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계절밥상 –‘자연스럽게 먹습니다’저자 이정란이 전하는 2월의 텃밭& 요리 이야기

말린 채소는 조상들의 살림 지혜
봄을 맞으며 몸속 노폐물 제거해
신장·간·소화기관에 활력을…

2월은 겨울의 끝인 동시에 절기의 시작
입춘은 2월3일 전후이며, 봄으로 들어가는 입(立)절기다. 봄의 시작이라고 하지만 봄을 느끼기엔 아직 이르다.
텃밭은 휴식기라 지난해 준비해뒀던 묵나물(제철에 나는 나물을 말리거나 데쳐 말린 나물)을 이용하거나 바다에서 나오는 해초들로 채소를 대신한다.

해조류는 채소에 들어있지 않은 미네랄을 많이 함유하고 있어 뼈를 튼튼하게 만들고 혈액을 깨끗하게 만드는 알칼리성 식품이다. 몸이 산성화되면 여러 가지 질병이 생기기 쉬운데, 해조류는 몸의 밸런스를 맞춰줄 수 있는 중요한 먹거리가 된다.
우수(雨水)는 2월18일 경이며, 이 시기에 오는 비는 겨울의 추위를 녹여 땅속 벌레들을 깨우며 봄이 왔음을 알린다.

음력 1월15일이 되면 농경생활에 있어 가장 중요한 대보름이 든다. 정월대보름은 새로운 해가 시작된 후 처음으로 맞이하는 보름인 만큼 특별하게 여겨졌다. 둥글게 차오른 보름달은 음(陰)의 기운으로 ‘여성’과 ‘대지’, 그리고 ‘풍요’로 상징되며 건강과 평안을 기원하는 여러 가지 세시풍속을 만들었다.

 대보름에는 쌀, 조, 수수, 팥, 콩 등을 넣어 오곡밥을 짓고 9가지 나물을 9번 먹으면 그 해의 액운이 사라진다고 믿는 풍습이 있다. 오곡밥의 재료는 지역마다 약간씩 다르지만 한 해 농사의 풍년을 기원한다는 데서 비롯됐다. 대보름날 새벽에는 땅콩이나 잣, 호두, 밤, 은행 등을 깨물어 한 해 동안 종기나 부스럼이 나지 않고 건강하게 지낼 수 있기를 기원하기도 한다.

9가지 나물은 취나물, 고사리, 부지깽이 같은 산나물을 말려 놓은 것을 사용하기도 하지만 시래기, 토란대, 호박고지, 무말랭이 같은 말려놓은 채소를 사용하기도 한다. 이제 곧 봄나물들이 여기저기에서 올라오기에 집에 남아있는 묵은 나물과 곡물들은 이웃들과 나누며 정리하자는 의미인 듯하다. 쉽게 구입하고 쉽게 버려지는 음식물 쓰레기가 많은 요즘 조상님들의 살림의 지혜가 엿보인다.

겨울을 지나고 봄을 맞이하는 이 시기에는 몸에 쌓여 있는 노폐물을 제거해 신장과 간의 기능을 올려주고 위, 췌장, 비장에 해당하는 소화기관에 활력을 주는 음식이 건강에 도움이 된다.

 

2월의 제철요리 - 봄을 준비하는 디톡스 ‘단호박 팥스프 ’

▲재료   단호박 1개, 밤 5개, 당근 1개, 샐러리 1대(20cm), 팥 1컵, 소금 약간

▲만드는 방법
    1. 팥은 하룻밤 정도 충분히 물에 불린다.
   2. 불린 팥은 2배의 물을 붓고 끓인 후 우러난 물은 버리고 다시 2배의 물을 넣고 중불에 끓이다가 끓기 시작하면 40분 정도 푹 삶는다. 이때 하얗게 올라오는 거품은 걷어내고 팥이 반정도 익으면 소금을 넣어준다.
   3. 냄비에 단호박(껍질을 벗기지 않은 통째로)과 밤(껍질을 제거한다.), 당근(3cm), 샐러리 (5cm)를 손질해 넣고 호박이 반정도 잠기도록 물을 붓고 끓인다.
   4. 과도를 이용해 단호박을 찔러보고 부드럽게 들어가면 단호박을 꺼내어 껍질과 씨앗을 제거한다. (채소나 과일은 껍질에 농약성분이 많이 묻어있기 때문에 무농약 단호박을 사용했다면 벗긴 껍질은 따로 모아뒀다가 먹을 수 있다.)
   5. 씨앗과 껍질을 제거한 단호박, 삶은 밤, 당근을 끓인 물과 함께 블랜더를 이용해 갈아준다. (샐러리는 채수의 풍미를 내기 위한 용도이기 때문에 스프에 넣지 않는다.)
   6. 약간의 소금간을 해 스프볼에 담고 삶은 팥을 올린다.

 

단호박과 팥을 이용한 요리는 마크로비오틱을 포함한 치유식에서 자주 사용된다. 팥은 음양오행(陰陽五行)에서 수(水)의 기운에 해당하며 ‘신장’과 ‘방광’에 있는 노폐물을 제거해주는 효능이 있다.
단호박은 음양오행(陰陽五行)에서 토(土)의 기운에 해당하며 ‘위장’과 ‘췌장’을 보호한다.
주의할 점은 설탕으로 인공적인 단맛을 내지 않고 적당량의 소금을 이용해 자연의 단맛을 끌어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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