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구실 노크 -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 양돈과 조은석 연구사

돈육 소비 트렌드 맞게 신계통 개발…생산 시스템도 구축
씨돼지 우수성의 과학적 근거 제시해 첨단양돈 기틀 마련
개발종돈 산업 활성화로 ‘농가의 양돈산업 경쟁력’ 제고

▲ 축산원 양돈과 조은석 연구사

“돼지는 사람에게 없어선 안 되는 아주 유용한 단백질 공급원입니다. 양돈산업의 국제경쟁력 확보와 소비시장 확대를 위해서는 정부와 연구자,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의 노력과 이해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선진국의 양돈 기술을 뛰어넘기 위해 연구자로서 기술력을 최대한 확보해나가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 양돈과 조은석 연구사(42)는 재래돼지인 ‘우리흑돈’ 개발 등 한국형 돼지의 신계통 개발과 생산시스템 구축 등의 공로로 지난해 ‘농업기술대상 차세대연구원’에 선정되는 영광을 안았다.

조 연구사는 한국형 돼지의 연구개발을 7년째 이어오는 동안 ‘두록과 한국재래돼지의 교배에 의한 합성돈의 생산방법 및 이에 따른 합성돈’, ‘우리흑돈 품종 식별용 SNP 마커 및 이를 이용한 우리흑돈 품종 식별 방법’ 등 여러 개의 산업재산권 등록을 비롯해 ‘돼지 전장유전체 분석을 통한 우리흑돈의 유전특성 구명’ 등의 다양한 연구논문을 발표했다.

현재 우리나라 농업생산액 중 돼지가 차지하는 비중은 15%다. 2016년 이후 전통적인 1위 품목인 쌀을 제치고 농업의 가장 큰 분야로 자리 잡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 양돈산업은 사료와 종돈의 수입의존도가 높고, 악성질병(구제역, 아프리카돼지열병 등)도 위험요소다. 새로운 수입 돈육(이베리코, 스페인 두록 등)의 등장은 국내 돼지고기 시장에 많은 타격을 주는 상황이다.

“국내 돈육은 수입 돈육에 비해 가격 경쟁력이 낮은 편입니다. 외국에서 많이 사용하는 삼원교잡돈(랜드레이스×요크셔×두록) 시스템을 그대로 적용하기 때문에 국내 소비자들의 다양한 먹거리 문화를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판단됩니다. 이러한 문제점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한국형 종돈 품종 개발과 이를 이용한 맞춤형 돈육을 개발·보급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또한 악성질병 발생 시 국내 돼지 유전자원들을 안전하게 보존하고 복원할 수 있는 해결책이 필요한 시점이지요.”

조 연구원과 동료들은 한국형 씨돼지 개발을 위해 노력한 결과 2015년에 한국 고유 돼지 유전자원을 활용한 ‘우리흑돈’을 개발해냈다. 이 돼지는 고기 맛이 좋은 국내 재래돼지와 성장이 뛰어난 두록을 교배해 생산한 것으로 재래돼지보다 잘 자라며 고기 색이 붉고 육즙이 풍부한 것이 장점이다. 또한 균일도 개선을 위해 첨단 육종기법을 적용해 재래돼지 혈액비율과 흑모색을 완전히 고정했다. 이를 인증 받아 2015년도에 FAO(국제식량농업기구)에 등재됐고 2017년도에는 특허등록을 마쳤다.

▲ (사진 왼쪽부터)축진듀록과 품종개발된 우리흑돈

“모두의 노력으로 ‘우리흑돈’을 최종 씨수퇘지로 활용한 돼지고기 생산 시스템 구축에 성공했습니다. 기존의 돼지고기 생산 시스템 방법(랜드레이스×요크셔×두록)과 ‘우리흑돈을 이용한 시스템(랜드레이스×요크셔×우리흑돈)을 비교했을 때, 기존 방법을 활용한 돼지고기보다 육색, 향미가 우수하고, 특히 근내지방(마블링)에서 좋은 결과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또 다른 한편으로 지방을 기피하는 소비자들의 입맛을 충족시키기 위해 유럽에서 씨수퇘지로 많이 이용되고 있는 ’피에트레인‘을 활용한 저지방 살코기형 신계통 육성도 현재 진행 중에 있습니다.”

저지방 살코기형 돼지 품종이 개발된다면 최근 까다로워지고 다양해진 소비자들의 입맛을 사로잡을 수 있을 것이라는 연구진들의 판단 때문이다.
“한국형 씨돼지 개발 및 정액 품질 향상 방법 등 이와 관련된 특허 등록과 기술이전이 완료됐습니다. 등록된 산업재산권 중 2017년에 등록된 ‘두록과 한국 재래돼지의 교배에 의한 합성돈의 생산방법 및 이에 따른 합성돈’은 국내 최초로 첨단 육종기법(통계×유전체육종)을 적용해 재래돼지 혈액비율을 고정화 시켜 현재 개발된 흑돼지 중 ‘재래돼지’ 혈통을 국내에서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지요. 이러한 기술을 활용한다면 앞으로 산업체나 국가 연구소에서 비슷한 방법으로 개발할 수 있어 국내 돼지 품종개발 증진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특히, 특허 등록된 ‘우리흑돈 품종 식별용 SNP 마커 및 이를 이용한 우리흑돈 품종 식별 방법’은 돈육 시장을 교란시키고 있는 가짜 흑돼지 돈육 유통을 방지할 수 있는 기초적인 자료가 되고 있다.
이밖에도 유전자 분석을 통해 정자의 운동성과 관련성이 있는 유전자 변이를 탐색해 특허등록과 기술이전을 했다.

“지금까지의 개발된 기술들은 지자체 기술 지도를 통해서 돼지 관리, 공동 유전평가 시스템을 구축하고, 개발돼지의 개량 가속화를 추진 중에 있습니다. 그리고 개발종돈의 산업 촉진을 위해 국립축산과학원의 개발종돈의 개체 수를 대폭 늘려 2021년도까지 500여 가량의 어미돼지를 대량 분양할 계획입니다. 또한 농림축산식품부와 ‘토종가축 인정기준 개정’을 추진해 수입 종돈 대체를 통한 외화 유출 방지와 양돈 농가의 새로운 브랜드육 창출을 유도할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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