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획특집 - 지역특화연구소를 가다 : 전라남도농업기술원 곤충잠업연구소

2018년 국회는 ‘지역특화작목 연구개발 및 육성에 관한 법률’을 새롭게 제정했다. 이 법률은 지역의 특성과 비교우위를 고려해 유망한 지역특화작목 개발과 이를 활용한 산업 활성화를 농업의 새로운 발전·전략으로 삼고자 한다. 농촌진흥청도 지역특화연구소 지원예산을 각각 최대 20억 원까지 늘리고 연구소의 추가 설립도 계획하고 있다. 이에 본지는 지역농업 R&D의 첨병 역할을 하고있는 지역특화연구소를 다룬다.

 

곤충 이용 가공품·향장품 개발로 소득 뒷받침
소비자들의 곤충 거부감 줄이기 위한 연구도 최선

코로나19 여파로 식량안보에 대한 불안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곤충은 앞으로 닥쳐올 식량난을 대비한 먹거리로 주목받아 왔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곤충은 소와 비슷한 수준의 단백질을 공급해 소고기로 섭취하는 단백질을 곤충이 대체한다면 축산으로 인한 온실가스 배출 또한 줄일 수 있다고 한다. 곤충이 우리 식탁에 오를 날이 머지않은 지금, 전남농업기술원 곤충잠업연구소에서 우리 일상에 스며들 미래를 엿보고 왔다.

▲ 곤충잠업연구소는 곤충 장내 미생물 발굴에 집중할 계획이다.

기능성 향장품 원료로
곤충잠업연구소는 지난해 곤충자원으로 고부가가치 창출을 위해 곤충의 기능성 물질을 분석하고 기능성 화장품, 향장품, 가공품 개발에 힘썼다. 갈색거저리 유충인 ‘고소애’를 초콜릿이나 어묵, 쿠키, 양갱 등 다양한 식품에 분말 형태로 첨가해 식품에 영양소를 증진시키기도 했다. 특히 고소애는 시중에서 미백, 주름개선을 위해 상용되는 알부틴(albutin) 성분보다 65% 더 탁월한 효과가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향장품을 개발해 산업체 기술이전까지 하는 성과를 보였다.

지난해 1월 식용으로 등록된 ‘아메리카왕거저리’는 세균 억제능력, 항산화 활성이 우수해 기능성 오일 비누, 영양크림 추출물 이용 앰플 등으로 개발했다. 교미 시기에만 필요하고 그 외는 불필요한 존재였던 ‘수벌번데기’에는 두피나 모발개선 기능이 있다는 것을 구명하고 탈모 완화용 샴푸, 두피 토닉을 개발해 산업체에 기술이전하는 성과를 낳았다.

곤충잠업연구소 김현진 연구사는 “갈색거저리는 1000kg으로 화장품 7만 세트를 생산하는 등 가공했을 때 그 부가가치가 매우 증가한다”고 설명했다.

▲ 곤충잠업연구소는 곤충의 기능성 물질을 분석하고 가공품, 향장품 등의 개발에 힘쓰고 있다.

친근한 먹거리 되기 위해...
곤충잠업연구소는 벼메뚜기가 단백질 70% 이상으로, 감칠맛을 내는 아미노산인 글루탐산, 아스파틱산 등이 함유돼 있다는 사실에 식물성 단백질과 콩에 함유된 동물성 단백질이 어우러진 항산화 된장을 개발했다. 이를 연구한 김성연 연구사는 “벼메뚜기 첨가 된장은 일반 된장에 비해 항산화 활성을 20% 증가시킨다”면서 “벼메뚜기 된장은 숙취를 완화하는 알라닌, 혈당조절에 좋은 아이소류신, 간장의 감칠맛을 내는 아스파틱산, 글리신 등 아미노산과 질소함량이 증가하는 효과가 있어 현재 양조간장과 고추장을 만들어 곤충장류의 가능성을 연구했다”고 설명했다.

개발된 성과는 전남지역의 ‘지리산미선씨’, ‘기순도전통장’과 같은 전통장류 제조회사에 기술을 보급했으며 이외에도 4개 업체에 기술이전이 예정돼 있다.

곤충은 반려견 사료에서도 그 가치를 발하고 있다. 곤충잠업연구소는 2017년 2조3천억 원, 2021년 3조7천억 원이 될 정도로 잠재력 있는 반려시장에 주목하고 반려견 간식을 개발한다. 지난해엔 ‘풀무치’를 이용해 습식형, 반습식형을 개발하는 등의 성과를 낳았으며, ‘아메리카왕거저리’를 이용한 반려견 간식 또한 곤충분말 3%를 첨가함으로써 사료의 단백질이 4% 증가하는 결과를 얻었다.

김현진 연구사는 “반려견·반려묘 간식 등으로 곤충 사육농가에 약 10배 이상의 부가가치를 안겨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곤충 장내 미생물 발굴 계획
앞으로 곤충잠업연구소는 거저리류 식품 소재화, 향장품 개발, 식용곤충 대체육 가공제품 개발, 곤충 이용 반려동물 사료 개발에 이어 곤충 장내 유용미생물 발굴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갈색거저리에서는 구강유산균, 쌍별귀뚜라미에서는 키틴분해 성분, 꽃무지에서는 셀롤로스분해 성분 등 곤충자원 이용성을 높이기 위함이다.

김호혁 곤충잠업연구소장은 “현재는 발효 화분떡 개발을 위한 꿀벌 장내미생물 분리를 한 상태이며 앞으로는 반려동물, 어류 등에 질병을 감소시킬 수 있는 기능성 사료소재 개발 등에 집중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이외에도 햄버거용 패티, 소시지, 미트볼 등에 곤충을 혼합해 곤충이 축산물을 대체할 수 있는 고단백질 영양식품임을 지속적으로 홍보해 소비자에게 곤충이 거부감없이 일반 먹거리로 받아들여질 수 있도록 연구개발과 보급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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