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포커스-영농폐기물 불법소각 대책은…

▲ 농번기가 끝난 농촌은 폐비닐로 몸살을 겪고 있어 수거율을 높이기 위한 제도적 보완이 시급한 상황이다.

수거시설·처리업체 없는 지역은 방치되는 게 현실
강원·충청엔 폐비닐처리시설 없어…충청권 2026년 완공
완전수거 사실상 불가능해 친환경 영농자재 지원 확대해야

농번기가 끝나면 전국의 농촌마을은 몸살을 겪는다. 바로 폐비닐과 농약용기 등 영농폐기물이 쏟아지기 때문이다. 전국적으로 연간 발생하는 영농폐비닐 32만 톤 중 6만 톤은 수거되지 못하고 방치되거나 불법소각되는 현실이다. 그래서 전국 지자체와 농협 등은 봄과 가을철 농번기를 전후해 집중수거기간을 운영하고 있다. 그럼에도 2013~2019년간 발생한 폐농약용기 7200만 개 중 1400만 개가 수거되지 못했으며, 최근 국내에서 발생하는 폐기물의 외국 수출길도 막히면서 처리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수거시설 없으면 사실상 방치
폐비닐은 묻거나 몰래 불태우기 쉬워 미세먼지 발생과 산불 발생의 원인이 돼 농촌의 큰 걱정거리다. 환경부는 영농폐기물을 공동집하장으로 가져오면 무게별로 수거보상금을 지급하고, 한국환경공단은 영농폐기물의 처리를 도맡고 있다. 3월까지 ‘농촌 지역 불법 소각 합동 점검단’은 운영해 농촌지역 폐기물 불법 소각을 방지하는 경기도처럼 불법을 엄단하는 곳도 있다. 하지만 공동집하장이나 수거시스템이 충분치 않아 의도적 또는 비의도적인 방치 또는 소각이 알게 모르게 발생하고 있는 게 공공연한 사실이다.

강원 삼척의 A씨는 “우리 지역은 폐비닐을 수거하는 시설도 없고, 업체도 없어 제때 수거도 안 하고 가끔씩 공무원이나 단체에서 수거할 때 모아서 버린다”면서 “시골의 연세 지긋하신 어르신들이 도시 아파트 주민처럼 분리수거하기도 힘들고, 집 밖이나 창고에 모아두는 정도”라고 현실을 토로했다.

▲ 환경부는 영농폐기물 1차 수거장소인 공동집하장을 2024년까지 1만3000곳으로 늘릴 계획이다.

영농폐기물의 1차 수거거점인 공동집하장은 현재 9021곳이 설치돼 있다. 환경부는 2024년까지 공동집하장을 1만3000곳까지 늘린다는 계획이다. 허나 공동집하장이 있다고 해도 이를 처리할 시설이 없다면 무용지물이다. 강원과 충남, 충북 등은 한국환경공단이 운영하는 폐비닐처리시설과 재활용업체가 없어 타지역에서 일부 처리하기도 하지만 대부분 방치할 수밖에 없다. 다만, 충청권 폐비닐 처리시설은 2026년 준공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준공 전까진 지금의 문제가 반복될 수밖에 없다는 게 문제다.

쓰다 남은 농약병이 문제
경기 파주의 장선자씨가 사는 마을에서는 다 쓰고 남은 농약병을 수거하지 못해 마을에 분란이 일어난 적이 있었다. 장 씨는 “빈 농약병은 수거해 가도 개봉해 쓰고 남은 농약병은 수거하지 않는다”면서 “그렇게 방치된 농약병에서 농약이 흘러나와 땅이나 개천을 오염시킬 수도 있고, 그걸 먹고 죽은 고양이도 있다”고 말했다.

현재 농약을 다 쓴 빈 농약병은 마을별로 환경공단에서 수거하고 개봉하지 않았다면 구입처에서 반품이 가능하다. 하지만 장 씨의 말처럼 쓰다 남은 농약은 처치곤란이다. 다행히 지난해 11월 파주의 각 읍·면 행정복지센터와 농업기술센터가 폐농약 전문처리업체를 통해 6만5000톤을 폐기처분했다.

문제는 여전히 수거율이 그리 높지 않다는 거다. 작물보호협회 자료에 의하면 2013~2019년 폐농약용기류의 수거율은 80.5%에 불과했다. 일시적인 처리가 아닌 정기적인 수거시스템을 마련하거나 환경공단이 모든 농약병 처리를 맡아야 한단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한국농수산재활용사업공제조합 장승연 본부장은 “작물보호협회가 농약의 안전사용과 폐기에 대해 적극적인 홍보가 중요하다”면서 “일정규모 이상 농사를 짓는 농업인에게 영농폐비닐이나 농약용기에 대한 수거의무화 제도를 도입하는 것도 방법”이라는 의견을 내놨다.

하지만 지자체 예산비중이 높은 수거시스템으로 인해 잘 되는 지역의 예산이 조기에 소진돼 미수거량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크다. 수거가 잘 될수록 방치되는 농약병이 늘어나는 역설적인 상황이 생길 수 있단 뜻이다.
그리고 수집에 농협이 적극 나설 필요가 있다. 지역의 단위농협 유통망을 통해 농약용기를 1차로 수거하는 시스템을 마련하는 게 현실적으로 용이하기 때문이다. 거기에 마을단위별 미사용 농약 수거용기를 늘리거나 주변 오염을 최소화하는 시설이 보강된 공동집하장을 마련하는 것도 필요하다.

▲ 자료출처:환경부

장기적으로 친환경 영농자재 사용해야
한편, 완전수거가 힘든 영농폐기물 특성상 수거장 확충과 수거시스템 보완 이외에도 장기적으로 친환경 영농자재를 확충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단 의견도 힘을 얻고 있다. 폐비닐을 양산하는 농자재인 멀칭필름부터 천연물질로 만들어 자연분해되는 소재로 바꾸는 게 일단 현실성이 있다.

강원도농업기술원은 3개 지역의 콩과 수수재배단지에 생분해성 멀칭필름 시범사업을 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자연분해되는 멀칭필름은 환경적 이점에다 노동력 절감과 분담금 등 사회적 비용을 줄이는데도 도움이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제는 높은 가격이다. 생분해성 멀칭필름만 해도 기존 필름보다 가격이 3배 이상 높다.

천연물질로 만든 생분해성 종이멀칭을 생산하는 에이스멀치 최현황 대표는 “가격은 기존 필름보다 높지만 모든 사회적 비용을 감안하면 생분해성 종이멀칭이 훨씬 경제적”이라며 “정부가 친환경 영농자재 지원을 더 확대해 농가가 많이 쓸 수 있도록 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현재 농식품부는 목초액과 천적, 키토산 등과 식물추출물 47종에 대한 부가가치세를 면제하고 있지만 멀칭필름과 같은 자재는 해당사항이 아니다. 친환경 영농자재를 면제대상에 포함시키거나 예산상 보조를 하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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