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옥임 순천대학교 명예교수·사회학

"자존감은 인생을 살아가는 데
아주 중요한 버팀목이다.
자존감 형성은 평소 어머니의
격려와 신뢰가 밑바탕이다.

코로나19 상황을 극복하려면
무심하게 지나쳤던 가족 간
배려, 소통, 유대감이
기본이 돼야 할 것이다."

▲ 박옥임 순천대학교 명예교수·사회학

코로나19로 일상이 무너진 지 1년이 지났다. 여행은 물론 외출도 삼가고 심지어 가족모임조차도 조심스럽다. 사람을 만나지 못하는 것도 문제지만 더 큰 위협은 생계 자체가 바닥을 치고 있다는 점이다. 예전의 삶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되돌아보게 된다. 더구나 집에서 주로 생활해야 하는 우울감 때문에 가족 간 갈등과 불화가 증폭되고 있는 점도 우려스럽다.

요즘 가족이 무너지는 안타깝고 비정한 사건들이 많이 발생하고 있다. 지난해 11월의 ‘영아 사체 유기 사건’과 입양된 지 5개월 동안 양모의 잔혹한 학대와 폭력을 당한 끝에 16개월짜리 아기가 죽은 ‘정인이 사건’으로 온 국민의 분노가 들끓었다. 또 8살의 아동이 친모에 의해 목숨을 잃는 일도 있었다. 출생신고조차 되지 않았으니 그동안 얼마나 참담하게 살았는지 가늠조차 되지 않는다.

이러한 사건의 공통점은 바로 자존감의 부재다. 사람은 아무리 힘들고 버거운 삶을 살아도 자신을 통제할 수 있는 자존감이 있어야 허튼 행동을 자제할 수 있다. 어떤 상황이 닥치더라도 극복하는데 중요한 것은 자기 자신에 대한 존중감(self-esteem)이다. 말 그대로 자기 스스로가 중요하고 가치 있다고 믿는 힘을 말한다. 이런 사람은 지탄받을 언행을 하지 않으며 시련에 부딪혀도 자기 신뢰에서 나오는 힘과 의지로 극복해낸다.

이순신 장군은 모함 때문에 삭탈관직과 백의종군의 치욕을 당하면서도 자신을 신뢰하는 자존감과 나라를 사랑하는 정신으로 이를 극복해냈다. 이러한 극한 상황을 이겨냈을 수 있었던 것은 장군의 어머니 초계 변씨의 아들에 대한 절대적인 신뢰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동화작가 안데르센은 가난해 학교조차 제대로 다닐 수 없는 형편이었지만 어머니의 격려가 자신을 버티는 힘이었다고 한다. 비록 남의 집 허드렛일을 하며 글조차 깨우치지 못한 어머니였지만, 어떻게 사는 것이 사람의 도리인지 자식에게 자존감을 심어줬다고 한다. 그의 작품 <미운 오리 새끼>는 본인을, <성냥팔이 소녀>는 어머니를 모델로 해 소외된 사회적 약자의 처지를 빗대 독자에게 감동과 경종을 줬다.

46대 미국 대통령 조 바이든이 취임했다. 바이든의 삶은 부인과 자녀 등 가족의 연이은 죽음으로 불운했으나 이를 떨치고 일어설 수 있었던 것은 어머니의 역할이 컸다. 어머니 캐서린 바이든의 지지에 용기를 얻고 역경을 이겨냈다고 한다. 특히 어릴 때 말을 더듬어 놀림을 받을 때나 30여 년 전에 대선 과정의 좌절로 인한 언어장애가 왔을 때도 ‘누구도 너보다 뛰어나지 않고, 어떤 사람도 너보다 못하지 않다’는 애정 가득한 격려 덕분에 어려움을 극복해냈다고 한다. 

이순신, 안데르센, 바이든의 경우처럼 자존감은 인생을 살아가는 데 있어서 아주 중요한 버팀목이다. 이런 사람들의 자존감 형성은 평소 어머니의 격려와 신뢰가 밑바탕이 됐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태어나서부터 성인이 될 때까지 절대적으로 믿어주고 지지해주는 어머니의 현명한 역할은 자존감을 키우고 살아가는데 큰 힘이 됐던 것이다.

해가 바뀌었어도 코로나19 상황은 우리를 여전히 힘들게 하고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외부 활동을 가급적 줄이고, 화목한 가정을 위해 무심하게 지나쳤던 가족 간 배려, 소통, 유대감이 기본이 돼야 할 것이다. 소소한 일상의 삶이 참으로 중요하다고 느꼈다면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인가. 당연한 것을 소홀히 여기고 그 소중함을 이제라도 깨닫게 해주는 것이 코로나19에서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교훈이다.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서로 인정하고 의지해 사랑의 힘으로 어려움과 힘든 상황을 버텨내는 2021년이 되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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