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광희 칼럼 - 누리백경(百景)(175)

# 난초꽃과 영지가 지천으로 피어나던 섬이라서 이름도 고운 난지도(蘭芝島)로 불렸다. 조선시대에는 꽃과 풀이 많다 해 중초도(中草島), 생김새가 오리가 물에 떠 있는 모습과 같대서 오리섬[압도(鴨島)]이라고도 불렀다.
홍제천, 모래내에서 흘러내려온 모래가 쌓여 섬이 됐다. 겨울철 철새 도래지였고, 몇 안되는 이 섬 원주민들은 척박한 모래땅 성질에 맞는 작물 땅콩과 수수를 심어 도심에 내다 팔아 겨우 입에 풀칠을 했다.

행정구역상의 지번은 서울 마포구 성산동 549번지로 일대 82만여 평이다. 이곳이 1978년 3월 서울 쓰레기 매립장으로 지정됐다. 서울 변두리이고, 교통이 편리하다는 이유가 가장 컸다. 이 매립장엔 1993년 3월까지 15년간 9200만 톤, 하루 트럭 3000대 분량의 쓰레기가 지상 100m 높이로 쌓여 거대한 인공 쓰레기 산이 됐다.

이곳이 안정화 사업 추진으로 다양한 동·식물이 살 수 있는 생명의 땅으로 복원됐다. 2002년 5월 월드컵공원으로 재탄생 해 평화공원, 하늘공원, 노을공원, 난지천공원, 한강난지공원으로 나뉘어 푸른하늘이 손에 잡힐 듯한 테마공원이 됐다. 쓰레기·파리·악취냄새가 들끓어 ‘삼다도(三多島)’라 일컫던 불명예는 싹 씻긴 지 이미 오래다.

# 난지도 시절 이후, 서울을 중심으로 한 수도권 폐기물은 인천시 서구에 있는 3-1 매립장(103만㎡ 규모)에서 소화해 왔다.
그러나, 이 매립장이 4년 뒤인 2025년에는 포화상태에 이르게 돼 서울·경기지역의 폐기물을 더이상 받지 않겠다고 인천시가 선언했다. 대체 매립 후보지로 옹진군 영흥면 일대를 선정했지만, 주민들이 들고 일어나 난관에 부딪쳐 있다.

급기야 환경부와 서울시·경기도·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가 석 달(지난 1월13일부터 4월12일까지) 동안 수도권 대체 매립 후보지 공개모집에 나섰다.
희망 매립지 부지규모는 서울 여의도 면적의 4분의3 정도인 220만㎡ 이상. 이러한 대체 매립지 공모와 함께 인센티브로 5000억 원+α라는 파격적인 규모의 돈을 내걸었다. 매년 수백억 원 규모의 반입 수수료도 전액 제공하고, 친환경성 매립지로 조성하겠다고 환경부는 밝혔다.

# 친환경성 매립지라면, 일본의 스토커(Stoker)식 첨단 쓰레기 소각장을 예로 들 수 있다. ‘쓰레기 투입→850~1000℃의 고열 분해·소각(융용)→슬래그(Slag, 녹은 찌꺼기)배출’의 과정을 통해 쓰레기를 70~85%까지 태운다. 그리고 남은 쓰레기(15~30%)와 연소 중 굴뚝으로 나가는 재(톤당 15~30kg. 다이옥신 검출량이 배기가스의 100배 이상)도 필터로 걸러 물·시멘트로 반죽해 약품첨가로 고체화시켜 땅에 매립한다.

이같이 운영되는 첨단 소각장이 일본 내에 3000곳이 넘는다. 1980년대 초에 필자가 일본에 갔을 때, 흡사 테마파크처럼 꾸며진 도쿄 시내의 한 깔끔한 바이오 에탄올 추출 쓰레기 소각장을 보고 놀랐던 기억이 새롭다.

우리도 당장이 급해 그저 쓰레기를 갖다가 최대한 많이 버릴 수 있는 매립지 조성도 시급하지만, 일본과 같은 첨단소각장을 갖춰 매립 쓰레기를 최대한 줄이는 것도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쓰레기 산’은 이제 난지도 하나로 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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