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광희 칼럼 - 누리백경(百景)(170)

# 공자의 가르침을 기록한 유가의 주요경전 13경(經) 중에 ‘효의 원칙과 규범’을 수록한 <효경(孝經)>이 있다.
그 첫장에, 공자가 집에 있을 때 제자인 증자에게 덕의 근본인 ‘효’에 대해 이렇게 얘기한 대목이 있다.
“사람의 신체와 터럭(털)과 살갗은 부모에게서 받은 것이니, 이것을 손상시키지 않는 것이 효의 시작이요, 몸을 세워 도를 행하여 후세에 이름을 날림으로써 부모를 드러내는 것이 효의 끝이다.”

[원문 :신체발부수지부모(身體髮膚受之父母)/ 불감훼상효지시야(不敢毁傷孝之始也) 입신행도양명어후세(立身行道 揚名於後世)/ 이현부모효지종야(以顯父母孝之終也)]
그래서 옛 선인들은 터럭 한 올이라도 훼손시키지 않으려고 애썼다. 그런 연유로 역으로 머리카락을 잘라 팔고, 자신의 허벅지살을 베어 시부모를 봉양했다던 효부며느리의 전설같은 얘기도 전해온다. 또 세상이 바뀌면서 권위주의적인 사회통제의 한 방식으로 시민들의 머리카락을 통제하던 1970년대 군부통치시절의 ‘장발 단속’도 아린 기억으로 남아 있다.

# <성서> 속 인물 삼손(Samson)의 머리카락도 자주 회자되는 얘깃거리의 하나다. ‘평생 머리카락과 수염을 잘라서는 안된다’는 신탁을 받고 세상에 태어난 아이 삼손은 이스라엘 역사상 초인적인 최고의 장사로 자란다. 그 힘의 원천은 바로 머리카락. 그를 제거하기 위해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매수한 데릴라라는 미녀의 아름다움에 빠져 그녀의 무릎을 베고 잠든 사이 데릴라가 머리카락을 싹둑 자른다.

이내 삼손의 괴력은 사라지고, 두 눈알도 뽑힌다.… 그러나 머리카락은 다시 자라고, 다시 얻은 힘으로 마침내 블레셋 사람들과 운명을 같이한다.

# 미국 작가 오 헨리(O Henry)의 단편소설 <크리스마스 선물>(원제:The Gift of the Magi-동방박사 마기의 선물, 1906)도 머리카락을 둘러싼 두 부부의 소소한 이야기가 눈물샘을 자극한다. 가난하지만 사랑하는 두 부부 짐과 델라에게는 각각 자신만의 자랑거리가 있다. 짐은 할아버지 때부터 물려받은 시곗줄이 다 헌 손목시계, 델라는 아름다운 긴 갈색머리가 자랑이었다.

크리스마스 때가 돼 두 부부는 서로에게 줄 선물을 마련하는데 델라는 자신의 길고 고운 머리카락을 잘라 남편의 시곗줄을 사고, 남편 짐은 자신의 시계를 팔아 델라에게 줄 최고급 머리빗을 산다. 둘은 이런 아이러니한 상황에서 서로를 부둥켜안고 운다.

# 지금으로부터 156년 전에 암살 당한 에이브러햄 링컨(1809~1865) 전 미국대통령의 사망 당시 머리카락뭉치와 암살소식을 전한 전보 용지가 지난해에 경매에 나와 8만1250달러(약9600만 원)에 팔렸대서 화젯거리가 됐다. 링컨의 처사촌이 보관하고 있던 이 머리카락은 사망 다음날 부검 도중 잘라낸 것으로 약 2인치(5.08cm) 길이라는 것. 사람은 죽어서 머리카락을 남기는가, 머리카락이 경매에 나오고… 세상은 참 요지경 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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