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자매네 반디농장 김영란의 전원일기 ⑦

태풍을 연거푸 맞고도 이겨낸
당찬 제주도 감귤만큼 생명력
강한 과일 있으면 나와 보라...

12월, 감귤 주산지인 서귀포는 귤을 따느라 귤밭이 온통 술렁인다. 육지 대부분의 농가들은 이제 고단한 몸을 쉬고 있는 농한기건만 겨울 과일인 귤은 이제 수확하느라 가장 바쁜 농번기다.
대부분의 농가들은 눈 오기 전 귤을 따서 창고에서 일정기간 숙성하는 과정을 거치지만 우리는 나무에서 숙성한 귤을 따는지라 겨우 내내 귤밭에서 귤을 딴다. 나무에서 충분히 익은 귤이 가장 맛있어서 골라 따느라고 수확도 더디고, 귤 따는 인건비도 몇 배나 들지만 인위적인 방법을 쓰지 않고 가장 맛을 잘 낼 수 있는 방법은 완숙과를 따는 것이라서 지금까지 고수해 오고 있다. 그러다가 얼리기를 몇 번이나 했지만 유기농법으로 재배하고, 완숙과 선별 수확만이 최선의 방법이었다.

기호품 과일이어서 아무리 몸에 좋은 유기농이라고 해도, 소비자는 먼저 맛을 찾으니 맛을 내기 위한 노력은 유기농법에서는 완숙과 선별수확이었다. 이맘때, 밤이면 한라산 눈바람이 내려와서 드디어 더 깊은 귤맛을 내기 시작한다. 농부가 기다렸던 그 시점이다. 자연이 만들어 낸 깨끗하고 깊은 맛. 이렇게 관리한 덕에 우리는 그래도 여기까지 지속가능한 농사를 해 올 수 있었다.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유기농산물을 잘 모르고, 가격과 맛으로만 선택하기에 지금도 판로는 원활치 않은 편이다. 지난해와 올해를 거치면서 주변 친환경 농가들이 판로가 막혀서 생산을 포기하고 재배면적을 줄이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지난해 이웃에 사는 무농약 재배 귤 농부가 30톤의 상품귤을 산더미처럼 버린 것을 보고, 가슴이 턱 막혔었다. 당사자보다도 내가 더 노심초사 했는데, 올해는 상품귤이 거의 없는 것을 보고 수시로 드나들면서 어깨를 다독이고 있지만, 삶의 고단함을 무엇으로 위로하랴... 그저 어려운 시기를 잘 이겨내자고 용기를 펌프질 하지만 주변 상황이 암울하니 안타까움이 쌓여간다. 그래도 전쟁을 이겨낸 우리 부모님들의 어려움만 하겠냐며 잘 이겨나가자고 위로한다.

올해는 일 년 내내 코로나19로 온 국민이 다들 힘든데 기상재해와 판매부진으로 귤 농부들도 많이 힘들어 한다. 판매부진의 이유는 코로나19로 인한 경기침체도 있지만 달달한 수입과일과 하우스재배 딸기가 시장 영역을 확대해 감귤 소비가 밀려난 것도 원인이다. 시장의 변화를 감지해 새로운 출구를 찾아야 하겠지만 처음부터 유기농법으로 농사를 시작한 생산자인 나는 소비자들의 기호에 안타까움이 든다. 몸에 좋은 먹거리를 찾지 않고 입이 즐거운 먹거리를 선호함이 안타깝다. 내 땅에서 자라고, 제철 과일인 귤만한 과일이 어디 있다고 수입과일에 밀려서 뒷방 늙은이 신세로 전락하고 있단 말인가?

우리나라의 보물섬, 제주도에서 봄 여름 가을 겨울을 겪으면서 자연의 햇살을 맞고 자란 비타민의 보고 감귤! 코로나19시대에 제철과일 제주도 감귤은 건강을 지키는 파수꾼 역할을 할 거라고 당당히 말할 수 있다.
건물도 부서지게 하는 태풍 세 개를 연거푸 맞고도 이겨낸, 당찬 제주도 감귤만큼 생명력 강한 과일 있으면 어디 나와 보라고 감귤농부는 소리 높여서 외쳐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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