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훈동 시인·칼럼니스트

"농업인들은 희망을 갖고
전혀 다른 길을 만들어가야 한다.
어떠한 농업환경에서도
‘난 못해’라는 말은
아무 것도 이루지 못하지만
 ‘해볼 거야’라는 말은
기적을 만들어 낸다.
조금은 어렵고 조금은 힘들더라도
용기를 내서 다시 시작해보자."

▲ 김훈동 시인·칼럼니스트

2021년 신축년 흰 소의 해가 밝았다. 소는 예로부터 우직함·성실함을 상징해온 동물이다. 신성한 기운을 가지고 있어 올해는 농업인들에게 풍년과 길운(吉運)을 가져다주길 기원한다. 질병의 무서움은 아직도 농업인들을 위협하고 있다. 백신과 치료제가 나와 구제될 길이 보이기는 해도 고통의 끝을 가늠하기 어렵다. 포기하지 말고 희망의 불씨를 키워가야 한다.

농업인들 혼자 힘만으로는 지속적인 농업·농촌의 발전을 기대하기 힘들다. 도시 소비자와 농업인이 함께 손을 맞잡고 상생해야 한다. 정부, 농업 관련단체, 유통기업 등 관련 기관들이 힘을 합칠 때 더 큰 도약을 이룰 수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경기침체가 장기간 이어져 농산물 소비가 줄 것으로 보여 각별히 작목 선택에 주의해야 한다. 국내외 석학들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기존에 세상이 작동하던 방식이 현재와는 완전히 달라질 것이라고 예견했다. 4차 산업혁명시대에 접어든 만큼 기존의 아날로그 방식을 넘어서는 새로운 혁신이 절실하다. 노령화가 심화돼 일손 부족이라는 농촌의 고질적인 문제를 해소할 수 있는 대안이다. 이런 추세를 반영해 디지털을 기반으로 한 농업시대는 선택이 아닌 필수다.

지난해 코로나19 공포로 주요 쌀 수출국들이 곡물 수출 봉쇄령을 내려 세계 5대 곡물 수입국인 우리나라에 식량안보의 경각심도 심어줬다. 생명산업인 농업의 중요성이 더욱 커졌다. 하지만 자연 파괴로 인한 기후변화가 큰 난제다. 지구가 더워지고 습해질수록 바이러스가 광범위하고 빠르게 확산할 수 있다는 예측이다. 지난해 한반도를 덮쳤던 54일간의 긴 장마와 태풍 등 이상기후가 농업인의 삶을 위협했다.

그런가 하면 농업과정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와 남용되는 화학비료·농약 등이 지구온난화를 야기하고 환경을 오염시킨다는 오명도 받고 있다. 농축산업이 우리나라 온실가스 총배출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다. 축산부문의 메탄과 농경지에서 배출되는 아산화질소만 따진 것이다. 생산·포장·유통·폐기 등 농축산물 활동 모든 과정을 포함하면 20%에 달한다. 농업인들도 순환농업·저탄소농업 등 친환경농업으로 기후변화에 적극 대응해 가야 하는 이유다. 이를 위한 법과 제도의 뒷받침이 절실하다. 정부가 ‘2050년 탄소중립’을 선언하면서 탄소 저감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 농업인들도 온실가스 감축시대에 발맞춰 농업생산에서 탄소 발생을 줄이고 환경을 생각하는 국민의 착한 소비를 이끌어야 한다.

2021년은 유엔에서 정한 ‘국제 과일과 채소의 해’다. 국민들의 건강과 영양을 책임지는 신선한 과일과 채소의 지속가능한 공급을 위해 한 해 동안 유엔총회에서 주의 깊게 다뤄진다. 소비량이 늘어 과수와 채소재배 농업인들에게 도움이 될 듯하다. 축산농가는 여전히 녹록치 않다. 겨울 철새가 이달 말까지 국내에 도래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방역의 고삐를 늦춰서는 안 된다. 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 이후 이제껏 농업인들이 경험하지 못한 것들을 마주하는 시대다. 농산물 소비자는 위기대처 능력이 검증된 1등 브랜드로 쏠리고 인간의 무절제와 감염병 간의 관계를 떠올리며 상생·친환경농업이 재조명될 듯하다.

신축년 새해에도 어쩌면 같은 길을 걸어야 할 것 같다. 하지만 농업인들은 희망을 갖고 전혀 다른 길을 만들어가야 한다. 어떠한 농업환경에서도 ‘난 못해’라는 말은 아무 것도 이루지 못하지만 ‘해볼 거야’라는 말은 기적을 만들어 낸다. 조금은 어렵고 조금은 힘들더라도 용기를 내서 다시 시작하는 2021년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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