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읍 소성복분자약과 영농조합법인 박춘성 대표

▲ 소성복분자약과는 오직 정읍에서만 생산되는 특이한 모양의 약과다. 밀가루 외에 약과에 들어가는 부재료인 오디와 참깨는 직접 농사지은 것을 사용해 바삭하고 많이 먹어도 질리지 않는 것이 장점이며 주로 선물용으로 주문 제작된다.

공동체 사업으로 20년 간 약과사업 지속

>> 수익보다 지역 일자리를 만들고,
전통의 안전한 먹거리 보급에 의미

전북 정읍 소성면 꽃두레마을 권역의 소성복분자약과는 마을 이름을 간판에 붙이고 약과를 만들어 마을 어르신들의 일자리를 만들고 있는 영농조합법인이다.

설 명절을 앞둔 한달 전이지만 벌써 이곳 작업장은 바쁘게 움직인다. 친 자매보다 더 친하게 지낸다는 여섯 명의 정읍의 자매들은 손을 움직여 약과 만들기에 분주하다.

“작년엔 축제나 모임들이 모두 취소돼 얼마 못 만들었어. 이렇게 함께 모여 서로 안부를 묻고 웃으며 일할 수 있으니 얼마나 좋은지 몰라”
20년 동안 약과를 만들고 있기에 가장 나이가 많은 78세의 어르신을 필두로 모두 약과의 달인들이다.

소성복분자약과는 박춘성 대표가 20년 전에 시작해 지금껏 공동사업체를 이끌고 있다. 박 대표는 정읍 황토현농협의 이사로 사랑의 열매 단장, 정읍시 발전동우회장과 정읍시 문화원 이사, 시민장학재단의 이사를 맡아 바쁜 가운데도 약과 사업을 손에 놓지 못하고 있다.

“우리 아이들 간식으로 40년 전부터 만들었지. 이왕이면 예쁘게 만들어 먹이려고 약과에 칼집 내서 모양을 내고, 이웃들에 선물도 했는데 이 약과가 히트를 쳤지 뭐야. 명절이면 먹어본 사람들이 선물을 하겠다며 주문을 하기 시작해 아예 사업을 하게 됐어.”

박춘성 대표는 젊을 때부터 음식 만들기를 좋아하고 특히 한식에 조예가 깊어 정읍 향토문화 경연대회에서 솜씨상, 향토음식품평회에서 우수상과 대상을 받은 저력이 있다.

더구나 소성복분자 약과사업이 20년 동안 이어져 올 수 있었던 것은 수익보단 지역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또 안전한 먹거리를 이웃들과 나누겠단 박춘성 대표의 의지가 담겼기 때문이다.

“재료를 좋은 걸 사용하고 인건비를 빼면 실제로 돈은 얼마 안남아. 그래도 함께 모여 일할 수 있으니 그게 좋은 거지. 지금같이 코로나로 바깥 활동도 제한을 받는데 어딜 가겠어. 이렇게 일하러 올 수 있으니 좋고, 소소하게 용돈을 벌 수 있으니 더 좋지.”

소성복분자약과는 반죽을 해서 찍어내 기름에 튀겨 만드는 일반적인 약과와 달리 반죽을 자르고 모양을 내고 튀기는 작업이 모두 수작업으로 이뤄진다. 재료도 밀가루와 기름 외에 마을의 특산물인 복분자와 직접 캔 무농약 쑥, 직접 재배한 참깨 등 우리 농산물이 부재료로 첨가된다.

“지난해는 비가 많이 와서 깨가 얼마 안 나왔어. 농촌 사람들 모두 울게 생겼지 뭐야. 요 며칠 시퍼런 추위에 감자 싹도 모두 얼어 올해는 감자도 얼마 안 나올 것 같아”

두런두런 얘기 속에 농사 걱정 날씨 걱정이 쏟아진다. 그도 그럴 것이 여섯 자매는 아직 농사일을 손에서 놓지 못하고 있는 여성농업인으로 생활개선회원도 몇 명 있다. 설 명절은 농한기지만 추석엔 농사 수확철이라 새벽같이 작업장에 모여 오전에 작업을 마친 후 헤어지는 등 바쁜 농사에도 짬을 내 함께 모여 일한다.

약과 판매도 연중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대부분 명절과 선물용으로 주문 제작해 만들고 있다.

“명절 앞두고는 한달 전부터 시작하지. 요즘은 입소문이 나서 명절 아닐 때도 대량 주문이 들어오면 만들고, 정읍의 지역 축제 등에 나가면 인기가 있어 판매도 많이 됐어.”

정읍의 벚꽃축제, 구절초 축제, 단풍축제 때 인기품목이었건만 지난해는 축제 판로가 없어 그럭저럭 견뎌냈단다.
작업의 특성상 여섯 자매는 함께 일사천리로 움직인다. 모두 함께 약과 모양내기 작업을 한 후 튀겨낸 약과를 조청에 담갔다 정성들여 포장까지 마친 후에 두런두런 점심도 같이 먹는다.

▲ 나와서 일할 곳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즐겁고 행복한 어르신들. 약과를 칼집 내 작품을 만들 듯이 하나하나 모양을 낸다.

“집에선 혼자서 먹는 둥 마는 둥 하는데 이곳에 오면 입맛이 돌아서 건강해 지는 것 같아”
더구나 사업장이 정읍의 공동체 사업 중 하나인 꽃두레 권역에 속해 있어 아이들 대상의 체험도 진행하는 선생님 역할도 하고 있다.

“애들이 오면 얼마나 좋아하는지 몰라. 창의적으로 약과를 빚어내는데 용 모양도 만들고 물고기도 만들고 기가 막히게 잘 만들지. 요즘은 코로나 때문에 아이들도 오지 못해 아쉽지.”
박춘성 대표가 사업장을 잘 이끌고 있는 것은 정읍 소성면 광산마을의 이장을 10년간 하며 마을의 지붕개량과 하수 정비, 집 담장을 없애고 보이는 담장으로 교체하는 사업으로 아름다운 마을가꾸기를 해낸 능력이 있기 때문이다.

또 박 대표는 소성복분자약과 수익의 대부분을 지역을 위한 봉사활동에 보태 봉사부문 대통령상을 수상하는 등 선순환의 구조를 만들고 있다.

“비결? 욕심이 없었기에 이렇게 오래 유지할 수 있었던 것 같아. 같이 행복하고 즐거우니 얼마나 좋아. 그래도 올해 약과 주문이 예전보다 덜해서 만들어 놓은 약과가 전부 안 팔릴까 조금 걱정이 되기도 해”
꾸준히 이어져오는 마을 공동체 사업으로 어디에도 없는 정읍만의 약과를 개발해 정성으로 만들고 있는 박춘성 대표의 소박한 꿈은 여성농업인들이 함께 일군 소성복분자약과 사업장이 오래 유지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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