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자매네 반디농장 김영란의 전원일기 ⑩

누구나 실수할 수 있어.
운명에 큰 타격을 주는
실수가 아니라면 누구나
실수하면서 성장하는 거야~

며칠 전, 막내가 울먹이면서 전화가 왔다. 흐느끼는 듯, 말을 잇지 못했다. 순간, 혹시 코로나19 확진됐나 하는 생각에 놀라서 왜 그러냐고 다그쳐 물었다.
“엄마~ 장학금 취소돼서 등록금을 내야 해요~” 그런다. 순간 코로나가 아니라는 생각에 안도했다. 요즘 코로나 공포가 무의식 속까지 들어와 있다.

막내는 사립대 건축과 4학년이다. 위로 두 언니들은 국립대 아니면 못 보내준다고 해 교원대와 농수산대학을 나와서 등록금 걱정을 별로 안하고 졸업했다. 과외도 학원도 안 간 아이들이라.
농부로 그런대로 살아낼 수가 있었다. 그런데 막내는 서울경기지역에 국립대를 가지는 못하고 사립대에 붙어서 마지막이라 감당할 수 있겠지 하고 사립대를 갔는데, 등록금에, 용돈에, 생활비(용돈만 주고 알아서 서바이벌^^).

시골에서 농사지어서 육지로 유학하는 것은 이중고다. 몇 년 째 임용고시 패스를 못한 첫째까지. 농사지어서 지원하기가 버거운 몇 해였다.
막내한테 노래를 불렀다. 장학금 타라고. 그런데 어인 일인지 큰아이 때만 해도 국가장학금 해당자였는데 땅값이 올랐다고, 자산가치가 늘었는지 국가 장학금 수혜자가 아니란다. 땅값이 올라봤자 팔면 세금으로 다 나가고, 팔 수도 없는 생계형자산인데 세금만 올라가고 주머니 사정은 더 팍팍한데. 졸지에 땅거지 신세가 돼버렸다. 땅은 있는데 주머니에 돈은 없고. 땅값 올랐다고 남들은 부러워하고. 결국은 세금만 많이 내야하는 가진 자가 됐다. 참으로 황당한 세상이 됐다.

하여간에 막내는 1등을 해야만 장학금을 탈 수가 있다는데. 그게 어디 쉬운 일인가? 매번 영혼을 갈아 넣었다며 열공한다는데, 1등 소식은 들리지를 않았다. 다만 청귤(풋귤)이 재조명돼 겨울귤 팔아서 겨울 등록금 장만하고, 여름에는 청귤 팔아서 등록금에 보탤 수 있게 된 것만도 다행이라 위안했다.

막내가 이번에는 열심히 공부해서 3등 했다. 1등과 2등이 영어성적을 올려야하는데 기준미달 돼 3등인 자기가 장학금을 타게 됐다며 너무 좋아했다. 1등은 아니지만, 운이 좋아서 장학금 타게 되서 나도 고마워했다. 등록금 시름 덜어줘서 고맙다며 100만 원을 하사했다.

그런데 3주나 지나서 뭐가 잘못 됐다며 다시 등록금을 내라고 통보가 온 것이었다. 막내는 억울하고 분하다며 울음을 멈추지 않았다. 막내가 울면서 말을 잘 못 하니까 옆에서 언니가 대신 말해줬다. 차마 부모님께 말씀 드리기가 어려워서 학자금 대출을 받으려고 했는데도 기간이 지나서 못 받게 됐다고. 그래서 알바해서 갚을 테니 등록금을 좀 내달라고 한다.

담당자가 실수해 놓고 사과도 안한다며 흑흑 울음을 멈추지 않는 막내에게 “막내야~ 기분 좋은 일은 아니지만, 그렇게 화날 일도 아니야~ 사람은 누구나 실수할 수 있어. 운명에 큰 타격을 주는 실수가 아니라면 누구나 실수하면서 배우면서 성장하는 거야~ 이제 너도 사회에 나가게 되면 무수히 실수하며 일을 배우게 될 텐데 누군가가 가혹하게 몰아치면 상처받고 힘들 거야. 그 담당자도 이번에 실수해서 또 정신 바짝 차리게 될 거야. 잠시라도 좋아했으니 그것만으로도 괜찮네.”
그래서 로또 맞은 기분이 순식간에 허공으로 날아갔다.
막내야~~~ 다음에는 진짜 1등 한번 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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