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광희 칼럼 - 누리백경(百景)(173)

# 요즘 ‘화수분’이란 말이 심심찮게 뉴스에 오르내린다. 정부·여당이 코로나 방역 등의 정책으로 피해를 본 자영업자·소상공인에 대한 손실 보상을 법으로 보장하는 ‘자영업 손실보상법’을 추진하겠다고 나서자,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자신의 페이스 북에 글을 올려 짐짓 우려를 표시했다.

“재정은 화수분이 아니기 때문에 나라살림도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내년 처음으로 나라 빚 총액이 1000조 원을 넘어설 것으로 보여, 이는 미래에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라며 “누구도 가지 않은 길”이라고도 했다.

# 화수분의 사전풀이를 보면, ‘그 안에 온갖 물건을 넣어두면 새끼를 쳐서 끝이 없이 나온다는 전설적인 보물단지. 재물이 자꾸 생겨 아무리 써도 줄지 않음을 이르는 말. 명사’로 돼 있다.
그리고 박완서(1931~2011) 소설 <미망>의 한 구절을 예문으로 들었다.
- ‘은덩이는 한 번 돈으로 바꾸면 그만이지만, 땅은 해마다 돈을 낳을 테니까. 그야말로 화수분이지.’
근대 여명기의 소설가 전영택(1898~ 1968)이 화수분 일가의 가난과 고통, 그리고 비극적 죽음, 그 속에서의 따뜻한 인간애를 그린 소설 <화수분>(1925)도 세상에 전해오고 있다.

그리고 우리 모두가 어렸을 적 한번쯤 읽었거나 들었을 이솝우화 <황금알 낳는 거위>도 바로 화수분 얘기와 다를 바 없다.
시골의 한 농부의 농장에 어느 날 거위 한 마리가 들어온다. 그런데 이 거위는 다음 날부터 황금알을 낳기 시작했다.

그 바람에 벼락부자가 된 이 농부는 더 많은 황금알을 탐한다. “흠, 저 거위의 뱃속에는 더 많은 황금알이 들어있을 게야.” 하고는 곧바로 거위를 잡아 칼로 배를 갈랐다. 그러나 황금알은 하나도 없고, 농부는 지나친 욕심으로 거위를 잃고 홀딱 망한다는 얘기다.

# 화수분이란 말은, 본래 중국 진시황 때의 하수분(河水盆)에서 유래했다. 만리장성을 쌓을 때, 군사 10만 명을 동원해 황하강의 물을 길어다 커다란 구리로 만든 항아리에 채우게 했다. 그런데 이 물동이가 얼마나 컸던지 한 번 가득 채우면 퍼내도 퍼내도 물이 계속 나왔다. 그래서 ‘황하강 물을 가득 채운 물동이’란 뜻에서 ‘하수분’이라 이름지어졌다는 고사다.

# 홍 경제부총리는 “나라의 곳간지기 역할은 국민께서 요청하는 준엄한 의무이자 소명”이라고 했다. 그가 과연 어떻게 국가 재정을 지키는 충실한 곳간지기의 의무를 다할지는 좀더 두고 지켜봐야 할 일이다.

경제학에는 <희소성의 원칙>이라는 게 있다. 자원은 유한한데 인간의 욕구는 끝간 데 없다. 매일매일 또박또박 한 알씩의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르려고 ‘욕망의 포퓰리즘 칼’을 벼리고 있는 정권의 압박 속에서 과연 그가 자리를 걸고 소신을 지킬 수 있을까… ‘그럴 줄 알았어’식으로 두 번 다시 그를 빗대 이르는 사자성어 ‘홍두사미’, ‘홍백기’가 되지 않고, 끝내 그의 소신이 빛나는 모습을 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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