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구실 노크 - 충북농업기술원 친환경연구과 윤향식 연구사

 흑도라지·잔대순 등 가공 기술 개발 및 실용화
‘끊임없는 현장실용화’로 농가소득 증대 기반 마련

▲ 개발한 연구결과가 성공으로 이뤄지길 바란다는 윤향식 연구사

“우리가 개발한 농산물을 활용한 발효·가공기술이 창업을 계획하는 분들에게 큰 보탬이 되고 있습니다. 특히, 기존 제품 외에 품목 추가를 원하는 산업체에 새로운 아이디어로 역할을 제공하고 있다고 할 수 있지요. 실제로 지난해 코로나19의 어려운 여건을 극복하기 위해서 체험을 하는 장류업체는 팥고추장을 활용 쌍방향 비대면으로 전환했고, 소스 수출업체는 고추발효액을 활용한 프리미엄 소스 개발에도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또 도라지 가공업체는 도라지 생산농가와 계약 재배를 통해서 원하는 조건의 친환경농산물을 구입할 수 있고, 농가는 기존의 유통체계보다 30% 높은 수익과 분류작업을 단순화 할 수 있는 장점을 갖게 됐지요. 저와 동료들이 개발한 연구결과가 작은 씨앗이 돼 농가와 농산업체에 다양한 성공사례로 꾸준히 이어지기를 바랄뿐입니다.”

충북농업기술원 친환경연구과 윤향식 식품개발팀장(55)은 ‘지역농산물을 이용한 농식품 특허기술 개발과 산업화’ 연구로, ‘지방행정의 달인’과 농촌진흥청 농업기술대상 지역부문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윤 팀장은 ‘아린 맛이 제거된 흑도라지 청, 건조 잔대순 제조방법’ 등 특허등록 6건과 특허출원 10건을 비롯해 더불어영농조합법인 등 30개 업체 34건의 특허기술 이전 등으로 자타가 인정하는 연구성과를 이어오고 있다.

“최근 한국의 미세먼지는 일평균 25~ 50PM으로 중국 다음으로 높은 수치를 나타내고 있지요. 여기에 코로나19 확산으로 면역증진과 호흡기 질환 예방 식품에 관한 소비자의 관심이 큽니다. 도라지는 미세먼지로 인한 기관지 질병 예방 식품으로 오래전부터 사용돼 왔던 소재지만, 특유의 아린 맛으로 인해 대중적인 가공식품 소재로 폭넓게 활용되지 못한 점이 있었습니다. 여기에 착안해 도라지를 식품소재로 활용하기 위해 아린 맛은 제거하고 생리활성을 증진시킨 흑도라지 제조공정과 이를 활용한 가공제품을 개발하게 됐지요.”

충북농업기술원은 2007년 자체 육성한 다수성 4배체 도라지인 으뜸 도라지 품종을 보급하고 있다. 2012년 380ha에서 2018년 745ha로 재배면적이 확대되고 있다. 또한 도라지 외에도 잔대, 병풀 등 충북지역에서 소규모로 재배하고 있는 작목에 대한 수요처 개발도 필요한 실정이다.

“이를 국민 건강식으로 확산시키고 소비활성화를 이뤄내기 위해서는 다양한 가공기술이 필요했습니다. 코로나19 등의 영향은 외식은 줄고 집밥은 증가하는 현상으로 나타났지요. 이는 간편식 등의 가공기술을 더욱 요구하고 있다는 증거지요. 국내 간편식 시장은 2015년 1조6억8000만 원에서 2022년 5조 원으로 연 20%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소비자의 요구를 반영한 기능성 식품소재와 가공식품 개발을 당면 과제로 진행한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였지요.”

“도라지의 아린 맛을 줄이는 과정은 흑도라지의 건도라지를 침지하고 수증기로 찐 후 75℃ 전후에서 8~9일 정도 숙성시키는 공정으로 만들어집니다. 조사포닌은 2.1배, 총폴리페놀은 3.2배 증가합니다. 이와 같은 흑도라지 가공기술을 개발해 젤리와 청을 만들고, 특허등록을 했지요. 흑도라지 소스는 현재 특허출원 중입니다. 흑도라지 젤리는 3개 업체, 흑도라지 청은 6개 업체에 기술이전도 했고요. 이 중 4개 업체에서는 이미 제품을 상품화해 판매하고 있기도 합니다.”

▲ 충북농업기술원 식품개발팀(왼쪽 아랫줄부터 윤향식, 김인재 과장, 엄현주, 권누리, 정윤진, 강혜정)

현장이 찾는 기능성 식품 소재화 및
간편식 개발

윤 팀장과 동료들은 또한 작년부터 추진하고 있는 간편식 개발과제로 병풀과즙음료도 개발했다.
“병풀은 기존에 마데카솔의 원료로 사용되고 있는 소재로 기능성은 우수하지만 특유의 맛 때문에 식품 소재로 활용하기 어려운 점이 있습니다. 이러한 병풀의 기호성과 기능성을 향상시키기 위해, 병풀음료의 살균조건과 음료배합비를 설정했지요. 또한 주로 뿌리를 이용하던 잔대의 순을 이용하여 잔대순비빔밥 간편식을 개발키로 하고, 조직감과 기호도가 우수한 잔대순 건조조건을 확립했습니다. 그리고 팽이버섯과 느타리버섯을 첨가한 구성으로 기호도를 증가시켜 제품으로 내놓을 수 있었습니다.”

국산 농산물을 기반으로 가공하는 농산업체는 대부분 소규모인 경우가 많다. 자체적으로 새로운 가공소재를 발굴하거나 제품을 개발하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 또한 농가 본인이 재배하는 농산물을 기반으로 신규 창업을 원하는 경우에도 신선하고 팔릴만한 제품이 없어 창업을 미룬다.

“저와 동료들의 연구는 이러한 농산업체의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가공기술을 개발필요성에서 시작됐다고 할 수 있지요. 우리 지역의 농산업체의 수요는 최근 2년간 이뤄진 기술이전(통상실시) 성과에서도 확연히 나타나고 있습니다. 충북농업기술원 식품개발팀이 2019년 개발한 도라지청, 흑도라지 젤리, 도라지 잎차, 생리활성이 우수한 수수가공 방법, 알코올 분해능 우수 아로니아 식초, 팥고추장 등 11개 특허기술은 15개 농식품 가공업체에 기술이전 됐습니다. 2020년에도 고구마술, 병풀음료, 고추발효액, 기능성복숭아젤리 등 12개 특허기술이 15개 농식품 가공업체에 기술이전 했지요. 잔대와 병풀은 아직 다양한 소비처가 없지만, 신수요를 창출할 수 있도록 소비자가 원하는 간편식 제품으로 개발해 농가의 새로운 소득 작목으로 육성할 수 있도록 할 것입니다.”

저작권자 © 농촌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