이 도와준 덕에 조금은 성공적인 수박재배를 해낼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농사는 혼자서는 실제로 많이 힘들어요. 서로 함께 해나가는 것이 농사라는 것도 깨달았지요.”

“지금은 시간이 조금 지나고 경력도 쌓여서 그런지 재배에 자신감이 많이 생겼습니다. 그토록 어렵게만 느껴지던 병해충 방제 방법, 토양 관리, 잎 색깔 구분법, 생장에 필요한 영양소 공급 방법, 물이 필요한 시기 등을 조금씩 알아가고 있지요.
농사는 끊임없이 공부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차질 없이 성공적인 명품 수박을 생산할 수 있게 됐다는 사실만으로도 자부심이 큽니다.”

손 대표의 자부심인 ‘스테비아 수박’은 국화과 다년생 허브식물인 스테비아를 액비로 활용해 당도를 높인다. 거기에 식이섬유 등이 다량 함유된 기능성 수박으로 이제 자리매김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수박은 생산 회전율이 빠르고 노동력에 비해 순익이 좋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정식 후 곁가지 치기 등 1개월 반 정도 노동력을 투자하면 3개월 만에 수확이 가능하기 때문이지요. 곧 이어 멜론 재배로 추석 특수까지 노릴 수 있어 매력적인 작목이라고 생각합니다.”

손 대표는 귀농의 조건으로 사람과의 관계 중요성을 강조한다. 서로 도와주고 나누며 주고받아야 결실이 풍성해지는 것이 농사라는 설명이다.
“충분한 귀농 준비도 중요하지만, 귀농 전에 귀농을 준비하는 사람들과의 관계 형성 등을 통해 스스로를 농사꾼 기질이 있는지 점검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잘 하는 것 같아 보이면, 귀농을 권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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