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광희 칼럼 - 누리백경(百景)(178)

# 미국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주 겸 미국 최대 자선재단인 빌 앤드 멀린다 게이츠 재단을 이끌고 있는 빌 게이츠(65)는 주로 식탁에서 가족들과 세상얘기를 한다.
빌 게이츠의 1남 2녀 자녀 중 맏이 겸 장녀인 제니퍼(24)는 “부모님과 식사 중 단골주제는, 다소 재미가 없는 주제인 세계 보건문제다”라고 털어놨다. 자녀들이 재미없어 하자 부인 멀린다(56)가 남편 빌 게이츠에게 이 주제에 대한 대화 금지령을 내리기도 했다.

그는, 늘 부자로서의 특권을 누리기보다 끊임없이 뭔가를 배우는데 더 관심이 많았다. ‘믿을 수 없을 만큼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이 그의 주된 관심의 대상이 됐다.

# 빌 게이츠의 식탁에서의 대화를 통한 자녀양육법은 자신의 아버지로부터 비롯됐다. 빌 게이츠의 아버지는 자녀들에게 매우 엄격했다. 방 청소 할 것, 연필 꽁무니를 씹지 말 것, 제때 저녁식탁에 앉을 것을 강하게 주문했다.

자신의 일은 스스로 책임지게 했고, 잘 하는 것만 하도록 내버려 두지 않았다. 특히 “아이들 키울 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가족이 함께 하는 것”이라고 늘 힘줘 말했다. …식구들이 함께 캠핑도 가고, 카드놀이도 하고, 소리내어 서로에게 책을 읽어주기도 하며, 주말이면 반드시 가족이 다함께 식사를 하고, 크리스마스 땐 온 가족이 똑같은 무늬의 천으로 잠옷을 만들어 입는 등… 늘 ‘함께 하기’를 실천했다.

빌 게이츠 역시 자녀들이 IT기기를 사용할 수 없는 ‘노 스크린 타임(No screen time)’을 정해 아이들이 적정한 시간에 취침케 한다. 식탁에 앉아 밥 먹을 때에는 휴대폰을 사용할 수 없다.
자신의 자녀들이 친구들처럼 휴대폰을 갖고싶어 했어도 초등학교 졸업 후인 14살이 돼서야 휴대폰을 사줬다.

# ‘밥상머리 교육’이라는 게 있다.
유대인의 밥상머리교육인 ‘하브루타 교육법’에서 유래했다. 유대인들은 자신의 자녀들에게 ‘물고기를 잡아 주는 것이 아니라, 물고기 잡는 법’을 가르쳐 준다.
예전 우리의 어르신들은, 특히 예법을 중시했던 집안일수록 “밥 먹을 때 말하면 복 나간다!”며 금기로 여겼다. 때론 밥보다 따뜻한 말 한마디가 지혜의 살을 찌워주는 인성교육이 될 수 있었음에도, 체면치레에서 비롯된 예법이라는 보이지 않는 전통 인습의 벽에 가로막혀 ‘입 다물고’ 살았다.

빌 게이츠 가족의 식탁처럼 저들의 밥상머리 교육에 눈길이 가는 것은, 그냥 자유분방이 아니라 그 바탕에 인성으로 형성되는 엄격한 도덕심 [Love of Virtue]이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그들에게 식탁은 단순한 한 끼 일용할 양식으로서의 ‘빵’이 아니라, ‘식탁=정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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