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농촌여성신문을 빛낸 올해의 여성농업인 3인 / 충남 천안 이영복씨

2020년 우리 농업․농촌은 그 어느 해보다 역대급으로 어려웠던 한 해였다. 연초부터 발생한 코로나19는 소비위축에 따른 경제침체로 이어졌고, 현재도 상황이 나아지지 않고 있다. 최장기 장마와 집중호우, 태풍으로 농가와 농업기반이 떠내려가고 애써 키우던 농작물도 큰 피해를 입었다. 과수화상병 등 돌발병해충과 축산전염병 피해도 극심했다. 그런 악재 속에서도 현장의 여성농업인들은 역경을 딛고 올해도 묵묵히 땅을 지키고 있다. 올해 농촌여성신문 지면을 빛낸 여성농업인 3인의 근황과 내년도 목표를 들어봤다.[편집자 주]

▲ 아우내 오이를 생산하고 있는 이영복 씨는 기습폭우로 힘든 한 해를 보냈지만 역경에 굴하지 않고 폐허가 됐던 그 비닐하우스에서 다시 한번 오이 생산을 위한 만반의 준비를 하고있다.

위기를 기회로 삼는 열혈 농사꾼
오이카페·농산물 판매장 운영 계획

수해피해로 직격탄 맞았지만…
기자가 뽑은 올해의 여성농업인은 충남 천안 병천면에서 22년째 오이농사를 짓고 있는 이영복씨다. ‘행복공간’이란 이름으로 오이 체험농장을 운영하고 있는 이영복 씨를 올해 3번 만났다. 처음 만났을 때는 오이하우스에 있을 때가 제일 행복하다며 남편과 행복한 한 때를 보내는 모습이었고, 두 번째는 기습적인 폭우로 하우스가 완전 잠겨 망연자실 할 때였다.

“올 한해 천국과 지옥을 왔다갔다 했죠. 오이 값이 올 해 좋았거든요. 3년 전 입은 수해 피해가 거의 복구되나 싶었던 때에 수해로 30분 만에 하우스 10동이 물에 잠기고 600만 원 가량의 모종이며 체험장 집기가 다 떠내려 갈 때는 정말 아무 생각이 없었어요”
생각만 해도 그때는 너무 아찔했었다. 수해복구를 하느라 발이 퉁퉁 부어 파상풍 주사를 맞고, 모든 것이 떠내려간 오이하우스를 돌아볼 때는 망연자실한 마음뿐이었다.

▲ 여름 기습폭우 피해당시의 하우스

그래도 농사는 계속된다
한 해를 보내는 시점에서의 마음이 어떨까. 2020년을 마무리 하는 시점에서 이영복씨와 3번째 만남을 가졌다. 다사다난한 한 해를 보내고 누구보다 드라마틱한 시련을 겪었지만 표정은 편안해 보였다.
“어쩌겠어요. 하늘도 원망하고 농사짓는 내 신세도 원망해 봤지만 지금은 마음 추스르고 내년 농사 준비하고 있어요. 1월에 오이 정식작업 준비하느라 하우스 작업을 하면서 다시 마음이 평안해지는 걸 보면 천상 농사꾼이죠 뭐(웃음)”

그러나 말처럼 쉬운 시간은 아니었다. 한 동안은 빗소리만 들으면 가슴이 철렁했고, 매년 되풀이되는 하천 범람에 제대로 손을 써주지 않는 관계기관을 원망하기도 했다. 모종을 다 떠내려 보내서 여기저기서 얻은 오이모종으로 가을 오이를 수확해 봤지만 영 수확이 신통치 않을 때는 ‘왜 내가 농사를 시작했을까’ 하는 회의감이 밀려오기도 했다.

병천면 생활개선회장으로
그러나 위기를 기회로 삼는 열혈 농사꾼 이 씨는 다시 일어서기로 했다. 코로나19로 체험수업이 모두 취소되고 수해피해를 수습하느라 본의 아니게 생긴 여유시간을 전화위복의 기회로 이용해 그 동안의 삶을 재정비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영복씨는 “새해에는 병천면생활개선회장을 맡게 됐어요. 수해피해를 입었을 때 많이 도와준 생활개선회에게 고마워요. 내년에는 단체를 더 활성화 시킬 생각이에요”라며 “병천면은 귀농인구가 많아 젊은 생활개선회원들이 많이 있어요. 젊은 회원들을 보며 농업에 대한 인식이 많이 변하고 있는 것을 피부로 느껴요. 농업에서 미래를 찾으려 하는 그들에게 배울 점이 많더라고요”라고 말한다.
역경에 굴하지 않는 여성농업인 특유의 의지가 느껴지는 이영복 병천면생활개선회장의 새해 계획은 뭘까.

“오이농사로 평생을 보냈으니 오이로 승부를 봐야죠(웃음). 내년엔 체험장에 농산물 판매장도 운영하며 오이카페도 만들어 볼 생각이에요. 병천의 농촌자원을 이용해 도시인들이 하루를 힐링할 수 있는 코스도 만들어 볼 계획이고요.”
이영복 씨의 꿈을 응원한다,

※선정 이유

모든 여성농업인들이 2020년 고생이 많았다. 특히 이영복씨는 올 여름 집중호우 피해로 30분 만에 5000만 원의 피해를 입는 등 암담한 현실 속에서도 굴하지 않고 다시 일어서는 여성농업인의 에너지를 보여줬다.
아이 키우며 농사짓는 현실이 고달퍼 친구들에게 농사짓는 사실을 숨긴 과거의 시절도 있었지만 지금은 누구보다도 농사에 대한 자부심이 크다. 농촌에서 끝까지 노후를 행복하게 마무리 하고 싶다는 그는 뼈 속까지 천상농부다. 농촌현실이 아무리 힘들어도 농촌에서 새로운 꿈을 일구려는 그의 끊임없는 시도를 높이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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