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년 특별인터뷰 - 석청농장 백석환 대표

2021년 신축년(辛丑年) 소의 해를 맞아 지난 2011년 농촌진흥청으로부터 한우분야 최초로 대한민국 최고농업기술명인에 선정된 석청농장(대전광역시 유성구 금고동) 백석환 대표(62)를 만났다. 백 대표는 한우 1두를 30개월령까지 사육하는데 사료비로 165만 원을 쓴다. 다른 농가 대비 사료비를 65%나 절감해 키우고 있는 것이다. 그의 소는 평균 도체중이 445㎏에, 육질도 1+ 이상인 소가 80%를 넘는다. 그로부터 한우분야 최고 농업기술명인이 되기까지의 이야기와 한우 사육기술에 대해 들어봤다.

 

소 사육기술 배우려 축산시험장 문턱 닳도록 다녀
소 질병 자가치료와 자가배합사료로 경영비 절감
한우분야 최초로 대한민국 최고농업기술명인 선정

 

선천적 장애 딛고 농업으로 승부수
백석환 대표는 선천적 언어장애를 갖고 태어났다. 그러한 장애로 중학교를 졸업한 후 엔지니어가 되고자 공업계 고등학교에 응시했으나 면접에서 떨어져 진학이 좌절되는 아픔을 겪었다. 이에 백 대표는 방황하며 친구들과 술로 나날을 보냈다.
그 즈음 백 대표는 농번기에 탁아봉사를 하던 누님의 권유로 4-H교육을 받았다. 별생각 없이 교육에 참가했던 백 대표는 종강 마지막 시간에 클로버농장(충남 천안) 대표의 영농 성공사례를 듣고 큰 감동을 느꼈다고 한다.

당시 일반 근로자 임금이 하루에 1500원이었는데 소, 돼지를 키워 1년에 1000만 원을 벌 수 있다는 말에 백 대표는 농업인이 되겠다는 꿈을 갖게 됐다. 백 대표는 클로버농장 대표에게 그의 집에서 한 달간 일을 할 수 있게 해달라고 매달렸다. 잠자리가 없다며 거절당했지만 세 차례나 찾아가 결국 허락을 받았다.

“농장에 입주한 다음날 새벽 4시에 농장 대표가 빨리 일어나라고 깨우더군요. 충남 천안의 공장으로 돼지에 먹일 잔반을 받으러 간다는 거예요. 새벽바람이 맞으며 잔반을 얻어다가 돼지에게 먹였어요. 밥을 준 뒤 돼지우리를 청소하고 나니 9시가 되더군요. 아침밥을 먹고는 계사에서 계란을 주우라고 해서 다 줍고 나니 12시더군요. 그런 생활을 한 달을 하고 나니 ‘이렇게 하면 1000만 원을 벌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기며 농업을 천직으로 삼아야겠다고 다짐을 했죠.”

후계자 자금 400만원으로 시작한 축산
이후 그는 정부로부터 농어민후계자 자금 400만 원을 지원받아 소 7마리를 샀다. 그리고 농촌진흥청에서 1주간 정신교육을 받고, 이어 축산시험장에서 2주간 한우사육 실기교육을 받았다.
“정신교육 교관이었던 김장준 선생(전 인제군농업기술센터 소장, 민선 인제군수 역임)이 교육을 마치면서 저를 불러 ‘석환아, 너 축산시험장에 왜 가느냐?’고 묻더군요. ‘교육이수증을 받으러 가는 게 아니라 소먹이는 기술을 배우러 갑니다’라고 했더니 ‘석환아, 교육을 받을 때는 목표와 꿈이 있어야 한다’고 말씀하셨는데 지금도 잊지 못합니다.”

백 대표는 그 정신교육을 받은 이후부터 늘 삶의 목표를 되새기며 열정을 갖고 살고 있다고 한다.
“축산시험장에서 실기교육을 받는데, 연구관이 소를 잡아 피를 뽑고, 또 소의 위를 절개해 보여주는 게 너무 신기하더라고요. 그때 전 목표가 생겼어요. 다른 거는 잘 몰라도 소가 병이 나면 내가 직접 진단하고 치료하는 기술을 배워야겠다고 다짐하며 집중적으로 교육을 받고 공부를 했어요. 모르는 건 계속 물어보고, 실기는 쫓아가서 배웠어요. 이때 20명의 교육생 중 소 혈관주사를 놓을 수 있는 사람은 저 혼자뿐이었어요. 그래서 송아지가 기침을 하고 콧물이 나거나 사료를 안 먹으면 자신을 갖고 배운 대로 페니실린이나 마이신 주사와 해열제 주사를 놓으면 낫고 밥을 먹더라고요. 배에 가스가 찬 소는 투관침을 찌르고 약을 먹였더니 낫고요.”

