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은기 한국협업진흥협회 회장, 경영학 박사

"농촌의 매력, 농업의 매력
그리고 특히 여성들이
행복하게 살아가는 모습이 나오는
‘신(新) 전원일기’가 나와야 한다"

▲ 윤은기 한국협업진흥협회 회장, 경영학 박사

전원일기의 추억
요즘 뜻하지 않게 농촌드라마인 ‘전원일기’를 자주 보게 된다.  내가 이 프로그램을 보고 있으면 아내는 리모컨을 찾아서 재빨리 다른 채널로 돌린다. 남이 보는 프로그램을 갑자기 바꾸면 어떻게 하느냐고 하면a 차라리 ‘나는 자연인이다’를 보란다. 이유를 들어보니 전원일기는 시대적 배경이 남존여비 시대라 여자들이 제대로 말도 못하고 집안 안팎의 온갖 궂은 일만 하고 있어 보기만 해도 답답하다는 것이다. 특히 대가족제도에서 시부모님 앞에서 기가 죽어지내는 모습을 보면 안쓰러운 마음이 저절로 생긴다는 것이다. 전원일기 때문에 귀농귀촌하려고 마음먹었던 사람도 생각을 바꿀 거라고까지 주장한다.

이 말을 듣고 “지금 농촌 생활환경이 얼마나 좋아졌고 농업이 얼마나 스마트화되고 있는지 아느냐. 그리고 지금은 여성농업인들도 당당히 자기 주장하며 산다”고 농촌예찬론을 펼쳤다.
내가 농업방송(NBS)을 진행하고 있고 스마트농업에 관심을 가지고 열심히 공부하는 걸 알고 있는 아내는 다시 이렇게 대꾸를 한다. 농촌드라마를 만들려면 바로 당신이 이야기하는 그런 농촌을 소재로 해야 맞다는 것이다. 농촌의 매력, 농업의 매력, 그리고 특히 여성들이 행복하게 살아가는 모습이 나오는 ‘신전원일기’가 나와야 한다는 주장이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아내 주장에 일리가 있었다. 전원일기를 보며 많은 남자들이 향수를 떠올리고 농촌마을의 따뜻한 인정을 떠올리지만 여자들은 당시 남성중심사회의 불편함과 부당함을 더 크게 느낄 것이다. 아내와의 이런 논란 끝에 ‘여자들이 매력을 느낄 수 있는 농촌’이 돼야 농업도 발전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여자들이 매력을 느낄 수 있는 농촌이 ‘여존남비’의 세상을 말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남녀평등을 기반으로 서로 존중하며 서로 돕고 살아가는 사회, 그리고 육아나 교육, 의료서비스, 문화예술 인프라가 갖춰진 매력있는 농촌이 그것이다.

협업영농의 시대
현대사회를 콜라보노믹스(Collabonomics) 시대라고 부른다.  협업(collaboration)과 경제(economics)를 합쳐서  만든 말이다. 서로 다른 업종, 서로 다른 기술, 서로 다른 분야를 연결해 융합창조를 하거나 거대한 시너지를 창출하는 시대가 됐기 때문이다. 농업에서도 협업이 필수적이다.

생산·물류·마케팅·소비활동이 협업을 통해 더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다. 도시와 농촌의 도농협업도 필수적이다. 민관협업도 필수적이고 농업인과 연구기관의 협업도 중요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남녀협업이다. 전통적 농업에서는 남자들이 농사를 짓고 여자들은 가사를 하면서 보조적인 역할을 담당했다. 그러나 현대농업은 6차산업과 스마트농업을 지향하고 있다. 마케팅이나 체험농업 신상품개발 등은 여자들의 감성력과 창의력이 더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다.

예를들어 식자재 구매자는 대부분 여성들인데, 이들의 구매심리는 여성농업인이 더 잘 알 수 있다. 현대농업이 성공을 거두려면 남녀협업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농촌에서 남녀협업이 중요한 더 큰 이유가 있다. 인간은 누구나 행복을 추구하고 삶의 질을 높이려고 한다. 남녀가 서로 인정하고 존중하면서 협력해 성과를 거둘 때 남녀 모두 보람과 행복을 느낄 수 있다. 우리사회에 남녀평등이 많이 진전됐다고 하지만 기본권 확보차원의 남녀평등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남녀가 서로 인정하고 존중하며 공동의 목표를 향해 도전하는 적극적 자세로 전환돼야 한다. 따라서 이제는 남녀평등의 시대를 넘어 남녀협업의 시대를 열어가야 한다. 남녀협업이 대한민국 농업이 살고 농업인이 행복해지는 확실한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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