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원경영에서 출발해 화훼농장 운영까지, 식물과 함께 30년

▢거꾸로 가는 6차산업... 여주 미소품 농장 김선희 대표

 

영하 15도~16도까지 내려갔던 올 겨울 혹독한 추위로 미처 집안에 들여놓지 못하고 베란다에 있던 화분들이 얼어버린 집이 많다. 식물도 반려식물이라 부를 정도로 오래 돌보면 정이 들게 마련이어서 상심이 클 수밖에 없다. 또 새 화분을 들이자니 식물마다 돌보는 요령이 달라 잘 키울 수 있을까 걱정스러워 하는 사람들도 많다. 화원과 농장경영 30년인 김선희 씨로부터 식물 키우기 요령을 들어본다.
▲ 김선희 대표는 집에서 키우기 쉬운 공기정화 식물로 크루시아를 추천했다.

 

# ‘만세선인장’을 작명한 장본인

여주 흥천화훼단지 미소품농원의 김선희 대표는 화훼농장 경영 25년으로 요즘은 공기정화식물인 크루지아 등 10여종의 식물을 재배해 판매한다.

어린 시절, 김 대표는 길가에 쪼그리고 앉아 들꽃을 들여다보느라 시간가는 줄 모르다가 어둑어둑해질 때 집에 들어가 어머니로부터 야단맞았던 기억이 있을 정도로 남달리 꽃을 좋아했다. 그때의 꽃은 들길에서 본 야생화였는데 서울로 진학해 화원에서 알록달록한 꽃을 접하면서 또 다른 꽃의 매력에 푹 빠지게 됐다.

“꽃에 반한 거죠. 수채화 같던 야생화만 보다가 화려한 자태의 꽃에 반해 고교 졸업 후에 월급을 더 많이 주던 경리업무도 마다하고 화원에 취직했고, 또 직접 화원을 경영하게 됐어요.”

그 당시 화원 경영은 꽃을 구입해 판매하는 일뿐 아니라 분갈이와 배달까지 모두 직접 했고, 김 대표는 “차라리 직접 화훼농장을 해보자”고 결심하게 됐다. 어찌 보면 거꾸로 간 6차산업인 셈이다.

“화훼농장 경영은 다른 농업에 비해 시설투자비가 꽤 많이 들어요. 또 일반 농작물들은 각 작물마다 재배 기술에 대한 정보가 구축돼 있는 반면에 화훼류는 품종은 다양하지만 기본 자료가 없어 거의 독학으로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농사지어야 했죠.”

하남에 있던 농장이 도시계획으로 수용되면서 김선희 대표는 여주로 농장을 옮겼다.

 

# 다음 히트작은 핑크별과 크루시아

▲ 크루시아와 핑크별이 주 작목인 미소품 농장엔 집 꾸미기 좋은 작은 식물들이 재배되고 있다.

현재 미소품 농장엔 주작목인 크루시아와 핑크별, 만세선인장을 비롯해 10여종의 식물을 재배한다. 김 대표는 만세선인장을 국내에 보급 확산시킨 장본인이다. 외국 품종으로 미국 사막에서 타이어에 밟혀 납작해졌다는 의미의 로드킬이란 이름으로 불렸던 품종인데, 모양에서 이름을 따서 만세선인장으로 작명했고 승승장구란 의미를 붙였다. 9년 전 한 평에 백여개의 만세선인장을 증식해 10만 여개까지 증식했다. 요즘은 다른 농장에서도 만세선인장을 인테리어용으로 많이 보급하고 있어 경쟁력이 떨어졌다.

대신 핑크별을 다음 효자상품으로 키우고 있다. 녹색이 아닌 분홍빛과 자주 빛이 도는 크리탄서스에 핑크별이란 이름을 붙여 증식 중이다.

“별 모양에 색깔은 핑크색이라 예쁘게 작명해 소비자에게 쉽게 다가설 수 있게 했죠.”

김 대표가 이름 지은 핑크별은 파인애플과의 식물로 재배가 쉬운 게 특징이다.

 

# 분화는 오히려 코로나 집콕 특수
코로나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화훼농가가 많지만 미소품농장은 오히려 요즘 판매가 왕성하다.

“코로나 직후인 작년 3~5월엔 정말 매출이 10%도 안됐어요. 근래엔 집콕으로 집안 가꾸기나 인테리어에 대한 소비자의 관심이 늘어나면서 오히려 매출이 더 좋아졌어요.”
코로나시대를 지내며 먹고 마시던 소비를 자신을 위해 사용하고 있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취미로 식물 가꾸기에 대한 관심이 늘어난 게 원인이다.

김선희 대표의 또 다른 꿈은 미소품농장을 로컬가든센터로 성장시키는 것이다. 이를 위한 준비로 여주시농업기술센터 농업인대학에서 농촌체험지도사과정과 마스터과를 이미 마쳤다.

“화훼를 주제로 치유농업에 도전하며 여주 특산물도 함께 판매해 지역상생을 이루고 싶어요. 좋아하면 알게 되는 것 같아요. 식물을 좋아하다 보니 여기까지 오게 됐어요.”

김 대표는 꿈을 위해 옆에 1980㎡(600평)의 부지를 새로 마련해 서두름 없이 차근차근 자신의 꿈을 이뤄나가려 준비 중이다.

 

□ 김선희 대표가 알려주는 겨울철 화분 관리 요령

•겨울엔 추위를 피해 대부분 집안으로 화분을 들여놓는데 생각보다 실내가 건조해 화분에 물을 자주 줘야 한다.

•식물의 특성상 잎 모양을 보고 물을 주면 좋다. 잎이 얇고 많은 것은 자주, 한 번에 많이 주기보다 분무기로 조금씩 뿌려 주는 게 좋다.

•꽃이 맺히면 특히 물 관리를 세심하게 잘해야 꽃 수명이 길어진다.

•선인장 같이 털이 있는 식물은 ‘물이 싫어요’하고 밀쳐낸다고 보면 된다. 잎이 두꺼운 선인장류는 대부분 그렇다.

•식물도 청년기와 노년기가 있어 성장이 좋은 청년기엔 물 공급이 많아야 한다. 오래 키운 식물은 물을 조금 덜 주는 게 좋다. 뿌리가 약해져 있어 물 흡수력이 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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