소 치료기술을 익힌 그는 소 사육 초창기에 설사나 감기, 피부병 등 병을 가진 소를 싸게 구입해 치료를 하며 사육했다. 그러다보니 남들보다 소득이 2~3배 올랐고, 소 사육기반도 빠르게 확장시킬 수 있었다.

3대째 이어가는 축산가족
백 대표는 1981년 결혼을 했다. 아내는 대전의 명문 호수돈여고 출신이었다.
“선천적 장애에다가 학력 격차로 인해 동네주민과 처가의 반대가 심했죠. 그러나 4-H회원으로 활동하며 마을청소, 꽃길 조성, 농약 공동방제, 소 사육 등을 성실히 한 점을 인정받았는지 교제 두 달 뒤에 처가의 승낙을 얻어 결혼을 할 수 있었죠.”
백 대표는 결혼식을 올린 다음날 수원에 있는 농촌진흥청으로 신혼여행을 갔다. 축산시험장 연구진에게 자신을 알리며 인맥을 쌓아 한우 사육기술을 하나라도 더 얻어내기 위해서였다. 이 신혼여행에서 백 대표 부부는 나중에 아들을 낳으면 농촌진흥청 연구원으로 키우자고 다짐했다고 한다.

하지만 훗날 아들은 축산연구 공무원이 아닌 사회복지사가 되겠다며 농대진학을 거부했다. 이때 백 대표는 아버지가 축산연구 공무원으로 부터 도움을 많이 받아 성공한 것처럼 너도 축산직 공무원이 돼 아버지처럼 어려운 농민을 도와줬으면 한다고 설득했고, 아들은 백 대표의 소망대로 충남대 축산과에 진학했다. 아들은 대학을 졸업하고 현재 농촌진흥청 산하 국립축산과학원 영양생리팀에서 연구사로 10년째 근무하며 박사과정을 수료하고 곧 학위를 받게 된다고 했다.
백 대표는 끈질긴 의지로 아들을 축산인으로 키워 3대째 한우사육 가업 잇게 된 것이 매우 기쁘단다.

꾸준한 사육기술 습득으로 소파동 넘겨
백 대표에게 소 사료 급여에 대한 주요 기술에 대해 들어봤다.
“소를 키우면서 그간 소파동을 세 번 겪었는데, 1997년 IMF때에 사료값이 한 포대 2400원 하던 것이 4000원으로 올랐고요. 160만 원 하던 송아지가 40만~50만 원으로 폭락했어요. 그때 소 50두를 키웠었는데, 2년이 지나면 소가 한 마리도 남지 않을 것 같더군요. 그래서 농촌진흥청을 50여 차례 드나들며 상담을 받았고, 상담 후에 자신감이 붙었어요. 만약 농촌진흥청에서 상담지도를 받지 않았다면 인생 초반에 제 삶은 주저앉았을 겁니다.”

그는 상담을 받으며 기술 중심의 소 사육의 중요성을 깨달았다고 한다.
“그때 배운 기술로 쌀겨, 비지, 옥수수, 깻묵 같은 것을 섞어 발효기에 3일간 뒀더니 노랗게 발효가 잘 돼 소가 잘 먹더군요. 그렇게 6개월을 먹이고 송아지를 낳았는데 한 마리가 눈이 멀어 어미소를 못 찾는 거예요. 그 후 낳은 세 마리 송아지마저 눈이 멀더라고요. 축산시험장 박사에게 물었더니 비타민A를 안 먹여 그렇다고 해서 비타민A 주사를 놓았습니다. 그리고 잔반을 무료로 얻어다가 배합사료와 섞어줬더니 5천만 원이 들어가던 사료값이 1천만 원으로 줄었어요. 그런데 어미소가 임신이 잘 안 되고 송아지 설사가 심해 치료가 어려웠어요.”

