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명견 교수의 재미있고 유익한 옷 이야기(98)

"전통설빔은 어린이들에게
강한 기억으로 남을 것...
그 기억이 우리 전통의
발전 동력이 될 것이다."

세계가 코로나로 열병을 앓고 있는 가운데 뜻밖에도 우리의 전통한복이 해외의 젊은이들로부터 관심과 사랑을 끌어모으고 있다. 심지어 우리 전통한복이 자기 나라 것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까지 등장했다. 비대면 상황 속에서 우리 옷이 화상과 유튜브 같은 온라인 시장을 달구고 있는 ‘기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한복이 국제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1993년 한복 디자이너 이영희씨가 파리 프레타포르테 무대에 올리면서였다. 한국에 대해 아는 게 거의 없던 시절로, 우리 옷의 아름다움에 감탄을 하면서도 일본이나 중국옷이 아니냐고도 했다. 다들 한국을 몰랐다. 그러나 1996년 한국 TV드라마가 중국 시장에 진출하면서 한류라는 우리 대중문화의 열풍이 불기 시작했다. 나아가 싸이, BTS 같은 세계적 가수들이 등장하면서, 한국어를 익히고, 한국 문화에 열을 올리는 젊은이들이 넘쳐나게 됐다.

지난 5월 BTS의 슈가가 뮤직비디오 ‘대취타’를 발표하면서 전통한복을 입었다. 왕의 곤룡포와 삿갓에 허름한 남자 한복을 ‘왕과 거지’라는 역할에 맞춰 입었다. 슈가가 입은 옷에 대한 관심과 함께 이 비디오는 약 1억8천만 회의 조횟수를 기록했다. 뒤이어 아이돌 그룹 블랙핑크가 6월26일 미국 NBC ‘더 투나잇 쇼’에 화상 출연을 한다. 경쾌한 무대복으로 변형시킨 한복을 입고 무대를 누볐다. 이 뮤직비디오는 발표 24시간 내 1억뷰란 세계 신기록으로 기네스북에 올랐다. 이들의 한복은 검정 미니스커트의 철릭(조선시대 무관의 공복)과 봉황문(상상의 동물로 왕가의 문양)의 분홍저고리를 배꼽티처럼 상큼발랄하게 하고, 노리개까지 달아 전통옷의 이미지를 살린 것이었다. 획기적인 이 변형에 외국 네티즌들은 탄성과 함께 주문을 쏟아냈다. 해외 판매 사이트개설 일주일만에 방문자 2만 명이 넘었는가 하면, 분홍저고리는 주문이 밀렸고, 미국, 중국, 싱가포르, 유럽, 동남아 순으로 고객이 많다는 소식이다.

이 같은 전통한복의 인기는 ‘한복공정’이라는 초유의 용어를 만들어내기도 했다. 일본이 독도를 자기네 땅이라고 우겨대더니, 이번엔 중국이 우리의 전통한복을 자기들 것이라고 주장하고 나선 것이다. 한마디로 터무니없다. 물론 중국은 오랜 이웃으로서 옷에서도 서로 영향을 주고 받아온 건 사실이다. 평면재단이나 옷감이 비슷해서 언뜻 같은 옷으로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중국은 ‘상의하상식(上衣下裳式)’으로 윗옷과 아래옷이 하나로 붙어있는 반면, 우리 옷은 상하가 분리된 2부식(二部式)으로 근본적인 기본 구성과 디테일이 다르다. 전통이란 오랜 역사를 통해 자연환경, 생활 방식, 사상 등이 스며들며 만들어지는 것이다. 전통한복도 수천 년 동안 이 민족의 정서와 얼이 어우러져 이뤄낸 고유의 문화다. 세계적 아이돌 스타들이 입고 무대를 누비며 아름다움을 발산하자 아마도 욕심이 났던 모양이다. 

민족의 대명절인 ‘설’이다. 코로나로 여건이 매우 어렵다. 이런 와중임에도 세계인이 감탄하는 우리 옷으로 이 어두움을 아름답게 꾸며보는 것은 어떨까. 외출도 제대로 못하지만 예쁜 전통설빔은 우리 어린이들에게 참으로 강한 기억으로 남을 것이다. 이들의 그 기억이 우리의 전통을 발전시킬 동력이 될 것으로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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