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명견 교수의 재미있고 유익한 옷 이야기(96)

코로나19 장기화로
딱딱한 청바지보다
편안한 옷을 찾는다... 

청바지가 밀려나고 있다. 19세기부터 21세기 초까지 세계인의 사랑을 받아온 청바지가 지금 그런 신세가 됐다. 리바이 스트라우스(Levi Strauss, 1829~1902)라는 청년이 사랑과 사업에 실패하고, 우연히 시작한 청바지 사업이 패션의 중심에서 유행을 주도해 온 게 장장 150여 년이었다. 다들 알다시피 청바지는 원래 미국에서 광부들이 입었던 옷이다. 잘 해지지 않아 작업복으로 입던 청바지는 할리우드 배우 제임스 딘이 영화 ‘이유 없는 반항’에서 입고 등장하면서부터, 자유와 젊음, 반항의 세계적 패션 아이콘이 됐다.

그런 청바지가 옛 소련의 공산주의 체제를 붕괴시킨 원인 중 하나라는 설까지 있다. 소련에서도 미국의 청바지는 인기였다. 소련 젊은이들은 온갖 수단을 동원해 밀수입 된 미국의 청바지를 입었다. 1980년 초 모스크바를 관광하던 한 미국인이 입고 있던 청바지를 강도당하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북한에서도 청바지 난리가 났다. 1989년 6월 평양에서 열린 ‘세계청년학생축전’에 참석했던 임수경이 북한 젊은이들에게 청바지 열풍을 불러일으켰다. ‘남조선’의 22세 여대생이 입었던 청바지와 티셔츠는 북한 젊은이들에게 ‘가장 입어보고 싶은 옷’이 될 만큼 선풍적 인기를 끌었다. 체제에의 ‘영향력’을 우려한 김정일은 1993년 8월 청바지의 착용을 전면 금지했다.

드디어 청바지는 매년 전 세계서 18억장이 팔리는, ‘죽기 전에 꼭 알아야 할 세상을 바꾼 발명품’ 대열에 올랐다. 청바지는 시대에 따라 여러 가지로 변화를 거듭했다. 바지통이 넓었다 좁아졌다를 수없이 반복하더니 멀쩡한 새 바지를 빨아 빛바랜 낡은 옷으로 만들어 입는가 하면, 그것도 모자라 여기저기 구멍을 내어 너덜너덜한 것을 끼고 다녔다. 신기한 것은 그런 옷차림이 어떤 차림에나 잘 어울리며, 편리하고 젊어 보이게 한다는 점이었다.

그러다 보니 웃지 못할 이변도 생겼다.
2014년, 일본 이바라키현 카미네 동물원에서 타이어나 공에 청바지를 감싸 사육장 안에 넣어두고, 사자나 호랑이 등 맹수가 갖고 놀면서 자연스럽게 찢겨나가게 했다. 그걸로 만든 청바지 2개를 경매에 붙여 35만 엔(약 350만 원)을 받아 화제가 됐다.

이렇게 패션을 이끌던 청바지가 지난 8월28일 워싱턴포스트에 ‘굿바이 청바지(Goodbye, jeans)’라는 제목으로 보도됐다. 대표적인 청바지 브랜드 리바이스는 금년 2분기 매출이 62% 급감해, 세계 직원의 700여 명을 감원할 계획이라고 했다. 국내 브랜드 뱅뱅도 실적 감소로 울상이고, 조스 진 등등이 파산신청을 한 상태다.

코로나19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되면서 자택에 머무는 시간이 많아지자, 이에 맞는 옷이 필요하게 된 것이다. 편안한 옷이 바로 그 답이었다. 대표적으로 파자마 형의 바지와 그 위에 편하게 걸치는 옷의 유행이다. 이런 옷은 청바지와 달리 온라인에서 구입해도 몸에 잘 맞는 장점까지 있다. 딱딱한 느낌의 청바지 인기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코로나19의 영향이 어찌 패션에서만인가. 생명이, 그것도 가까운 생명들이 스러지고, 기업들이 무너지는 세계경제의 대 위기를 몰고 오지 않았는가. 청바지의 운명은 차치하고라도 이 끝이 하루 빨리 오기를 염원하는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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