2002년 농협중앙회 사이버컨설팅을 통해 송아지, 어미소, 중소, 큰소 등 성장단계별로 사료를 먹여야 한다고 조언해 단계별로 사료를 줬더니 어미소가 임신이 잘되고 송아지 분만도 잘 됐다고 한다. 송아지 설사도 줄어 폐사도 줄었다고. 일반농가는 큰소를 380㎏ 정도 비육시키는데, 백 대표는 400㎏ 이상 비육시켰다.

2009년 그의 한우사육에 획기적인 전기가 되는 새로운 사료급여기술이 개발됐다.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이 가축의 성장에 필요한 영양소 요구량을 설정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소의 비육, 사료 배합비를 결정해 주는 ‘한우 사양표준 배합비 프로그램’을 개발한 것. 백 대표는 이 프로그램 개발이 알려지자 남보다 빨리 활용하고자 4개월간 컴퓨터 교육을 받았고, 축산과학원에서 다섯 차례 상담도 받았다.

“아침 10시에 수원에 올라가 새벽 2시에 귀가하는 강행군을 한 적도 있습니다. 주위의 한우농가들을 인솔해 안양농협연수원에서 1박2일간 교육을 받기도 했죠.”
한편, 축산과학원에서는 지속적으로 개발되는 원료 사료에 대한 정확한 분석평가정보를 프로그램에 업데이트하고 있는데, 백석환 대표의 아들인 백열창 연구사가 ‘한우 사양표준 배합비 프로그램’ 네 번째판을 개발해 운영해 오고 있다고 한다.
백 대표는 ‘한우 사양표준 배합비 프로그램’에 근거해 국내 최초로 자가사료 배합을 시작하게 돼 자랑스럽다고 했다. 이 프로그램으로 소 사육에 가장 과학적이고 적합한 사료급여체계가 이뤄져 한우산업 발전에 큰 기대가 된다고.

성장단계별 최적화된 사양기술 적용
백 대표에게 소 사육 시 주력하는 그 밖의 기술은 무엇인지 물었다.
“소가 마시는 물이 오염되면 병의 원인인 됩니다. 그래서 물통을 매일 청소합니다. 송아지 폐사율을 줄이는 일과 큰소 질병예방에도 힘쓰고 있죠. 어미소가 송아지를 분만한 후에는 설사를 막기 위해 분만 8주전에 백신주사를 놓고, 송아지 분만 4주 후에도 백신주사를 놓습니다. 그리고 면역증강제인 비타민A·비타민D를 먹이죠. 분만 후 송아지는 초유를 물에 타먹이는 게 아니라 멸균우유에다 사람이 먹는 초유를 섞여 먹입니다. 그렇게 하면 송아지 설사를 60% 줄여 송아지가 잘 큽니다. 그리고 성우에는 구제역 예방주사도 놓습니다.

병든 소 관리를 위해서는 사료를 48% 주고, 영양분은 68% 이하로 줍니다. 비육 중기엔 사료량을 많이 줄이고 영양분은 올립니다. 탄수화물은 43%까지 줄이고요.
비육 후기엔 사료량을 13%로 하고, 영양분은 30%, 곡물사료는 48%를 주는 단계별 사양관리를 합니다. 이러한 사양관리를 통해 지난해 거세우 육질이 1++가 38.5%, 1+가 30.8% 등 거의 70% 육박했습니다. 평균 도체중도 440㎏ 정도 되고요.”

백 대표는 기계화축산을 위해 25톤급의 대형 자가사료 배합기와 발효기, 트랙터, 콤바인, 볏짚을 묶는 베일러, 로더 등 중장비를 갖추고 있어 대부분의 작업을 기계로 한다. 사람의 힘이 꼭 필요한 일은 백 대표 부부와 한국농수산대학 학생들이 실습농장인 이곳에서 10개월간 상주하며 일을 돕고 있어 인건비가 거의 들어가지 않는다고 한다.
석창농장의 한우 사육 두수는 연간 120~130두 내외이며, 송아지는 연간 35~40두가 생산된다. 지난해에는 40두를 출하했는데, 연평균 30두 내외 출하한다고.

백 대표는 자가배합사료 중심의 사양관리를 통해 연간 사료비로 4천500만 원 정도를 쓴다. 반면, 반면 일반농가가 이 정도의 규모로 소를 키운다면 사료비가 1억2000만 원이 소요될 것이라고 백 대표는 말한다.

