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잠깐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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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주재 대기자

우리에게 친근감을 주는 ‘농심’이라는 낱말이 처음 생긴 것은 새마을 운동이 한창이던 1970년대 초입니다. ‘농심’이라는 이 낱말에는 농사짓는 사람은 물론, 농촌을 사랑하고 아끼는 사림만이 간직하고 있는 생활철학이 함축되어 있습니다.

 

농심 있는 곳엔 따뜻함이 있다
‘농심’은 대자연을 사랑하며 대자연에 순응하려는 마음이기 때문에 그 마음은 항상 너그럽고 부드럽습니다. ‘농심’은 씨뿌린 만큼 거두려는 마음이기 때문에 과욕이나 허영 없이 소박하게 분수를 지킵니다. ‘농심’은 자연과 더불어 거짓말을 못하고 신의를 지킵니다.
그래서 ‘농심’ 있는 곳에는 항상 넉넉하고 따뜻한 분위기가 감돌고 있습니다. ‘농심’은 힘겨운 농사일도 즐거운 마음으로 하며 무서운 자연 재난도 물리치는 용기와 인내심을 키워줍니다.
‘농심’은 아무리 열악한 생활환경도 낙원으로 만듭니다. 그 낙원은 반드시 으리으리한 저택이 아니고 때로는 오막살이 입니다. ‘농심’은 허술한 공간일지라도 그 공간을 조용히 사색하며 편히 쉬는 나만의 안식처로 만들고, 이곳을 조용히 독서하는 나만의 서당으로 가꾸며, 행복에 겨워 감사의 기도를 올리는 나만의 교회로 삼고, 사랑과 평화만이 감도는 나만의 천국으로 여기며 행복을 만듭니다.    


이렇게 행복을 만드는 ‘농심’은 행복의 참뜻이 무엇인지 생활의 현장에서 터득합니다. 행복은 남이 주거나 돈으로 살 수 있는 것이 아니고 자신의 마음가짐 하나로 만들어 간다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행복은 유형의 물체가 아니고, 오직 느낌에서 얻어지는 것입니다. 따라서 행복은 마음을 비우고 자신이 스스로 행복하다고 느끼려는 마음가짐에 있습니다. 그러므로 아무리 부귀를 누릴지라도 탐욕이나 이기심이 앞서면 행복을 느끼지 못합니다.
행복은 천하를 호령하는 권세에 있는 것이 아닙니다. 쌀 한 알을 소중히 여기는 소박한 마음에 있고, 고구마 한 개에 감사하는 마음에 있으며, 불우한 이웃을 챙겨주는 온정에 있습니다.
행복은 교만이 아닌 겸손에 있고, 질투 없이 축복하는 가슴에 있으며, 미움 없는 사랑에 있고, 약자를 도우려는 의협심에 있습니다. 먼 곳에 있는 것이 아니고 마음가짐에 따라 어디에나 있습니다. 행복은 울타리 밑 채송화에도 있고, 담장에 매달린 호박에도 있습니다. 요즘처럼 자칫 짜증내기 쉬운 때라도 매사를 낙천적이며 긍정적으로 살고자 힘쓴다면 진정한 행복감을 느낄 것입니다.
우리에게는 이러한 ‘농심’이 있었기에 이제까지 수많은 어려움을 극복하고, 근년에는 중국에서 밀려든 값싼 농산물의 파도에도 의연하게 대처해 왔습니다. 이처럼 우리는 앞으로 닥쳐올 한미 FTA의 파도도 능히 이겨낼 것입니다.

 

농심 바탕으로 이상향 건설
오늘의 지구촌은 국경을 허물고 무한경쟁으로 치닫고 있으나 우리에게는 온갖 시련을 이겨낸 ‘농심’이 있기에 두려울 것이 없습니다. 그것은 우리에게 지난날 6.25 전쟁을 육탄으로 막았고, 배고프던 보릿고개를 녹색혁명으로 무너뜨린 전력이 있기 때문입니다.
올해는 소의 해(己丑年)입니다. ‘농심’은 소의 마음(우심:牛心)과 통합니다. 새해에도 우리 ‘농심’은 소와 더불어 부지런히 일하면서 패기와 긍지를 되살려 어려운 농촌을 도시민이 부러워하는 이상향으로 건설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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