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광희 칼럼 - 누리백경(百景)(179)

# “숙소 밖에는 빨래들이 널려 있다. 마실 물은 잡초 무성한 앞마당 우물에서 몸소 길어 온다. 외곽 경비는 겨우 두 명의 경찰관과 다리가 세개 뿐인 ‘마누엘라’라는 이름의 개가 담당하고 있다. 이곳은 바로 우루과이 대통령 호세 무히카의 관저다.”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대통령’으로 전 세계에 소문난 남미 우루과이 호세 무히카(Jose Alberto Mujica, 1935~ :만 86세) 대통령이 재임 중반을 넘기고 있던 2012년 11월, 대통령의 관저(?)를 찾아온 영국 비비씨(BBC) 뉴스의 현지 로케이션 보도 내용이다. 참, 기도 안찬다는 듯한 리포터의 말이다.

좌익 게릴라 출신으로 우루과이에서 ‘좌파의 아이콘’으로 불리는 호세 무히카는, 총인구 350만 명의 우루과이 대통령으로 집권하던 2010~2015년까지 만 6년간 대통령궁을 노숙자들의 쉼터로 내줬다. 대통령 별장은 시리아 난민 고아들에게 내줬다.
그리고 재임 기간 동안 한 달 월급의 90%(약 6억 원)를 사회적 약자를 위해 기부했다. 으레 정해진 코스처럼 퇴임 후 살 번지르르 한 사저 준비는 커녕 상원의원 연금수급도 거절했다.

대통령 취임 당시 신고된 재산은, 약 3억5천여만 원에 불과했다. 그중 게릴라 활동 동지이면서 우루과이 첫 여성 부통령을 지낸 아내 루시아 토폴란스키(76) 소유의 농장(1억5천만 원)을 제외하면, 현금 1800달러(약195만 원), 트랙터 2대와 농기구, 그리고 그의 트레이드 마크가 돼 있는 1987년형 푸른하늘색 폭스바겐 비틀(딱정벌레) 초소형 구식 자동차가 다였다. 가족은 자식 없이 달랑 부부 둘 뿐이다.

# 그는 늘 말했다. “인생에서 중요한 것은, 물질적 풍요가 아니라 삶을 누릴 수 있는 시간이다.”라고.
나라의 동량이 될 젊은이들에게 충고의 말도 잊지 않았다.
“수 십년간 내 정원에 증오는 심지 않았다. 증오는 어리석은 것이다. 인생의 큰 교훈이었다. 젊은이들에겐, ‘인생에서 성공하는 것은 이기는 것이 아니라, 넘어질 때마다 일어나서 다시 시작하는 것’이라고 말해 주고 싶다.”

가난한 유럽 이민자의 후손으로 태어나 일찌감치 어린 나이에 생활전선에 뛰어들어 꽃을 키워 내다 팔아 생계를 유지하며 가난을 몸으로 체득했던 그다. 그 가난을 떨치기 위해 도시게릴라 운동에 온몸을 던지기도 했다.

그는 중도좌파연합 광역전선후보로 대통령에 당선되고 나서, 국민들과의 끊임없는 소통을 통해 사회적·경제적 혁신을 이뤘다. 실업률은 13%에서 7%로, 빈곤률은 40%에서 11%로 낮아졌다.
그리고 그는, 자신의 ‘남아 있는 삶을 누릴 시간’을 위해 권좌에서 미련없이 내려왔다. 그리고 뒤돌아 보지 않고 잡풀이 무성한 농장으로 돌아갔다. 이때 그의 백성들-우루과이 국민들은 하나같이 “그라시아스 페페!”를 외쳐댔다. “고마워요, 페페 할아버지!…”

우리에겐 그런 것이 왜 이리도 낯설게만 느껴지는 것일까. 왜 우리는 그런 도덕성과 정의감, 책임감 있는 리더를 만나지 못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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