“자가배합사료를 통해 여타 농가에 비해 사료비를 65% 정도 절감하고 있습니다. 소 120두를 키우면서도 일반농가가 200두 키우는 것만큼의 소득을 올리고 있죠.(웃음) 연간 조수익은 2억5000만~2억6000만 원에 이릅니다.”
백석환 대표는 이 같은 소 사육 성공으로 2011년 농촌진흥청이 선정하는 대한민국 최고농업기술명인에 한우농가로서는 처음으로 선정되는 영예를 안았다.

연간 40회 성공사례 출장강연
백 대표는 강연활동으로도 바쁘다. 10여 년 전부터 농촌진흥청을 비롯한 지방농촌진흥기관, 농협, 대학 등에서 연간 20~40회 정도 성공사례 발표를 하느라 전국을 누빈다. 그는 충남대 축산학과 3학년생 종강강의를 했을 때가 인상적이었다며 이런 얘기를 했다.
“학생들에게 앞으로 희망이 뭐냐고 물었더니 아무도 대답을 안 하더군요. 저는 학생들에게 먼저 축산학과를 선택한 것은 잘 한 일이라며 칭찬해줍니다. 그리고선 우리 아들이 충남대 축산학과를 나와 농촌진흥청에서 연구사로 10년째 일하며 박사학위를 받았다고 했더니 그제야 제 목소리에 주의를 기울이더군요.

그리고 농대 출신의 대전시농업기술센터 직원이 대학교수가 된 얘기, 전문대 축산과 학생이 전국의 축산농가 성공사례를 모아 어플리케이션으로 만들어 관리하며 큰 수입을 올리고 있는 얘기 등 축산을 전공하면 이런 무한가능성이 열려있다고 하니 학생들이 호응을 하더라고요.
또한 제가 중학교를 졸업하고 소를 키우며 주경야독해 방송통신고와 방송통신대, 충북마이스터대학, 성균관대 한우질병 최고위 과정을 공부해 왔던 얘기, 아버지가 하던 농장을 3년 만에 인수해 지금은 1년 수입이 2억5000만 원 정도 되며, 박사인 아들과 함께 초청강의를 다닌다고 했더니 학생 모두가 일어나 박수를 치고 격려를 하며 제 강의를 평생 잊지 못할 것이라고 하더군요.”

40년 한우사육 경험으로 ‘소 행동학’ 터득
석청농장에는 국내 농업인 외에도 일본, 중국, 베트남, 아프리카 등 각국 농업인이 연간 500여 명이 방문해 견학하고 상담을 받는다고 자랑하는 백 대표는 자신의 미래비전을 다음과 같이 밝혔다.
“저는 축산 월간잡지에 ‘소의 행동학’이란 칼럼을 쓰고 있습니다. 제가 소를 40년간 키우면서 터득한 소 다루는 방법인데, 동영상과 사진으로 저장해놨던 것을 글과 함께 투고 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송아지에게 백신주사를 놓으려고 송아지를 잡으려고 하면 농장주와 송아지 사이 한바탕 씨름을 벌여야 합니다. 이럴 때 마구잡이로 송아지를 잡으려 하지 말고 송아지 곁에 가만히 서서 지켜보다가 조용히 ‘이리 와~’ 하면 송아지가 가까이 다가옵니다. 이 때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주사를 놓으면 됩니다.

어미소가 송아지를 낳을 때는 억지로 손을 넣어 잡아당기면 송아지의 다리가 골절될 수 있습니다. 줄을 다리에 걸어 조심스럽게 당기면 어미소와 송아지의 신체 손상 없이 분만이 이뤄집니다.
갓 태어난 송아지는 몸에 묻은 양수를 헝겊으로 닦지 말고 톱밥을 몸에 발라주면 5분 만에 말라 깨끗하게 닦을 수 있습니다.

이처럼 소를 사육하면서 발생하는 소의 행동과 관련해 50여 자료를 가지고 있는데, 앞으로도 계속 관찰하며 소를 잘 다룰 수 있는 좋은 행동을 밝혀내겠습니다. 또한, 이러한 소의 행동학을 책으로 발간하고, 유튜브를 통해서도 소개할 계획입니다. 건강을 우선시 하는 소비트렌드에 맞춰 마블링이 덜하더라도 맛이 좋은 쇠고기를 만드는 것을 숙제로 연구도 지속적으로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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