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자수첩

"내 가진 돈은 모두 249원 80전이다. 그 중 200원은 조선이 독립하는 날 축하금으로 바치거라, 만일 네 생전에 독립을 보지 못하면 자손에게 똑같이 유언하여 독립 축하금으로 바치도록 해라. 사람이 죽고 사는 것은 먹는데 있는 것이 아니고 정신에 있다. 독립은 정신으로 이루어지느니라...”  영화 암살의 주인공인 남자현이 임종 직전 아들에게 남긴 유언이다.

나는 유관순 이외에는 독립투사라 할 만한 여성독립운동가들을 아는 바가 없었다. 그러나 여성독립운동가 14인의 초상 ‘싸우는 여자들, 역사가 되다’를 취재하며 나라를 위해 목숨을 던진 여성들의 결기와 담대함에 놀랐다. 유교적 전통이 지배하던 시기에, 일제에 맞서 개인의 안위보단 대의를 위해 살았던 그녀들의 구구절절한 이야기가 가슴에 맺혔다. 멋 모르고 시대에 희생당했던 16살 위안부 피해자들의 전시회를 취재한 직후여서인지 그 때 느꼈던 무력감과 패배감을 독립투사들의 결연함으로 씻어낼 수 있었다.

고통의 역사는 특히 여성들에게 더 가혹하다. 코로나19시대 여성에게 더 혹독한 고용 한파, 강요되는 돌봄 노동, 불안정한 일자리 등등 현재에도 여성들이 헤쳐나가야 할 문제들은 산재해 있다. 시대의 불안에 맞서느냐, 불평만 하느냐 선택은 개인의 몫이다. 불행의 시대라 한탄하지 말고 그녀들처럼 담대하게 맞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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